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우석 감독 | ||
99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수백억원대의 수익을 바라보는 대박 앞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을까. 이유는 실미도의 제작사인 플레너스의 영화사업부 매각 문제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플레너스는 장외기업인 넷마블과 합병했다. 그리고 지난 1월 중순 플레너스 영화사업부의 실권자인 강우석 감독이 “플레너스의 영화사업 부문인 시네마서비스를 플레너스에서 떼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사실상 분사 방침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가의 한 애널리스트는 이 점을 들어 강 감독을 “신뢰하기 어려운 인물”이라고 밝혔다. 애초 지난해 말 강 감독이 한 호텔에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을 불러놓고 “플레너스의 분사는 없다”고 호언장담했다는 것.
그래놓고 이제와서 “플레너스와 시네마서비스가 같이 사업을 할 수 없다”며 말을 뒤집어 플레너스의 주가가 1만원대로 빠지는 등 대주주의 행보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강 감독의 존재는 플레너스 주가의 짐일 뿐이라는 얘기다.
증권가 일각에선 플레너스의 분사가 1백억원대의 투자비가 들었던 영화 <천년호>가 흥행에서 완전히 실패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천년호>의 흥행참패가 플레너스에겐 짐이 됐고, <실미도>가 대박이 난다고 해도 적자를 메우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란 얘기.
강 감독은 <천년호>와 <실미도> 제작을 패키지로 연계해 투자자들을 설득했지만, 될 영화만 투자하자는 전문경영인들과 전체 영화산업의 포트폴리오를 보는 영화인 강우석 감독과 시각 차이가 더욱 커졌고, 이것이 플레너스 분사의 단초가 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강 감독은 지난 14일 플레너스의 분사를 공식화한 뒤 한 인터뷰에서 “성장산업인 게임사업과 달리 영화사업은 분기마다 일정한 실적을 내기가 어렵다”며 “게임사업 부문인 넷마블측도 이러한 점을 이유로 기업분할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화산업이 상장기업에서 요구되는 일정한 수익률을 내는 게 어렵다는 점을 시인했다.
플레너스의 지분 분포를 보면 넷마블의 오너였던 방준혁 사장(23.40%)이 1대 주주고, 강우석 감독이 5.68%(1백20만 주)를 갖고 있는 2대주주다. 플레너스의 영화사업 부문인 시네마서비스는 강우석 감독이 실질적인 정책결정권자다.
[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