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식 전 실장은 정권 초기 청와대 비서실장이나 재정부 장관을 맡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경제수석을 맡아 지금까지 청와대에서 경제 정책 전반을 주도해왔다. 최중경 경제수석이 임명되기 전까지 전례 없이 정책실장과 경제수석을 겸임할 정도로 경제 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다.
그런데 지난 4월 개각을 거치면서 윤 전 실장에게 집중됐던 힘이 분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강 특보와 함께 대표적인 성장정책 및 고환율주의자인 최중경 전 재정부 차관이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임명됐다. 최 수석은 금융위기 당시 고환율정책을 고수하다 금융시장을 불안에 빠뜨렸다는 이유로 필리핀 대사로 떠난 지 10개월 만에 컴백했다. 이 자리를 내심 노리던 허경욱 재정부 전 차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자리를 옮겼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 전 차관이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명되면서 ‘강 특보-윤 실장-최 수석으로 이어지는 3각 라인이 지나치게 성장 위주 아니냐’는 이야기가 적지 않았다. 하반기에는 출구전략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 3각 라인으로는 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윤 전 실장 출마를 위해 비판을 무릅쓰고 최 수석을 복귀시킨 것 아니냐는 해석이 있었다”면서 “결론적으로 이 해석이 맞았던 셈이다. 경제 회복도 다른 국가들보다 훌륭하게 해냈고, 향후 출구전략 실시를 위해 청와대와 윤증현 재정부 장관 간 힘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윤 전 실장의 출마는 향후 경제 정책 운용의 부담도 더는 묘수”라고 평가했다.
윤 전 실장이 재정부 장관 외에는 갈 자리가 마땅치 않았지만 시기 등이 좋지 않다는 점도 출마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윤 전 실장은 행시 12회로 노무현 정부에서 첫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참여정부 출신 인사다. 그러나 전북 부안 원전센터 부지선정 문제로 10개월 만에 물러난 뒤 절치부심하다 이명박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 지난 총선 때 충주에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민주당으로부터 철새로 공격받아 낙선의 쓴 잔을 마셨다. 그만큼 야당으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 윤진식 전 경제수석(왼쪽)과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 |
당초 연초나 하반기쯤 위기 탈출 선언과 함께 윤 장관이 자리를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 유럽 재정위기와 남북한 냉전 격화 등으로 경제적 불안 요인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윤 장관 체제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충남 지역의 세종시 불만이 충북 지역까지 번지는 분위기가 엿보이면서 충청권이 점차 한나라당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지역이 돼가고 있다는 측면에서 정치적 표 계산도 윤 전 실장의 출마 배경에서 빼놓을 수 없다. 세종시 역풍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오는 7월 28일 충주와 천안 을 지역에서 펼쳐지는 재·보궐 선거 승리를 위해 실세 중 실세인인 윤 전 실장의 힘이 꼭 필요한 셈이다. 한나라당은 지속적으로 윤 전 실장의 선거 출마를 종용해왔다. 한나라당은 사표가 수리되자마자 윤 전 실장을 충북 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고문에 위촉하는 등 그를 충청권 공략 전면에 내세웠다.
김서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