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가 미국 출장을 간 뒤 3주 만에 귀국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
이에 앞서 지난 1월19일 이건희 회장이 청와대 오찬 회동 이후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것을 비롯, 1월28일에는 이학수 부회장도 이 회장의 부름을 받고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런 상황속에 이번에는 이재용 상무까지 미국으로 장기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확인돼 그가 미국 출장길에 오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건희-이학수-이재용 삼성그룹 핵심 3인방의 미국 출국은 검찰이 삼성에서 한나라당에 건넨 1백70억원의 채권이 새로 발견된 시점을 전후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들의 출국이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무관치 않을 것임을 시사하고 있는 대목. 삼성 수뇌부가 모두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는 검찰의 삼성에 대한 대선자금 제공 수사는 지난달 13일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동시에 구조조정본부 차장에 임명된 김인주 재무팀장에 대한 수사로 국한돼 이뤄지고 있다.
당초 대선자금 수사 초기, 거론됐던 이학수 부회장은 미국으로 출국한 상태여서 ‘입국시 통보조치’를 했다. 이에 반해 이건희 회장이나 이재용 상무의 경우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전혀 소환 대상자로 거론되지 않았음에도 장기간 미국에 체류하고 있거나 장기 해외출장을 다녀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렇게 되자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삼성의 경우 (대선자금으로) 드러난 액수가 4백22억원이나 된다”며 “이것은 단순히 기업이 로비하는 정도가 아니라 검은 돈으로 권력을 사려고 한 것”이라며 “처벌해야 한다는 것이 국민 정서”라며 이건희 회장을 직접 거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검찰 안팎에서는 이건희-이재용 오너 일가와 이학수 부회장 등 핵심 인사가 모두 해외로 출국한 것에 대해 도피성 출국이 아니냐는 의문을 던지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강도를 더하고, 그룹 수뇌부에 수사 초점이 모아지는 것을 감지한 삼성측이 검찰 소환 등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출국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인 것. 이와 함께 검찰 주변에서는 관심을 끄는 얘기가 빠르게 퍼지고 있어 주목된다.
검찰이 삼성의 대선자금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여러 계좌를 뒤지다가 좀더 충격적인 자금내역을 보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검찰이 본 내역이 어떤 것인지는 현재 확인이 불가능하지만 ‘쇼킹’한 내용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는 것.
이 같은 얘기는 이례적으로 이건희-이학수-이재용 3인의 연쇄 출국과 맞물려 설득력을 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 수뇌부의 동반 미국행을 두고 또다른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 수뇌부의 미국행은 단순히 검찰의 대선자금 수사 때문이라기보다는 지난해 말 검찰이 불구속 기소한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상속’건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이 그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말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상속과 관련, 허태학 삼성 석유화학 사장(전 에버랜드 사장)과 박노빈 현 에버랜드 사장(전 에버랜드 상무)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바 있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역시 한 달 동안 미국 출장중. 삼성그룹에선 출장 일정이나 장소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 ||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상무는 편법상속의 이해 당사자이고, 이학수 부회장은 편법상속을 사실상 지휘했을 것으로 검찰 주변에서는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이재용 상무의 미국 출장은 에버랜드 전환사채 문제에 대한 수사를 앞두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검찰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선자금 수사를 이달 말까지 마무리하고 다음달부터 이재용 상무에 대한 편법상속 문제 등 재벌 2세들의 재산이양과 관련한 불법성을 조사할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이재용 상무를 비롯해 최태원 SK주식회사 회장, 그리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사장, LG그룹 구본무 회장 일가 등이 수사대상에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용진 부사장의 경우 지난 98∼99년을 전후해 광주신세계백화점 증자과정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정용진 부사장은 짧은 기간 동안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드러나 출장목적을 두고 여러가지 관측이 오가고 있다.
이중 단연 법조계와 재계의 관심을 끄는 인물은 이재용 상무다. 법정공방이 예상되는 이 상무에 대한 편법상속 문제가 어떻게 매듭되느냐 하는 부분은 재계 전체로 볼 때 상당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은 이건희 회장 이재용 상무 부자와 이학수 부회장의 미국행에 대해 세간에서 제기되고 있는 도피성 출국 의혹을 강하게 부정했다.
삼성그룹 구조본 고위 관계자는 “이재용 상무의 출장은 이건희 회장이나 이학수 부회장의 경우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며 “(세 사람이 출장길에 함께 오른 것은) 오비이락일 뿐”이라며 “이 상무는 삼성전자 비즈니스 때문에 출장길에 올랐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 상무는 (이건희) 회장과 같이 있지도 않을 뿐더러, 3주 만에 귀국했다”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상무의 이번 미국 출장은 LA와 뉴욕, 워싱턴을 경유하는 비즈니스 출장이라는 것이 삼성측의 해명이다.
삼성측은 또 에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상속과 관련해 “이미 검찰이 기소했고, 현재 이 건은 법정으로 옮겨간 상태”라며 “법원에서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순리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특히 삼성측은 “전환사채 문제와 이재용 상무의 출장을 연계시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며 “이 상무는 전환사채 문제에 있어 수혜자인데 굳이 외국에 나가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측은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의 해외 출장이 장기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공개할 수 있는 출장이 있고, 공개하기 곤란한 출장이 있는데, 이번 출장은 일정이나 장소를 공개하기 곤란한 출장”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차차 알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