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KT가 이석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회장으로 영입한 데 이어, 올 초 데이콤·파워콤을 합병해 출범한 통합LG텔레콤이 이상철 전 정통부 장관을 대표이사 부회장에 앉히면서 통신업계에는 SK텔레콤의 관료 출신 영입설이 퍼지기 시작했다. 정부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통신업계 특성상 SK텔레콤이 대외협력 강화 차원에서라도 관료 출신 영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었다.
그런 가운데 얼마 전 통신업계에는 “SK텔레콤이 전직 정통부 고위 인사 A 씨 영입에 나섰다”는 이야기가 퍼져 관심을 끌었다. SK텔레콤 영입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A 씨는 지난 3월 말 정부가 IT(정보기술)산업 선진화를 위해 전문가들 위주로 꾸린 ‘IT정책자문단’ 멤버이기도 하다. 이 자문단엔 SK텔레콤 대표이사를 지낸 김신배 SK C&C 부회장의 처남인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사장도 들어가 있다. 이렇다 보니 SK텔레콤과 IT정책자문단 간의 인적 교류 가능성이 힘을 받는다.
이러한 A 씨 접촉설과 관련해 SK텔레콤 측은 “(A 씨 영입은) 내부에서 공식 논의되지 않은 사안”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SK텔레콤의 관료 출신 영입 시도를 주시하는 업계 인사들은 KT의 아이폰 돌풍에 자극받은 SK텔레콤이 일종의 ‘KT 따라하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KT가 지난해 관료 출신 이석채 회장 취임 이후로 ‘친 이명박’ 성향 인사들을 대거 사외이사로 발탁한 점을 빗댄 것이다.
최근 업계에선 “SK텔레콤이 KT를 따라 조만간 아이폰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나돌고 있다. KT가 아이폰 도입으로 SK텔레콤의 이동통신 1위 자리를 바짝 추격하기 시작한 반면 SK텔레콤은 오랫동안 단말기 공급 파트너십을 맺어온 삼성전자 때문에 아이폰 도입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도 지금껏 주저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아이폰에 크게 밀리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KT 간 갈등설이 불거진 점 또한 SK텔레콤의 아이폰 도입을 쉽지 않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만약 SK텔레콤까지 아이폰을 도입할 경우 통신업계는 물론 삼성전자 등 다른 단말기 제조업체들과의 관계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은) ‘아이폰을 도입하지 않을 것’이라 밝힌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면서 “계속해서 시장 상황을 보면서 도입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눈치를 본다’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이 관계자는 “2분기 중에 삼성전자를 비롯한 여러 회사 제품으로 스마트폰 10종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삼성전자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지 않음을 역설했다.
이 관계자는 또 “KT가 아이폰 도입으로 성공을 거뒀지만 SK텔레콤은 아이폰 없이도 잘 해내고 있다”고 보탰다. SK텔레콤이 KT식 전략을 넘본다는 이야기가 업계 인사들 사이에 퍼지는 가운데 이동통신 시장 최강자 수성을 위한 SK텔레콤의 다음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