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인터넷 업계가 시끌벅적하다. 업계의 대표적인 오너 경영인이자 강력한 라이벌로 꼽히는 두 경영인이 올해 자존심을 건 한 판 승부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해 초부터 이들은 ‘카페’라는 명칭의 사용권을 둘러싸고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법원까지 들락거리고 있다. 그 주인공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사장과 NHN(네이버)의 이해진 부사장.
▲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사장(왼쪽)과 NHN(네이버)의 이해진 부사장. | ||
한 벤처업계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이재웅 사장과 이해진 부사장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사실 두 사람은 사업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등 친분이 두텁다”고 전했다.
이재웅 사장이 이끌고 있는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이메일 서비스, 커뮤니티 등에서 강세를 보였고, 이해진 부사장이 이끌고 있는 네이버는 검색 부문이 강해 두 사람이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경우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 들어 두 사람의 라이벌전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웅 사장이 ‘카페’라는 명칭이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고유 권한이라며 이해진 부사장측에 사용을 중지해 줄 것으로 요청하고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의 하나.
두 회사는 매출 규모로 보면 다음이 NHN을 월등히 앞선다. 지난 2002년 12월을 기준으로 볼 때 다음은 매출 2천2백52억여원, NHN은 7백46억여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순익 규모로 따지면 다음이 27억2천만여원을 기록한 데 반해 NHN은 2백29억5천만여원을 기록해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두 사람을 놓고 보면 이 사장이 이 부사장보다 훨씬 부자다. 주식평가액을 기준으로 볼 때 이 사장의 재산은 1천2백억원대, 이 부사장은 8백80억원대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두 사람 모두 30대의 젊은 벤처부호라는 점은 같다. 이처럼 두 사람은 여러 점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우선 이재웅 사장과 이해진 부사장의 외모는 정반대. 이 사장은 174cm의 키에 둥글둥글한 얼굴형으로 평소 캐주얼 옷을 즐겨입지만,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외모를 갖고 있다. 반면 이 부사장은 180cm의 장신이면서도 다소 체형이 마른 편이어서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데다, 안경 너머로 보이는 눈빛에서는 전형적인 공학도의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사내에서 직원들에게 다정다감한 상사라는 평을 받고 있다. 나이는 이해진 부사장이 한 살 많다. 이재웅 사장은 1968년 10월22일생이고, 이 부사장은 1967년 6월22일생. 그러나 이 부사장이 대학에 진학할 때 한 해 재수를 해서 두 사람의 학번은 ‘86학번’으로 같다.
이 사장은 영동고를 졸업하고, 그 해 연세대 전산학과에 들어갔다. 이 부사장은 상문고를 졸업하고, 다음해에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입학한다. 두 사람은 학연에서는 인연이 깊지 않지만, 대학에 진학한 이후 같은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재웅 사장은 학부를 졸업한 이후, 같은 학교 같은 과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를 마쳤고, 이해진 부사장은 학부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 전산학과로 진학해 석사를 마쳤다.
그러나 이후 두 사람의 길은 달라진다. 이재웅 사장은 국내에서 석사를 마친 후, 지난 93년 유학길에 올라 2년 동안 프랑스에 있는 파리6대학에서 박사과정 연구원 생활을 하게 된다.
이 시절이 바로 그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설립에 관해 본격적인 구상을 하기 시작한 때다. 지난 95년 귀국하자마자 이 사장은 다음을 설립해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이 사장이 유학을 선택한 것과 달리 이해진 부사장은 석사를 마친 이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지난 92년 그는 삼성SDS에 입사해 삼성의 PC통신이었던 유니텔의 정보검색시스템을 개발하고, 삼성SDS 정보기술연구소 연구원 등을 지냈다.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이 부사장이 성공가도에 들어선 것은 지난 97년 그가 삼성SDS의 사내벤처를 이끌면서부터. 당시 삼성SDS는 사내에서 벤처분야를 육성키로 결정했는데 그동안 굵직굵직한 시스템을 개발했던 이 부사장이 이 분야를 독점적으로 맡게 된 것.
삼성SDS 사내벤처 네이버팀 ‘소사장’이라는 직함을 갖게 된 때 그는 한국 나이로 불과 서른한 살이었다. 이후 99년 삼성SDS는 사내벤처 중 일부를 분리했고, 사내벤처 1호로 탄생한 네이버는 ‘주식회사 네이버’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네이버의 초대 사장은 소사장인 이해진 부사장이었다.
이럴 즈음 이재웅 사장도 점점 언론매체 등을 통해 유망한 벤처기업인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가 처음으로 주목을 받은 것은 IMF의 여파로 인해 국내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맞은 상황에서 외자유치에 성공하면서부터.
지난 99년 이 사장은 독일의 종합미디어 회사인 베텔스만으로부터 5백만달러(약 60억원)의 외자를 유치했다. 이후 그는 이를 기반으로 지난 2001년 한국최고경영자포럼 회원과 재벌 2세들의 사교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의 회원으로 가입하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사업 규모를 넓혀나가고 있다.
그러나 현재 두 사람이 사내에서 불리는 직함은 다르다. 이재웅씨는 ‘사장’이고, 이해진씨는 ‘부사장’. 특히 이 부사장의 경우는 지난해까지 네이버의 공동 대표이사를 맡았다가 올초 스스로 전략 분야를 주로 맡겠다며 자신의 지위를 부사장으로 ‘강등’시켜 업계 관계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직함의 차이와 상관없이 두 사람이 업계를 대표하는 오너 경영인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사적으로는 두 사람이 사업 얘기도 나누는 등 친분이 두텁지만, 이번 ‘카페’ 이름 사용권을 계기로 확실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