이 회사의 개인 최대주주인 이해진 전 공동 대표이사가 갑자기 부사장으로 직급을 한 단계 낮춰 벤처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전 사장의 직급 하향이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그가 이 회사의 개인 최대주주인 데다, 최근 이 회사의 주가가 1조원대를 넘는 등 경영지표도 호조를 누리고 있기 때문. 이런 상황에서 NHN을 키운 실질적인 주역인 그가 경영 일선에서 퇴진한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12월 말 NHN은 게임·엔터테인먼트 부분(한게임)을 맡아온 김범수 공동대표가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단독 대표이사로, 포털 부문(네이버)을 맡아온 이해진 공동대표가 마케팅, 기획 등 회사 전략을 수립하는 NHN 이사회 의장을 맡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NHN의 공동 대표이사제는 지난 2000년 7월 네이버컴과 한게임커뮤니케이션이 합병한 뒤부터 도입됐다. 한게임과 네이버의 합병은 당시 자본력이 달린 한게임과 수익모델 부재에 시달리던 네이버의 필요성에 의해 추진됐다.
이후 NHN은 지난해 코스닥 등록에 성공하고, 제2의 닷컴붐을 일으키며 코스닥시장의 대장주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NHN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였던 공동 대표이사제가 폐지된 것.
벤처업계가 이번 NHN의 경영진 개편을 주목하는 이면에는 그동안 업계에서 합병에 의한 공동 경영이나 동업이 성공적으로 지속된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
때문에 NHN에 대해서도 업계에서는 그동안 “언제쯤 쪼개질까” “아마 2년을 못 넘길 것이다”는 등 각종 추측들이 오갔다. 이를 증명하듯 NHN은 합병 1년을 조금 넘긴 시점에 최대주주의 퇴진이라는 내부변화가 일어난 것.
이해진 사장은 자신의 직급 하향에 대해 “그간 횡적 대표제였던 조직이 종적으로 조정된 것뿐이다. 단일 CEO제는 결과적으로 의사결정에 대한 추진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 같은 설명은 직급 하향이 내부마찰이나 경영권 분쟁에 의한 것이 아니라, 경영원활화를 위한 조치였다는 것이다.
이 전 사장은 실제로 NHN 내부에서도 단일 대표 이사제에 대해서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논의돼 왔었다고 밝혔다. NHN이 합병회사고, 닷컴 기업답게 다른 어느 기업보다도 이사회의 결정권한이 컸다는 것. 그러나 김범수 사장이나 이해진 전 사장의 결재라인이 달라 마케팅이나 예산집행 등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았다는 주장이다.
이번 직제 조정으로 NHN의 3인방은 김범수 사장이 게임과 포털을 총괄하는 최고의사결정자로, 이 전 사장은 비즈니스 전략을 수립하는 전략담당(CSO) 부사장으로, 재무와 영업은 김정호 부사장이 각각 맡는 종적 구조로 역할이 조정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뭔가 이상기류가 있다”며 고개를 갸우뚱하는 분위기다. 특히 경쟁업체들의 경우 “최대주주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음모론적 시각을 던지고 있다.
특히 증권가 일각에서는 “이해진 전 사장이 NHN의 주식을 추가매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등의 해석을 하고 있다. 이 같은 해석이 오가는 것은 지금까지 상당수 벤처경영인들이 주가가 오른 틈을 타고 경영에서 물러난 뒤 개인지분을 팔아 한몫 챙기는 사례가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NHN 관계자는 “이해진 전 사장의 더이상의 추각매각은 없다. 이 전 사장의 지분은 6.98%고, 김범수 사장의 지분은 2.37%다. 모양면에서도 ‘소유주’인 이 전 사장이 직급을 낮추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설명을 하고 있다.
어쨌든 닷컴시장의 공룡으로 부상한 NHN의 경영진 변화가 도약을 위한 준비인지, 떡고물을 둘러싼 ‘게임’인지는 시간이 흐른 뒤 입증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