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증현 장관. |
재정부는 그동안 인사가 적체된 가장 대표적인 부처였다. 다른 부처에 비해 3년 가까이 승진이 늦은 데다 국장 자리에 행시 23, 24기가 줄줄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 게다가 현 정부는 전 정부보다 인사 개편이 적어 재정부 공무원들의 시름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고위직 한두 명에 대한 인사가 조금씩 나기 시작하더니 인사 폭이 이번 정부 들어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다.
김교식 기획조정실장이 여성부 차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을 시작으로 윤영선 세제실장이 관세청장직을 맡았다. 이후 허경욱 재정부 1차관이 주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표부 대사로 발령이 났고, 노대래 차관보는 조달청장에 임명됐다. 이미 이성한 FTA국내대책본부장이 국제금융센터로 자리를 옮겼고, 이수원 재정업무관리관이 청와대에 둥지를 틀면서 차관 1명에 1급 5명, 재정부 내부에서 1급 이상이 6명이나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 자리 중 차관에는 임종룡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 임명됐고, 기획조정실장에는 박철규 대변인, 세제실장에는 주영섭 조세정책관, FTA국내대책본부장에는 김화동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재정업무관리관은 구본진 정책조정국장이 맡았다.
차관보 자리가 현재 공석인 데다 임 비서관의 차관 이동으로 역시 1급인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이 공석이 됐다. 또 1급 상당에 해당하는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 역시 자리가 비었다. 재정부 출신인 김근수 국가브랜드위원회 추진단장이 차관급인 여수엑스포조직위원회 사무총장에 내정되면서 역시 1급인 국가브랜드위원회 추진단장 자리도 문호가 열렸다. 재정부 인사들이 앉을 수 있는 1급 자리가 4개나 남아있는 셈이다.
여기에 류성걸 예산실장이 자리를 옮길 경우 1급 자리는 5개로 늘어나게 된다. 평상시 예산실장이 2년 연속 예산 편성을 맡지 않는다는 전례를 감안하면 류 실장의 영전은 거의 확실한 상태다. 4월 말에 임기가 끝나는 특허청장을 비롯해 차관급 인사가 추가로 단행될 경우 재정부 인사 폭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차관보 후보군에는 강호인 공공정책국장과 육동한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 최종구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추진단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에는 최종구 단장과 윤종원 경제정책국장이 거명되고 있다. 이들이 움직일 경우 정책분야 재정부 국장들의 인사 역시 대거 이뤄질 전망이다. 세제실은 세제실장 이동으로 국장들 교체가 예상되고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병목 현상을 일으켰던 고시 23회와 24회가 대거 움직인 것이 이번 인사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현재 상태대로라면 이용걸 2차관과 신제윤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을 제외한 1급 이상 인사가 모두 바뀌는 것이다. 신제윤 차관보는 주요 20개국(G20)회의 등 때문에 교체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용걸 2차관은 교체 가능성이 솔솔 나오고 있다”면서 “이렇게 되면 1급 이상이 거의 대부분 바뀌게 되는 셈이어서 그동안 쌓여왔던 인사적체가 한번에 해결되는 셈이다”라고 말했다.
이준석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