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위의 남성과 서너 번 정도 만남을 가진 20대 후반 여성 Y 씨. 말이 잘 통하고, 서로 호감이 있고,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겁다. 손을 잡거나 가벼운 포옹 등 약간의 스킨십도 하는 단계다. 문제는 그가 정식으로 ‘사귀자’는 말을 안 한다는 것.
Y 씨는 사귀는 것도, 그렇다고 사귀지 않는 것도 아닌 애매한 그와의 관계가 답답하다. 그녀는 얼마 전 친구 모임에 갔다가 그런 고민을 얘기했다. 친구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했다. 남자, 여자 함께 만난 그날 모임에서 오고 갔던 얘기들이다.
남: 레디고, 해야 사귀는 건가? 데이트건, 전화통화건 서로 같이 보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면 사귀는 거 아닌가?
여: 남녀 만남에서 가장 중요한 게 신뢰다. 가장 확실하게 상대를 믿을 수 있는 게 고백이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전하고, 상대방 마음도 확인하고, 그 사람에게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사귀자는 말을 하는 게 좋다.
남: 여자들은 참 이상하다. 사귄다는 걸 꼭 말을 해야 아나? 그럼 몇 년을 만나도 사귄다는 말을 안 했으면 사귀는 게 아니겠네.
여: 남자가 적극성이 없어 보이고, 이 남자만 바라보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다른 사람 만나보고 싶은 유혹도 많이 든다. 내 마음이 나빠서가 아니라 사귀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으니까.
남자 생각, 여자 생각이 이렇게도 다를까. 남자는 좋아해서 만나는 거니까 굳이 사귀자는 말을 해야 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것. 반대로 여자는 그렇게 어정쩡하게 만나는 건 싫고, 정식으로 사귀고 싶다는 것이다.
♥ 고백할 필요 못 느끼는 남자, 듣고 싶어 하는 여자
이런 문제로 갈등을 겪는 커플이 의외로 많다. 남자들은 대체적으로 형식이나 절차 같은 것에 얽매이길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 것에 좀 둔감하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여자들은 다음엔 무엇을 하고, 그런 다음엔 무엇을 하고, 만난 지 얼마 정도면 프러포즈를 받고…. 이런 프로세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 남녀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중요한 건 서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나와 생각이 다른 것뿐이라고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자는 남자가 고백을 안 하고, 기념일 안 챙기고, 가끔 무관심한 것 같이 느껴진다고 해서 사랑을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남자는 여자가 너무 겉치레나 형식을 따지는 것 같지만, 그것이 사실은 확인받고 싶어 하는 마음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남녀 관계라는 게 어디까지가 소위 ‘간보는’ 단계고, 어디서부터 사귀는 거라고 선을 긋기 힘들다. 자연스럽게 만나다 보면 정이 들고, 내 사람이라는 마음이 들고, 그게 사랑인 것이다. 그러므로 남자가 자꾸 연락을 하면서도 고백을 안 한다면 마음이 움직여서 그럴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여자가 잘 만나주면서도 뭔가 불안한 기색을 보인다면 그것은 남자의 마음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이해하는 게 좋겠다.
서로의 이런 차이를 알아가고 조금씩 이해하면서 한걸음씩 다가오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