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이 직접 나서서 합병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 두 금융지주 합병안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지난 6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미소금융 현장을 찾은 김 회장은 “우리금융과 합병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국내 시장점유율이 20~30% 되는 대형은행이 나와도 해외에서 경쟁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간 정부의 금융선진화방안에 맞춰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시작된 후 하나-우리 합병은 금융권에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돼 왔다. 그런데 하나금융의 김 회장이 직접 나서 우리금융과의 합병뿐만 아니라 정부가 추진 중인 메가뱅크 자체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자 그 배경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현재 하나금융이 타사를 인수할 수 있을 만큼 자금력이 탄탄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한마디로 실탄이 없다는 것.
실제로 우리금융 합병안이 거론됐을 당시부터 금융권엔 “자금 동원력 등 여러 면에서 하나금융이 규모가 훨씬 작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실제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하나금융 측이 주체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많았다. 이런 점들이 김 회장이 갑작스럽게 나서서 메가뱅크 자체의 실효성에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는 배경이 됐다는 게 이 금융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편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이번 합병 무산 분위기에 ‘오히려 잘 됐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우리금융의 한 내부 인사는 “과거 하나은행이 모 은행과 합병했을 때 합병을 당한 은행 측 인사들만 대거 잘려나갔다”며 “이런 전례 때문에 그간 우리은행 내부에서 합병 이후에 ‘우리은행 측 인사들만 인력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었는데 ‘합병안이 무산되는 듯하다’는 소리가 들리니 안도하는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