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에서 50㎡(15평) 규모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장길순 씨(가명·여·45). 그는 최근 부쩍 떨어진 매출 때문에 시름이 깊다. 평소 음식 솜씨가 좋아 식당을 열면 성공할 것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장 씨는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1년 전 음식점 창업에 나섰다. 처음에는 장사가 잘 됐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면서 매출이 점점 떨어지더니 지금은 하루 매출 10만 원도 안 되는 날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상황.
장 씨는 고민 끝에 창업전문가에게 문제점 분석을 의뢰했다. 며칠 뒤 결과를 통보받은 장 씨는 깜짝 놀랐다. 다양한 문제점이 지적됐지만 무엇보다 큰 문제는 바로 자신에게 있었던 것. 평소 무심한 표정으로 손님을 대하고, 조리를 하면서 지저분해진 앞치마로 홀 서빙에 나서는 등 서비스 평가 점수가 제로에 가까웠다. 장 씨는 “떨어진 매출을 올리기 위해 앞으로는 서비스에 더욱 신경을 쓰겠지만 돌아선 고객이 다시 돌아오는 데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를 일”이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렇듯 서비스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도 서비스 강좌를 준비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캐주얼 레스토랑 ‘쪼끼쪼끼’를 운영하고 있는 태창파로스에서는 지난 4월 점주들을 대상으로 서비스평생대학을 개강, 서비스 수준 향상을 통해 고객만족을 높이는 한편 상위 50% 이내에 든 가맹점주에게는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김서기 사장은 “서비스 교육을 통해 자연스럽게 가맹점의 매출 수준이 향상될 수 있고, 매출과 서비스 수준이 향상된 만큼 점주들의 삶의 질도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서 66㎡(20평) 규모의 메밀순두부전문점 ‘소담’을 운영하고 있는 강수경 씨(여·48) 역시 서비스 경쟁력을 높여 B급 입지에서 일평균 90만 원의 괜찮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점포가 주택가 뒷길에 위치하다보니 주변에는 대부분 배달업종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 그러나 그는 배달은 과감히 포기했다. 대신 추가 주문을 하는 공기밥과 보쌈김치는 돈을 받지 않았다. 강 씨는 “좋지 않은 입지였지만 진심을 다해 손님을 대했더니 3개월 만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며 “손님의 80% 이상이 서비스에 까다로운 여성고객인데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와바’ 동성로점을 운영하고 있는 주병섭 씨(45)는 서비스 경쟁력을 높인 끝에 쓰러져가는 매장을 다시 살려냈다. 주 씨는 같은 장소에서 레스토랑을 6년 동안 운영하다 매출이 점점 떨어지면서 세계맥주전문점으로 업종을 전환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고 한다. 주머니 가벼운 대학생들이 많은 상권에 고가의 맥주전문점은 안 된다는 것. 그는 다양한 이벤트와 친절한 서비스 등 손님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으로 이러한 걱정을 단번에 불식시켰다. 165㎡(50평) 규모의 레스토랑 운영 당시 1500만~2000만 원이었던 월매출을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린 것.
업종 전환 시기가 여름이어서 재오픈 당시에는 장사가 잘 됐다. 그러나 찬바람이 불면서 매출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손님의 발걸음을 사로잡기 위해 저녁 9시만 되면 다트 던지기, 맥주 빨리 마시기, 난센스 퀴즈, 댄스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를 실시하고 여행용가방 등 푸짐한 상품을 준비했다. 주 씨는 “보수적인 성격이 강해서 잘 나서지 않는 대구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벤트가 끝난 뒤에도 테이블을 돌아다니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등 주 씨가 끊임없이 손님들과 얼굴을 마주하자 사람들에게 서비스가 남다른 곳이라고 입소문이 났단다. 그 결과 대학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 단골을 확보할 수 있었고 매출도 증가하기 시작했다고. 그는 “즐거운 분위기 조성은 물론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눈이 마주치면 무조건 인사를 하는 등 손님이 대접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수원 아파트단지 중심 상가에서 43㎡(13평) 규모의 남성 헤어컷 전문점 ‘블루클럽’ 매탄점을 운영하고 있는 장은순 씨(여·50)도 고객감동 서비스를 통해 같은 브랜드 매장 3곳을 운영하는 사장님으로 변신했다. 그는 “커트 가격이 5000원으로 저렴했지만, 한번 찾은 고객에게 1만~2만 원을 내고 다니는 미용실 수준의 서비스를 받는다는 느낌이 들도록 했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남성 미용실의 경우 가격이 저렴한 대신 머리를 감는 일은 손님이 직접 해야 하지만 장 씨는 어린이와 어르신이 혼자 머리 감는 일이 불편하다는 것을 느끼고 직접 머리를 감겨주는 서비스를 펼쳤다. 이런 서비스에 아이들은 부모에게, 어르신들은 자녀에게 매장을 알리면서 고객 수는 2배에서 3배로 늘어났고, 2년 만에 제2, 제3의 매장을 낼 수 있는 투자금까지 마련할 수 있었다고. 고급 미용실처럼 기다리는 손님에게 일일이 녹차와 커피를 직접 건네준 것도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단다.
장 씨는 장사 준비에도 만전을 기했다. 머리를 깎는 곳인 만큼 위생 상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 오픈 1시간 전부터 청소를 하고 손님이 머리를 감는 물이 항상 따뜻하게 유지되도록 관리했다. ‘기념일 이벤트’도 활발히 펼친다. 어린이날에는 ‘어린이 장난감’을, 화이트데이와 밸런타인데이에는 사탕과 초콜릿을 항상 준비해 둔다.
그는 매장에서 카운터, 고객관리, 이벤트 기획 및 집행, 직원관리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데 매장을 운영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으로 직원 관리를 꼽았다. 손발을 맞췄다 싶으면 그만두는 통에 직원관리가 늘 어렵다는 것. 최근 그는 “면접을 보러 온 예비 직원과도 점심 식사를 함께하고, 다른 곳에 비해 20만 원 이상 성과급을 지급하는 등 동기부여를 통해 이직률을 상당히 낮췄다”며 “실력 있는 직원의 장기근속은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또 다른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