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과 투신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말 현재 투신권에서 설정한 사모펀드는 모두 1천8백81개로 설정액은 2002년보다 32.8%가량 늘어난 55조4천60억원에 달했다.
사모펀드 설정액은 2000년 말 4조9천억원(펀드수 65개), 2001년 말 10조4천5백50억원(1백99개), 2002년 41조7천1백70억원(9백24개) 등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 민경찬씨가 지난 6일 사기혐의로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구속됐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
급증 추세에 있는 ‘사모펀드’는 현재 투신권에서 어떻게 운용되고 있을까. 그 실태를 살펴본다.
사모펀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공모펀드와 달리 소수(30인 이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으로 금감원에 펀드 약관을 사전에 보고해야 한다.
소수의 개인 투자자들로 구성된 ‘사모펀드’는 통상 투신사 또는 자산운용사에 위탁돼 운용되는 게 보통이다. 이 때문에 투신사나 자산운용사에서는 ‘사모펀드’를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 소위 ‘브로커’를 고용하기도 한다.
많은 펀드를 유치한 회사가 시장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사모펀드’를 조성한 개인이나 투자회사는 투자자문회사를 직접 설립, 자산운용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간접적인 투자에 나서는 게 일반화됐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형식상 ‘사모펀드’의 운용은 위탁받은 투신사나 자산운용사에 소속된 ‘펀드매니저’들이 하는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사모펀드’를 조성하고 투자자문회사를 설립한 개인 혹은 기업의 뜻에 따라 운용되는 셈이다.
이처럼 간접 지배방식으로 사모펀드를 운용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공모펀드가 특정 종목 주식에 10% 이상 투자할 수 없는 데 반해 사모펀드는 별다른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KCC의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매입사건.
현대그룹 경영권을 확보할 목적으로 KCC는 S투신을 통해 ‘사모펀드’와 ‘뮤추얼펀드’를 통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0.63%를 확보, 대주주에 올랐다. 이처럼 ‘사모펀드’는 M&A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투신사나 자산운용사에 소속돼 ‘사모펀드’ 등 각종 펀드를 운용하는 ‘펀드매니저’들은 주식이나 채권 등 유가증권에 투자하거나 외환 등에 투자, 수익을 남기게 된다.
그러나 ‘펀드매니저’들의 투자가 반드시 수익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펀드매니저’들은 확실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도록 ‘포트폴리오’를 구성, 나름대로 투자에 나선다.
일단 가장 안전한 투자로 여겨지는 국공채에 자신이 투자할 수 있는 펀드의 20~30%를 투자하고, 주식이나 채권 등 단기차익을 실현시킬 수 있는 유가증권 투자에 30~40% 정도를 투자한다고 한다. 많게는 50% 이상 투자하는 펀드매니저도 있다고 한다.
또 펀드 만기가 많이 남아 있는 경우에는 개발 이익이 기대되는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특히 운용하는 자금 규모가 큰 은행권에 소속된 펀드매니저들의 경우에는 ‘외국환’에 투자, 차익을 실현하기도 한다. 펀드매니저들이 ‘펀드’를 운용하는 과정에 일부 펀드매니저들 사이에서는 소위 ‘주가조작’을 위한 ‘작전’이 벌어지기도 한다고 한다.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수조원까지 자금을 운용할 수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서로 짜고 특정 기업의 주식을 싼 값에 사들여 비싼 값에 되파는 ‘작전’을 벌이는 경우가 있어 왔던 것.
특히 이 과정에 ‘공모펀드’의 경우 자금의 투자 내역을 매일 공개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가 조작’ 등 작전에 ‘공모펀드’를 투입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 이때 효용가치가 높은 것이 바로 문제의 ‘사모펀드’다.
전체 주식수의 5% 이내의 주식을 매집할 경우, 공시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활용, 각 펀드매니저들이 5% 미만의 주식을 순차적으로 상한가에 매수와 매도를 반복,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법이 동원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각각 다른 투자운용사에 소속된 펀드매니저 A, B, C씨가 ‘D사 주가를 조작하기로 공모’하고, 첫째날 A와 B가 D사 주식을 각각 4%씩 상한가 매집을 한다.
둘째날 C가 D사 주식을 또다시 4% 상한가 매집하고, A는 D사 주식을 매도한다. 셋째날에는 A가 또다시 D사 주식을 상한가 매집하고, B와 C는 보유하고 있던 D사 주식을 상한가에 매도한다.
이런 방법으로 단 며칠 만에 A, B, C 세 사람은 D사 주가를 조작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40%까지 수익을 실현시키는 것이다.
물론, 주식 시장에서는 투신사 혹은 자산운용사에서 특정 회사 주식을 매집한다는 소문이 금방 확산되기 때문에 이 같은 ‘주가조작’은 구시대 방법으로 치부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가조작’에 ‘사모펀드’가 활용된다는 점은 투신권에서 정설로 통하고 있다.
이처럼 ‘사모펀드’는 자금 운용에 있어 ‘공모펀드’에 비해 제약이 덜하다는 점을 악용, 때때로 ‘주가조작’이나 M&A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