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지난해 정부는 20여 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도 주상복합아파트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한 5·23대책과 재건축시장 안정을 노린 9·5조치, 그리고 여느 부동산 대책보다 강도 높은 대책으로 인정받는 10·29조치는 부동산 시장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졌다.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정부의 대책은 주로 양도소득세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주택투기를 통한 차익발생을 사실상 없애겠다는 것이다. 때문에 양도세를 절감하기 위한 편법이 등장하고 있다.
고가 주택이 즐비한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에 지난해 말부터 증여가 급속히 늘고 있다. 특히 고가주택이 많은 강남구의 경우 지난해 11월 주택증여가 4백여 건에 달해 한달 전 10월 1백40여건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누진세율(10∼50%)이 적용되는 증여세가 양도차익의 9∼36%를 세금으로 내는 양도세보다 많은 세금이 나오지만 정부의 양도세 강화정책으로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내야하는 투기 지역 내 주택과 6억원 이상의 고가주택, 2가구 이상의 다주택자에게는 증여세가 양도세보다 오히려 적게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단기간 가격이 급등해 양도차익이 높거나 시세와 기준시가의 차이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증여 형식의 부동산거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1가구1주택의 비과세 요건이 강화됨에 따라 주소를 옮겨놓고 빈 집으로 남겨두거나 전입신고를 하지 않는 임차인을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서울과 과천, 수도권 5개 신도시(분당, 일산, 평촌, 중동, 산본)에서는 1가구1주택 비과세 요건이 3년 보유에서 지난해 10월에는 ‘1년 거주’라는 조건이 추가됐고 올해부터는 2년 이상 거주해야 한다.
양도세 면제를 받기 위한 거주라는 요건이 사실상 전입신고를 의미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많은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를 중심으로 자신은 다른 지역에 전세를 살고 주소만 옮겨놓은 편법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방책이 나오면서 ‘UP계약서’와 ‘아파트 권리금’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UP계약서는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권에서 부동산을 매입할 때 실제 거래가격보다 높게 계약서를 쓰는 것이다. 투기지역의 경우 집을 팔 때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부과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살 때 계약서에 취득가격을 높여 놓으면 되팔 때 집값이 오르더라도 양도차익을 낮출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취·등록세는 6% 정도지만 양도세는 최고 75%에 달한다. 다만 UP계약서를 쓸 수 있는 경우는 매도자가 1가구1주택으로 양도세 비과세 요건에 해당돼 매도 가격에 상관없이 양도세를 내지 않는 경우에 한정된다.
10억원대가 넘는 강남권 고가주택을 중심으로 상가 거래처럼 매매가격과 별도로 권리금을 주고받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시세정보업체에 올라간 가격은 10억원이지만 실제 거래가격이 13억원이라면 10억원 계약서를 쓰고 나머지 3억원은 현금으로 따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시세보다 낮은 다운계약서를 작성할 때처럼 이중계약서를 만들 필요도 없는데다, 공인된 시세에 준한 적법한 정식계약서만 작성하므로 이를 참조하는 세무당국에 걸리더라도 뒤탈이 없다는 점에서 선호되고 있다. 다운계약서에 이은 신종 탈세 수법인 셈이다. 매수자나 매도자들로서는 취·등록세 및 양도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일석이조다.
이처럼 정부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양한 편법과 탈법이 이뤄지고 있지만 가끔은 정부와 힘겨루기를 하다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를 회피하기 위해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발표된 지난해 10·29조치 직후인 11월에는 다른 때보다 2∼3배 정도 임대사업자가 늘어났다.
특히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강남권 4개 구청에서의 임대사업자 등록건수는 총 3백60여 건으로 10월 한 달 1백30명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10월30일 이후 새롭게 등록한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5가구 이상 10년 동안 임대해야 양도세 중과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며 뒤늦게 발표했다. 기존 ‘2가구 이상 5년간 임대’보다 과세기준이 대폭 강화된 것이다.
때문에 1∼2가구를 더 사서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5가구 미만의 임대사업자는 양도세 중과를 면할 수도 없고 임대사업을 3년 이내 포기할 경우 과태료를 물어야 된다. ‘정부와 맞서지 말라’는 부동산업계의 격언이 딱 들어 맞은 셈이다.
파이낸셜뉴스 전용기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