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미녀는 괴로워> |
남자친구와의 섹스를 위해 다이어트를 선언한 친구 A의 고백. 최근 사귄 남자친구와 섹스를 시작한 A가 다이어트를 시작한 것은 몸매 콤플렉스 때문이 아니었다. “몸매로 치면 여자가 완전 마른 것보다 좀 통통한 게 낫지 않아? 살이 찌면 가슴도 커지니까 남자 입장에서는 여자가 너무 깡마른 것보다는 통통한 게 좋은 것 같더라. 적어도 섹스할 땐 말이지. 그런데 그건 남자를 만족시키고 싶을 때의 얘기고, 여자인 내 입장에선 내가 말랐을 때가 섹스하기에 더 좋은 거 같아. 일단 내 몸이 예뻐보이니까 섹스에 자신감이 생기고,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쾌감이 더 크기 때문이지. 뭔가 질 안쪽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할까. 내가 3년 동안 한 남자와 연애를 한 적이 있었는데, 통통했을 때보다 말랐을 때가 더 좋았어. 그가 들어올 때도, 내 안에서 움직일 때도 미묘하게 더 잘 느껴졌거든”이라고 말했던 것. 남자친구가 너무 뚱뚱해서 체위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 친구 B의 불평이 떠올랐다. “그의 배 때문에 마주앉는 좌위가 안 돼. 배가 너무 나와서 나와 거리가 생기니까 삽입이 깊숙하게 안 되는 거지. 사실 나는 마주보는 좌위에서 가장 쾌감이 크거든. 그의 눈을 볼 수 있고, 숨소리와 냄새, 심장 소리도 제대로 느껴지잖아. 그런데 그게 안 되는 거야. 그가 제발 살 좀 뺐으면 좋겠어”라고 말이다. B의 남자친구는 배가 많이 나온 아저씨 체형의 남자였던 것이다.
사실 살찐 여자들은 남자와 첫날밤이 다가오면 걱정이 앞선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그 남자가 내 몸매를 보고 뚱뚱하다고 놀리면 어쩌지?’라는 걱정 때문에 남자와 첫날밤을 뒤로 미룬 적도 있다. “한 달 정도 살 뺀 후에 그와 자려고 해”라는 말을 들은 친구의 조언은 “옷으로 네 살을 다 가렸다고 생각해? 절대 오산이야. 그 남자는 네가 통통한 거 다 알고 있어. 그런데도 너랑 자고 싶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일단 해봐. 역사는 그 다음에 이뤄지니까”였다. 이 말을 들은 후부터 나는 적어도 ‘몸매 콤플렉스’ 때문에 남자와의 섹스를 거절한 적이 없다.
그런데 문제는 나의 쾌감. 나는 A의 말에 동의한다. 살이 찌면 확실히 섹스를 하는 데 불편하다. 체위를 바꿀 때도 몸이 무거워서 힘들고, 엉덩이를 들어주는 것도, 다리를 들고 있는 것도 쉽지 않다. 솔직히 A처럼 그가 내 안으로 들어올 때조차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살이 빠지면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여자가 많은데, 여자의 질도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오르가슴을 위해서 다이어트해보는 것도 괜찮은 생각일 듯했다.
남자가 여자의 각선미와 S라인을 좋아하는 것처럼, 여자도 남자의 몸매에 평가를 내린다. 그렇다고 여자가 남자의 식스팩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여자가 좋아하는 남자의 몸매는 아마도 다채로운 체위 변형이 가능한 몸매가 아닐까. 통통한 몸매의 소유자 C는 “남자친구가 평소엔 살 빼라고 구박하다가도, 섹스할 때만큼은 전혀 살쪘다고 싫어하지 않아요. 어느 정도 살집이 있는 여자와의 섹스가 남자를 더 푸근하게 만드나 봐요. 저 역시 허벅지 부실한 남자는 절대 사양이에요. 일단 허벅지가 부실한 남자는 나를 제대로 받쳐주질 못하거든요. 적당히 근육이 있어야 다양한 체위가 가능한 듯해요”라고 말했다.
여성상위를 하는데 남자가 너무 부실해서, ‘아, 이러다 이 남자 죽는 거 아냐?’라고 생각한 후배도 있었다. “나는 여성상위를 할 때 가장 쾌감이 큰데, 그 남자와는 여성상위를 못하겠어요”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전 남자친구는 건장한 체격이어서 내가 위로 올라타도 전혀 부담이 없었는데 남자가 너무 말라서 내 몸무게를 감당하기가 힘들 것 같은 거야. 그러니 다이어트를 하는 수밖에 없겠죠?”라고 말했던 것. “나는 입위를 한 번 해보고 싶은데, 그가 힘이 없어서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어”라고 말한 친구도 있었다.
지금은 잘 기억에 나지 않지만, 어떤 기사에서 ‘살 찐 남자의 페니스가 마른 남자의 페니스보다 길이가 짧다’는 통계를 읽은 적이 있다. 아무래도 살에 파묻힌 페니스는 훤히 드러난 페니스보다 여자에게 삽입이 덜 되지 않겠는가. 이런 경우 살 찐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A처럼 배가 나온 것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살을 빼면? 힘이 없어서 섹스 자체가 맥 빠지게 될 수도 있다. 대체 어쩌라는 거냐고? 섹스는 체력이고, 몸매 관리는 시각적인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녀와의 섹스가 정체기에 돌입했다면, 섹스에 적합한 몸매를 갖춰보는 건 어떨까 제안하고 싶다. 그게 살을 빼는 것이든, 근육을 붙이는 것이든 말이다.
박훈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