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품은 ‘뻥이요’라는 스낵 브랜드와 코알라빵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제빵 메이커다. 지난 55년 설립된 이 회사는 현재는 창업자의 2세인 서성훈 사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식품분야에만 치중했던 서울식품은 지난 96년부터 사업다각화를 위해 쓰레기 처리 분야에 진출해 한때 각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사는 90년대 후반부터 만성적자에 시달리며 지난 2001년 말에는 경영권이 구조조정회사에 넘어가면서 오너측이 경영에서 퇴진했다. 그러나 서 사장측은 퇴임 1년 만인 2002년 3월 지분을 다시 취득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 경기도 안산의 서울식품 본사. 전직 상무의 아들인 경규철씨가 서울식품 지분 매집에 나섬에 따라 그 배경과 의도를 놓고 갖가지 추측이 나돌고 있다. | ||
서울식품의 M&A에 나선 사람은 경규철씨. 그는 재계는 물론 증권가에서도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그야말로 무명의 인물. 그가 증권가의 시선을 집중시킨 것은 지난 2월11일 서울식품 지분 16.11%를 취득했다고 금감원에 신고하면서였다. 당시 그의 신상은 82년생이고, 회사원이라는 정도만 알려졌다.
경씨는 금감원 신고서에서 자신의 16.11% 지분 외에도 관계자 정아무개씨 등 12명이 5.05%의 지분을 취득해 총 21.16%의 지분으로 서울식품의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서울식품 오너인 서성훈 사장이 보유중인 지분은 16.08%. 따라서 경씨 등이 보유한 지분은 서 회장측보다 5%가량 많아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증권가의 최대 관심은 나이도 어린 경씨가 무슨 돈으로, 왜 서울식품을 인수하겠다고 나섰는가 하는 부분.
증권가에선 일단 경씨의 이번 주식 매입 대금이 그의 부친인 경아무개씨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확인 결과 경씨의 부친인 경아무개씨는 몇 년 전 서울식품에서 임원으로 재직했고, 이후 코스닥 등록기업인 FYD의 대표이사를 지낸 것으로 밝혀졌다.
때문에 증권가에선 경씨의 서울식품 지분확보가 적대적 인수합병 의도라는 점과 함께 서울식품 오너인 서성훈 사장과 모종의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해석도 오가고 있다.
현재까지 파악된 상황을 놓고 보면 경씨와 서 사장측은 오랜 인연을 갖고 있다. 지난 2000년 3월까지 서울식품 상무를 지낸 경씨의 부친은 서울식품 재직 당시 서 사장과 함께 전환사채(CB) 주식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시세조종에 가담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2002년 6월 구속된 적이 있다.
서울식품에서 근무하기 이전 경씨의 부친은 증권사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고, 서울식품 재직시에는 이 회사의 환경 관련 사업부를 이끌었다. 그러나 경씨의 부친은 이 회사의 등기임원에 오른 적은 없다.
그러다 지난 2000년 3월 경씨의 부친은 코스닥등록업체인 FYD의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된 뒤 서울식품을 퇴직했다. 이후 경씨는 2002년 11월까지 FYD의 대표이사로 개인사업을 했다.
시기적으로 보면 경씨의 부친은 회사를 퇴직하고 난 뒤 개인적으로 FYD를 인수해 경영하다가 서울식품 주가조작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경씨의 부친은 FYD의 대표이사직을 물러났다.
이 일로 경씨 부친은 지난 2003년 6월 말 자신이 FYD로부터 받았던 가지급금 29억원을 회수당해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자신의 아파트와 경기도 고양시와 강원도 횡성 소재 부동산이 임의경매에 넘어가는 불운도 맛보아야 했다.
이 부동산은 현재 경매가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사정으로 미뤄 이번 서울식품 지분매집에는 경씨의 부친이 전면에 나설 수 없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경규철씨를 내세워 M&A에 나섰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 것.
문제는 경씨측의 이번 지분매집이 사전에 서울식품 오너측과 교감이 있었을까 하는 대목. 서울식품에선 “사전 논의된 것이 없으며, 경영권 방어를 위해 대책회의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증시 일각에선 서울식품 임원을 지낸 경씨가 회사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서 사장과의 교감이 없이 독자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돈다. 이에 대해 서울식품은 “경씨 퇴사 이후엔 접촉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 같은 해석이 나오는 것일까. 서울식품은 지난 3년간 내리 적자를 기록하면서 자본이 잠식돼 이달 18일자로 4대1(기존 주식 4주를 1주로 감소시키는 것)의 감자가 예정돼 있다. 감자가 이뤄지면 서울식품의 자본금은 현재 2백47억원에서 60억원대로 줄어든다. 실제로 경규철씨가 지분매집 사실을 공시한 지난 2월11일에는 지난해 자본금의 50% 이상이 잠식된 것으로 드러나 매매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이 예상되고 있었음에도 서울식품의 주가는 연초부터 폭등했다. 지난 1월10일 7백60원이던 주가는 이튿날부터 상한가를 치기 시작해 지난 2월11일까지 한 달 동안 5배에 가까운 3천5백55원까지 올랐다.
물론 자본잠식 사실이 공시되면서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지만 서울식품의 주가가 3천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02년 5월 이후 처음이었다. 이렇게 되자 증권가에서는 서울식품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는 과정에 누군가 큰돈을 만졌을 것이라는 말이 오가고 있다.
더욱이 감자를 앞둔 회사의 주가가 이상급등하면서 대주주가 바뀐 부분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것이어서 증권가에서는 경규철씨의 지분매집에 다른 배경이 있지 않느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