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PEF라는 ‘신무기’를 들고 돌아와 금융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박현주 회장의 얼굴 합성사진. | ||
그는 IMF 시절 당시로선 신금융기법인 뮤추얼펀드를 선보이며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지만 펀드운용 과정에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던 지난 2000년 많은 뒷말을 남기고 한국을 떠났다. 그런 그가 다시 돌아왔다. 한때 풍운아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그의 복귀를 바라보는 금융가의 시선은 상반된다.
일각에서는 ‘단물 빨아먹고 사라졌다가 때가 되니 다시왔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한국 금융을 한 차원 높인 주인공의 복귀는 바람직하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다.
복귀에 나선 그가 내민 신금융 전략은 기업 인수. 현재 그의 기업인수 사냥의 표적이 된 곳은 세종투신과 SK투신 등 2개사. 박 회장은 현재 이들 회사의 인수와 관련해 금감원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박현주 회장은 세종투신과 SK투신을 합병, 맵스투신이라는 이름으로 재출범할 방침이다. 맵스투신의 경영은 박 회장이 직접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이미 아시아금융의 본거지인 홍콩 진출도 적극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최근 홍콩에 미래글로벌에셋매니지먼트(MGAM)를 세우기 위해 재경부와 금융감독위로부터 해외활동을 위한 인허가를 받았고, 홍콩 당국에도 등록했다. 이 회사는 오는 4월부터 영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지난 99년 박현주 펀드 운용 이후 투자실무에 직접 나선 적이 없었다. 때문에 그가 새로 인수한 투신운용에 1천억원 이상 규모의 사모주식펀드(PEF)를 만들어 직접 투자에 나서겠다고 선언하자 금융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이 투자하는 방식이 최근 선진 금융시장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는 PEF(Private Equity Fund)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투자방식은 1백인 이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기업을 인수한 뒤 구조조정을 거쳐 매각차익을 거두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기업 사냥꾼인 셈이다.
PEF의 자금조달 방식은 공모가 아닌 ‘사모’방식으로 이뤄지며, 회사 인수 루트는 증권시장이 아닌 대주주나 채권단이다. 그러나 이 펀드는 만기가 5~10년으로 장기여서 투기성 펀드인 헤지펀드와 차이가 있다. 최근 KTB가 큐리텔을 팬텍의 박병엽 부회장과 공동인수한 뒤 지분을 처분해 막대한 차익을 남긴 것이 한 사례이다.
최근 국내 선두 증권사인 삼성증권 황영기 사장도 “PEF 투자는 ‘돈을 주워 담으면 되는 시장’이라고 부를 만큼 수익성이 높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실 이 투자기법은 수수료만으로는 성장이 한계에 달한 증권회사의 새로운 돌파구로 여겨지고 있다. 최근 금융가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이헌재 펀드도 PEF다.
금융가에서는 삼성증권의 경우 재벌 계열사라는 점 때문에 자금운용에 핸디캡이 있지만 미래에셋은 전업 금융회사란 점에서 삼성보다 몸이 가볍다.
물론 조단위의 자금을 모아야 제대로 PEF 운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금력이 처지는 미래에셋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실제로 SK투신의 인수 작업이 지지부진하자 일각에선 자금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박 회장측은 “SK투신의 인수협상이 길어진 것은 SK투신이 갖고 있는 자산의 부실화 위험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지느냐 하는 문제 등 매각조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박 회장은 세종과 SK투신에 이어 LG증권의 투신운용 분야를 인수해 경영하고 싶다고 공식 제안하는 등 기염을 토하고 있다. 다른 시중은행과 LG증권을 공동 인수한 다음 투신운용 분야만 떼어내 독자 경영하겠다는 것이 그의 야심이다.
이와 관련해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사장은 “증권사 인수는 관심없다. 메릴린치를 보면 계열사와 전략적 제휴를 포함해 1백 개 이상의 자산운용사와 관계를 맺고 있다. 이 자산 운용사의 상품을 투자자들에게 연결시켜 주는 것이다. 우리는 자산운용사에 역점을 둔 금융그룹을 지향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