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지기’ 사무실 내부. | ||
이곳을 지나던 사람들은 승용차에서 내린 인사들의 면면에 적잖게 놀랐다. 대부분 고급스런 옷차림을 한 이들은 유명 여성이거나 유명 인사들의 부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40대 이상의 중년인 이들이 승용차에서 내려 향한 곳은 삼성 본관 지하 1층에 있는 로뎅 갤러리라는 곳이었다.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넓은 갤러리는 참석자들로 만원을 이루었다.
이날 이들 중년 부인들이 이 갤러리에 모인 이유는 한 재단이 주최한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모임을 주최한 재단은 문화재 관련 재단법인인 ‘아름지기’라는 곳이었다.
오후 7시가 넘어 시작된 출판기념회의 개막과 함께 한 중년 부인이 단상에 올라갔다. 그는 ‘아름지기’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신연균씨였다. 신씨는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의 부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는 처남댁이고,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와는 시누이-올케 사이다.
신씨는 이날 기념사에서 “그동안 ‘아름지기’의 회원이 꾸준히 늘어왔고, 또 나름대로 내부에서는 알찬 활동을 벌여왔지만 외부에는 이 단체와 관련해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며 “향후 적극적으로 언론홍보 등을 펼쳐나가겠다”는 등 포부를 밝혔다.
▲ 왼쪽부터 김선정씨, 홍라희씨, 김성주씨. | ||
재벌가 안주인과 유명 여성들이 한자리에 모인 ‘아름지기’는 어떤 모임일까.
‘아름지기’의 사무실은 종로구 안국동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삼청동 갤러리 길을 따라 아트선재센터를 지나면 단아한 모습의 한옥이 나타나는데 바로 이 건물이 ‘아름지기’의 사무실이다.
‘아름지기’ 관계자에 따르면 이 단체는 재단법인으로 지난 2001년 11월 신연균 재단이사장이 취임하면서 결성됐다. 이후 같은 해 12월 ‘아름지기’는 문화재청으로부터 설립허가를 받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 재단의 간사 김대홍씨의 설명에 따르면 ‘아름지기’는 현대의 생활환경 속에서 과거의 전통을 재창조하자는 의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름지기’라는 말의 의미는 ‘아름다운 우리 것을 지키고 가꾸는 사람들’이라는 의미라고 김씨는 전했다.
이 재단이 추진하는 사업은 문화유산보존운동, 문화유산 관련 제도 및 정책개선 제안, 문화유산보존을 위한 교육 및 홍보활동 등이 주된 활동이다. 아름지기는 출범한 지 6개월 만에 프랑스의 ‘파트리무안’이라는 문화재단과 자매결연을 맺는 등 활동범위를 국내외로 넓히고 있다.
아름지기의 활동에 못지 않게 흥미로운 것은 이 재단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면면. 이 단체는 재단법인 이사들의 후원금과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이 되는데, 재단이사들 중 낯익은 이름들이 눈에 들어온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딸인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관장도 재단이사 중 한 명. 이명희라는 이름도 눈에 띈다. 이씨는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부인으로, 출범 초기부터 아름지기 재단이사를 맡고 있다고 한다.
▲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위치한 아름지기 재단 사무실 전경.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아름지기’에 후원금을 내는 회원들의 규모도 약 5백 명에 달한다는 것이 이 단체 관계자의 설명. 이 재단의 회원은 크게 세 부류로 구분이 된다. 평생회원과 연회원, 학생회원이 그것.
평생회원의 경우는 매달 10만원 이상을 후원하거나 연간 2백만원 이상을 내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자격이며, 연회원은 매달 1만원 또는 1년에 10만원 이상을 내는 사람들, 학생회원은 1년에 3만원 이상을 내는 사람들이다.
연회원들의 경우 회비를 내는 대신에 1년에 7~8차례 정도 전통문화 강좌를 수강할 수 있다는 게 아름지기측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 재단이 주최한 출판기념회에는 김성주 성주인터내셔널 사장 등 몇몇 여성경영인 및 탤런트 정민자씨 등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김성주 사장은 “아직 회원으로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좋은 일을 하는 단체라서 기념회에 참석했다. 나중에 시기를 봐서 정식으로 등록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 재단에는 자문위원이라는 타이틀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대거 포진해있다. 이재후 김&장 법률사무소 대표이사, 유홍준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 이상해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 강운구 사진작가, 임히주 현대미술관회 상임부회장 등이 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