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반기에는 국내 유동성의 증시 유입으로 외국인으로의 시장 주도권 쏠림이 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
가장 먼저 국내 유동성의 증시 유입으로 외국인으로의 시장 주도권 쏠림이 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고 외국인이 순매도로 돌아설 것이란 뜻은 아니다. 6월에 이뤄질 MSCI 선진국지수에 한국의 편입 가능성이 높다. IT와 자동차로 대변되는 한국 주요 기업들의 실적도 계속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환차익 여지도 아직 많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 같은 규모는 아니지만 순매수 기조는 그래도 유지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H 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해는 상저하고(上底下高) 형태의 주가흐름이 예상된다. 코스피지수 1800은 물론 1900도 넘을 수 있다. 저금리가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시중에 떠도는 막대한 부동자금이 갈 곳이라곤 이제 증시밖에 남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실제 고액자산가들의 자금이 랩어카운트(Wrap Account·증권사의 고객 맞춤형 자산종합관리계좌)로 대거 유입된 데 이어 최근 들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도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코스피 1700을 넘던 증시가 1500선까지 밀리면서 매수시기를 저울질하던 자금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대형주로의 쏠림 현상도 지속은 되겠지만 상반기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을 전망이다. 외국인 주도가 계속되는 한 이들의 투자 리스트라 할 수 있는 MSCI코리아지수에 편입된 대형주에 매수세가 집중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기관자금이나 개인자금의 경우 MSCI코리아지수 편입 종목보다 훨씬 많은 종목을 투자대상으로 삼게 된다. 국내 유동성의 증시 영향력이 커지게 되면 극단적인 대형주로의 쏠림 현상이 완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하반기 들어 완제품을 만드는 대형주보다 핵심 부품을 만드는 중형주의 전망이 밝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H 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융위기 회복세로 인해 IT와 전기전자 등의 완제품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경쟁심화는 마진 압박으로 연결돼 완제품을 만드는 대형주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반면 여러 완제품 업체에 동시에 납품할 수 있는 핵심 부품업체는 완제품 업체 간 경쟁 속에서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다. IT·자동차 업종 가운데 이 같은 핵심 부품업체이고, 상반기 상대적으로 주가가 덜 오른 종목이 하반기 유망 종목”이라고 조언했다.
이 같은 유망 종목 발굴은 전문가의 영역이라는 점에서 아무래도 개인 투자자보다는 펀드를 통한 투자가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하반기 종목 발굴에 무게중심을 둔 가치주 펀드나, 중소형주 투자펀드의 인기가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올 상반기까지 증시를 풍미했던 IT·자동차의 독주체제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상승장 초반에는 몇몇 주도 종목을 중심으로 오르다가, 이들 종목의 주가가 비싸지면 덜 오른 종목으로 시장 관심이 바뀌는 게 증시의 일반적인 흐름이다. 또 대형주가 많이 오르면 중소형주가 주목 받고, 성장주가 많이 오르면 가치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은 증시의 공식 가운데 하나다.
M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주가 반등의 선두에 서고 있는 업종은 낙폭과대주다. 소외주들의 상대적 강세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크게 지수 저점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시장 분위기가 유럽 불안감에서 2분기 실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낙폭과대주보다는 2분기 실적 호전주로 대응하는 전략이 유리한 시점이다.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화학 등이 최선호 업종”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생명 삼성생명 만도 등 굵직한 공모주에 대규모 자금이 한꺼번에 몰리는 현상도 시중에 풀린 엄청난 유동성을 고려할 때 재현될 듯하다. 하지만 공모주 투자 성과는 그리 짭짤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청약경쟁이 상장 후 수익률을 담보하는 것이 아닌 데다, 청약경쟁이 심할수록 투입자본 대비 투자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만도의 경우에서 보듯이 상장 후 유망한 종목이라면 상장 시초가에 사더라도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다. 공모가와 회사 경영·재무실적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중요하다.
쏠림 현상의 완화는 간접투자 시장 내에서도 이뤄질 전망이다. 주가지수 수준이 점차 올라감에 따라 미래에셋에 집중됐던 펀드자금이 다른 운용사로, 또는 펀드 외에 다른 금융상품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랩어카운트로 톡톡히 재미를 본 고액자산가들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금융투자협회가 2007년 이후 국내 10대 운용사의 코스피지수대별 설정·해지 현황을 조사한 자료에서 코스피 1700 이상에서 순유입된 주식형 펀드 자금만 21조 원이 넘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51%를 미래에셋이 차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코스피 1400~1600대에서 이미 4조 원가량이 순유출됐지만, 아직도 1700대 이상에서는 9000억 원, 1800대 이상에서는 4조 원 넘는 자금이 유입된 상황이다.
미래에셋 펀드의 수익률 부진까지 계속되고 있어 코스피 상승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가장 높은 환매 압력을 받을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원금손실로 마음고생을 하던 입장이라면, 원금회복을 계기로 상품 갈아타기에 대한 욕구가 강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이미 상반기 랩어카운트 열풍으로 이미 확인됐다. 지난해부터 이뤄진 고액자산가들의 거치식 펀드 환매자금은 상당부분 랩어카운트로 흘러간 것으로 추정된다.
S 운용사 기관자금 운용팀장은 “특정 종목을 집중 매수해 수익률을 높인 예전 미래에셋펀드의 투자방식은 펀드 사이즈가 조(兆) 단위로 불어나면서 실행이 어렵게 됐다. 따라서 돈 냄새에 민감한 고액자산가들은 일찌감치 예전 미래에셋펀드의 고수익 추구전략을 극대화한 랩어카운트로 자금을 이동시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 자금이 순유입되는 곳이 한국운용 KB운용 삼성운용 등 미래에셋이 아닌 다른 대형 운용사라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물론 이들 운용사들도 코스피 1800 이상에서 유입된 자금이 적지 않지만, 최근 펀드 수익률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에셋과는 다른 양상이 예상된다. 펀드의 특성은 수익률이 높으면 자금이 몰리지만, 자금이 몰려도 수익률이 높아진다. 자금이 순유입되는 운용사와 펀드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