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까지만 하더라도 “오해를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에 KB금융지주 회장에 관료 출신이 가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12월 말 강정원 국민은행장 겸 회장대행이 회장 내정자로 선임된 뒤 물러나면서 불거졌던 관치금융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금융당국의 의지 표명이었다.
하지만 회추위가 구성된 후 지난 10일 임석식 KB금융 회추위원장은 “관료 출신 인사들도 후보군에서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뒤이어 지난 14일 윤 장관도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회장추천위가 출신성분을 가리지 않기로 한 것은 올바른 접근방법”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바꿔 다시금 관치금융 논란에 불을 댕긴 상태다.
이와 관련, KB금융이 지난 6일 새 회장 후보를 외부 인재추천 전문업체(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추천하기로 결정한 것이 ‘정부와 연줄이 없는 인사들의 선임을 사전에 차단한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공정성을 고려해 KB금융 회장 선출이 공모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공모 방식을 버리고 헤드헌팅 업체 추천 방식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 이명박 대통령과 연이 있는 ‘친 MB’ 성향의 거물급 인사를 모셔오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라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공모 방식에서는 지원자들의 이름이 직접 공개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친 MB 인사들만 선별했다가는 구설수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후보 선출 과정에서의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헤드헌팅 업체들에 의한 추천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맞추기라도 하듯 최근 금융권에서 KB금융 회장 후보에 오르내리는 인물 대부분이 친 MB 성향이다.
회추위 구성 전부터 지금까지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인사로는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이화언 전 대구은행장, 이철휘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 사장,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 전광우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윤용로 기업은행장, 장형덕 비씨카드 사장, 김석동 농협경제연구소 대표 등이 있다.
어윤대 위원장과 이화언 전 행장은 이 대통령과 고려대학교로 연결된 금융권의 대표적인 친 MB 인맥으로 꼽힌다. 이철휘 사장은 김백준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매제로 이전부터 국내 금융지주의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소문이 이미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김병기 전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출신이며, 민유성 회장과 전광우 이사장도 모두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현재 자리에 선임돼 친 MB 성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KB금융 측은 헤드헌팅 업체를 통한 회장 후보 추천 방식의 채택 이유를 “회장 선출의 투명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며 관련 의혹들을 일축하고 나섰다.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당초 1개사로 선정하려던 헤드헌팅 업체 수를 국내사 1곳과 외국계 2곳, 총 3곳으로 늘리기까지 했다는 것. 하지만 KB금융은 아직까지 이들 헤드헌팅 업체들이 어떤 곳인지 공개를 거부하고 있어 구설수를 더욱 키우고 있는 실정이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