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방자전> |
최근 화제작 <하녀>를 본 많은 남자 동료들이 “영화가 하나도 안 야해. <색, 계> 정도 되는 줄 알았더니, 완전 실망이라니까. 그런데 이정재의 대사 중에 되게 야한 대사가 하나 있어”라고 말했다. 이정재가 하녀인 전도연에게 정액을 삼켜달라고 말하는 것을 두고 한 말이었다. 하하. 포르노를 통해 수없이 봐왔을 오럴 섹스와 그 이후의 장면을 극장이라는 공공장소에서 그것도 커다란 스크린으로 보니 좀 색다르게 뜨끔한 모양이었다. 나는 “그게 뭐? 심지어 너희는 부카케도 좋아하잖아”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저마다 “신체적으로는 좋지만, 여자가 부카케에 흔쾌히 응하면 좀 그렇지” “여자친구에게 부카케를 어떻게 하냐? 미안하잖아” “부카케는 안마방에서나 하는 거지. 돈 주고 뭐든지 할 수 있는 그런 곳에서”라고 입을 모았다. 남자들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부카케는 하녀 취급할 수 있는 여자에게만 요구할 수 있는 권위적인 행동이라는 것을. 그리고 ‘내 여자’에게만큼은 부카케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 매너라는 사실을.
남자들이 이미 알고 있는 대로 보통 여자는 정액을 삼키는 것도, 부카케도 싫어한다. AV를 보면 정액을 마치 요거트처럼 맛있게 먹는 여자가 많은데 왜 현실에선 불가능하냐고? 첫 번째 이유는 정액이 요거트처럼 맛있지 않기 때문이다. 호기심에 정액 맛을 봤다가 “아, 짜! 퉤퉤퉤!”라고 뱉어버린 친구는 “내가 토할 것처럼 ‘켁켁’대니까 남자친구가 미안해하는 거 있지. 그 후에 서로 얼마나 어색했는지! 만약 거기서 섹스가 끝났으면 나는 완전히 실망했을지도 몰라. 그런데 그가 나에게 정말 미안해서 애프터서비스를 해줘야한다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내 모습을 보면서 사랑스럽다고 느꼈는지 곧바로 삽입 섹스를 시작하더라. 그리고 얼마나 피스톤을 열심히 하는지 내가 그를 만난 이후 최고였어”라고 말했다. 그날 이후 둘만의 섹스 라이프가 더욱 화끈해졌음은 물론이다. 그러니까 모든 여자가 정액을 삼키는 행위나 부카케를 무조건 싫어하는 것만은 아니다.
사실 여자가 정액을 삼키는 행위 혹은 부카케를 질색하는 진짜 이유는 정액 냄새 때문이 아니라 부카케를 할 때 남자의 애티튜드 때문이다. 최근 부카케를 경험한 한 친구는 이렇게 말한다.
“손으로 버자이너를 가지고 놀다가 손가락으로 깊숙하게 쿡쿡 쑤시면서 내 얼굴을 보는 남자가 많아. ‘이래도 흥분이 안 돼?’ 하는 눈으로 날 보는데 그 오만한 눈빛이 얼마나 얄미운지. 오럴 섹스를 할 때도 여자에게 무릎을 꿇게 하는 남자들이 있잖아. 여자를 정복하는 것으로 더 흥분을 느끼는 남자와의 섹스는 정말 최악이야. 부카케도 마찬가지지. 부카케를 하고 싶어 하는 남자는 대부분 여자를 노예 정도로 생각하면서 정액을 얼굴에 뿌리고 싶어 하는 거잖아. 그러니 여자가 굴욕감을 갖게 될 수밖에. 그러니까 정액은 삼키는 것까지는 가능해도, 부카케는 싫은 거야.”
<섹스 앤 더 시티>에서 남자의 정액을 받아먹던 사만다가 비릿한 정액의 맛을 개선하기 위해서 남자에게 ‘오로지 채식’만을 강요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의 정액이 정말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사만다는 왜 남자의 식성을 개선하면서까지 그의 정액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그냥 정액을 먹지 않으면 그뿐인데! 그것은 여자가 정액을 먹었을 때 반사적으로 남자의 서비스가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섹스 테크닉이 최고인 남자가 부카케를 원할 때 여자는 그것을 거부하기 어렵다. 부카케 때문에 섹스킹을 떠나보낼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섹스를 아무리 잘하는 남자라도 부카케를 강요하면서 여자에게 특별한 서비스를 하지 않는다면? 여자는 부카케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섹스를 잘하면서 부카케를 요구하지 않는 남자도 많으니까.
요는 정액의 냄새나 맛이 아니라 남자의 애티튜드다. 섹스만큼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한 게임이 있을까? 서로의 입술과 혀가 움직일 때만이 완벽해지는 키스처럼, 섹스도 서로의 쾌락을 위해 애쓰지 않으면 2% 부족한 섹스가 되게 마련이다. 정액을 삼켜달라고? 부카케? 간절히 원한다면 요구해도 좋다.
단, 그녀에게 요구한 만큼 스스로 머슴이 될 각오도 해야 한다. 커닐링구스로 여자를 오르가슴에 이르게 했다면? 그녀의 발가락 하나하나를 애무해서 여자가 녹초가 되어버렸다면? 바로 그 순간 여자에게 정액을 삼켜달라고 요구한다면? 어떤 여자도 거부하기 어려울 것이다. 남자에게 충분히 사랑받은 여자는 그 어떤 여자보다 과감해지니까.
박훈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