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채 회장. |
SK텔레콤이 정부 뜻에 따라 지난해부터 초당 요금제를 도입해 왔지만 정작 외풍에 쉽게 휘둘릴 것 같던 KT는 정부의 가격정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며 대조를 이뤄왔다. 지난 4월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제55회 정보통신의 날 기념식에서 이석채 KT 회장은 “회사마다 입장이 다르고, 가는 방향이 다르다”는 말로 정부의 요금제 정책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초당 요금제를 도입하는 비용으로 차라리 무선인터넷을 활성화해 소비자에게 더 큰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 KT의 견해였다.
이렇듯 꼿꼿했던 KT가 돌연 초당 요금제 수용을 발표하면서 이석채 회장이 KT 안팎에서 여러 종류의 시선을 받게 됐다. 그동안 정부의 요금제 정책에 반기를 들면서 제 목소리를 내던 이석채 회장의 모습에 KT 내부에선 “할 말은 하는 CEO(최고경영자)”라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지난해 ‘낙하산’ 꼬리표를 달고 KT에 입성했지만 최근 들어 ‘외풍에 휘둘리지 않고 외풍을 막아내는 힘 있는 CEO’라는 인상을 심어주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이번 초당 요금제 수용 결정이 자칫 이 회장의 조직 내 이미지가 개선되던 흐름을 주춤하게 만들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정부의 스마트폰 보조금 규제 정책을 KT가 받아들일지에 쏠리고 있다. 이석채 회장은 “아이폰엔 보조금이 없다”며 “아이폰이 보조금을 과다하게 지급한다는 논란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4월 22일 무역협회 주최 강연회)이란 입장을 보여 왔다. 과연 이 회장의 KT가 초당 요금제에 이어 정부의 스마트폰 보조금 규제 정책까지 수용하게 될지, 아니면 보조금 논란에서만큼은 자존심을 세우려 할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