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원은 지난 11일 AMS의 전 대주주인 CCK밴과 특수 관계인인 이동욱씨(이후락씨의 아들), AMS의 현 대표이사인 문영갑 사장 등 8명을 공금횡령 및 자금 유용 혐의로 청주지방경찰청에 고소했다.
AMS는 신용카드 등 플라스틱 카드를 만드는 업체. 태고종은 지난 1월 AMS의 대주주인 CCK밴측에 주식인수대금 30억원을 주고 전격 경영권을 넘겨 받았다.
▲ 불교 태고종의 재산을 관리하는 태고원이 이후락씨의 아들 이동욱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화제. 사진은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 | ||
태고종이 AMS를 인수한 뒤 기존 대주주들을 상대로 소송에 나선 것은 실사를 해본 결과 막대한 자금이 유용된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
사건이 불거진 뒤 태고종은 AMS 자금 횡령과 관련, 이 회사의 대주주격인 이동욱씨를 사건의 핵심으로 지목하고 있다. 태고종이 이씨를 지목하고 있는 것은 이 회사가 매각되기 전인 지난해 중반까지 이씨가 AMS의 부회장을 지내며 사실상 회사 경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
최태원 SK주식회사 회장 등 나머지 대주주들은 설립 이후 사실상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고, 지분도 나중에 계열사나 다른 곳에 매각해 이 회사와 깊은 연관을 갖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동욱씨는 AMS의 대표이사를 지낸 적은 없지만 아직도 이 회사의 등기이사로 올라 있다. 이씨는 AMS의 대주주인 CCK밴의 대주주여서 사실상 이 회사의 주인인 셈이다.
CCK밴 출범 당시 이동욱씨는 8.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17.60%의 지분을 가진 이정호씨가 최대주주이다. 태고종에 따르면 이정호씨는 지난해 이동욱씨의 지분을 받아 최대 주주가 됐다고 한다. 이정호씨는 지난 2000년부터 2002년 사이 CCK밴의 대표이사를 맡기도 했다.
태고종이 AMS를 인수하게 된 계기는 문영갑 AMS 사장과 태고종 간의 인연 때문으로 알려졌다. 불교 신자인 문 사장과 태고종단의 한 간부가 서로 친분이 두터워 기업 매매까지 이뤄졌다는 것.
인수 초기만 해도 태고원에서는 AMS의 자금횡령혐의 내막에 대해 전혀 몰랐다. 태고원 관계자는 “지난 1월 총무원장이 AMS 인수를 공식 발표할 때만 해도 횡령 사실을 몰랐으나, 나중에 확인 결과 횡령액이 수백억원대에 이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인수 당시 태고원이 파악한 AMS의 부채는 50억원선. 이 부채에 대해 AMS측은 기존 대주주의 출자전환 등으로 부채를 정산하자는 제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실사에 들어가면서 숨겨진 부채가 수백억원대로 불어났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불거지자 문영갑 사장은 뒤늦게 태고종단측에 “회사 인수를 철회하면 10억원을 주겠다”는 해프닝성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태고종단에서는 인수의사를 철회하진 않았다. 이미 공개적으로 인수를 발표한 상황인 데다 회계 부정이 있다고 인수를 철회하면 부정한 사실을 묵인해주는 셈이어서 인수를 강행했다는 것.
현재 태고종단이 밝혀낸 AMS에서 사라진 돈은 2백5억원. 태고종단은 이 금액에 대해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이 부채에 대해 기존 대주주인 CCK밴과 이동욱씨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조치였다.
태고종단에선 이동욱씨를 지목해 고소한 이유에 대해 “AMS 이사로 경영에 참여했던 이동욱씨가 이사회를 열지 않은 채 이사회 회의록을 허위로 기재해 AMS의 양도성예금증서(CD) 75억원어치와 정기예금 1백억원을 담보로 CCK밴에 1백5억원을 불법 대출을 해준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태고종단은 또 이동욱씨가 사실상 대주주로 있던 S사가 새누리상호신용금고를 통해 70억원을 대출받는 과정에도 AMS가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상호신용금고는 이동욱씨의 친형 이동훈씨가 회장으로 있는 제일화재에서 100% 출자한 신용금고.
이에 대해 CCK밴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태고종단의 주장이 사실인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협의할 부분도 있다”라고 주장했지만 구체적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이 거래를 중개한 문영갑 사장은 현재 해외로 출국한 상태여서 입장을 확인하기가 불가능했다. 문 사장은 현대자동차 기획실에서 근무하다 AMS의 전문 경영인으로 영입된 인물이다.
한편 태고종단이 부실채권과 관련해 경찰에 고발하는 등 강력대응에 나서자 이동욱씨측은 “대출금 2백억원 가운데 일부에 대해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사태진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사법기관에 고발장이 제출된 상황이어서 이번 사건은 재벌 2세들이 연루된 또다른 비즈니스스캔들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