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생로병사의 비밀
관측 이래 가장 높은 기온을 기록한 6월, 이른 더위와 설상가상 한 치도 방심할 수 없는 코로나19와의 전쟁까지 더해졌다.
누구를 만나야 할지, 어디로 가야할지 휴식이 필요한 도시민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다.
지친 도시민들에게 해답으로 제시된 녹색 숲. 숲에서 인생을 바꾸고 숲을 통해 일상을 바꾼다.
박현수 씨는 13년 전 혈액암 판정을 받고 그제서야 자신의 생활을 돌아봤다. 유난히 늘어난 피로를 무시한 채, 자신의 건강을 돌보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이대로는 눈을 감을 수 없다 생각한 그는 무작정 숲을 찾았다.
숲에서 건강을 회복하며 숲을 공부한 그는 이제 산림치유지도사가 되어 숲의 치유력을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정혜자 씨는 설암과 폐암을 동시에 앓고 있다. 혀뿌리에 생긴 암. 병원에서는 암을 제거하기 위해서 혀 전체를 절제해야 한다고 했지만 정혜자 씨는 낙담하는 대신 숲으로 집을 옮겼다.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로 인해 처음 숲으로 왔을 때는 말도 거의 하지 못했고 몸무게도 30kg까지 빠진 상태였다.
정혜자 씨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숲을 산책하며 자연이 주는 치유력을 경험하고 있다. 남편 김영진 씨가 불러주는 하모니카 소리에 맞춰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하면서 정혜자 씨는 이제 몰라보게 건강한 모습을 되찾았다.
인생을 되찾은 이들, 과연 숲에서 우리는 어떤 치유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그렇다면 꼭 깊은 숲으로 가야만 건강에 효과가 있을까. 대부분의 인구가 도시에 사는 현대 사회에서 녹지의 가치는 어느 정도일까,
전춘자 씨는 2년 전 치매 진단을 받았다. 방금 나눴던 얘기를 기억하지 못하고 우울증까지 심해진 어머니의 모습에 딸 문성숙 씨의 고민은 깊어졌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춘자 씨가 놀라운 집중력과 기억력을 발휘하는 시간이 있다. 집 근처 공원을 거닐며 나무들을 볼 때 전춘자 씨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고 꽃들을 만질 때면 희미하던 기억이 또렷해진다.
전춘자 씨가 취미로 즐겼던 원예활동이 사실은 ‘원예치료’라는 형태의 치매 치료였다는 사실. 일산동구보건소에서 실제 행하고 있는 원예치료의 현장을 따라가 본다.
하루 80%의 시간을 실내에서 보내는 현대인들은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자연을 실내로 들여오면 된다. 구글 노르웨이 본사에서는 식물벽을 설치하고 사무실 곳곳에 식물을 배치했다.
그 결과 일의 능률이 오르고 직원들이 병가를 내는 횟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벽에 걸린 액자를 떼 내고 그 자리에 식물을 걸었을 뿐인데 지친 도시인들에게 휴식을 주는 공간으로 변화한 것이다.
여기 식물을 통해 일상을 바꾸고 있는 또 다른 곳이 있다. 서투르지만 정성어린 손길로 식물을 재배하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순창소방서의 소방관들이다.
출동 현장에서 받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3개월째 텃밭을 가꾸고 있다. 채소를 함께 키우고 나눠 먹으며 동료들과의 대화도 부쩍 늘었다.
녹색이 가져다주는 놀라운 변화를 소개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