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기(차례로 왼쪽 위부터), 소병해, 표문수, 이웅렬 | ||
최근 금융감독원이 주요 대기업들의 대주주 명단을 공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기업의 개인 주주명단이 공개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이번에 명단이 공개된 것은 일부 상장기업들이 정기주총을 앞두고 회사측에 ‘의결권 대리행사’를 위임한 개인주주명단을 금감원에 제출한 것이 외부로 새어나왔다.
어쨌든 이번에 명단이 드러남으로써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주식 갑부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됐다. 현행법상 상장기업들은 회사 지분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주주명단은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또 삼성, 현대, LG 등 그룹 오너 일가 역시 자신이 소속돼 있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면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한 회사의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대주주도 아니고, 오너 일가와는 상관도 없는 일반인들의 보유주식 내역이 공개됐으니 당연히 화제가 될 만하다.
특히 이들 ‘주식 갑부’들의 면면을 보면 주식을 보유하게 된 배경에서부터 재산증식을 하는 과정에 각양각색의 사연들이 담겨 있어 더욱 흥미를 돋구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블루칩 주식인 삼성전자, SK텔레콤, 포스코,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의 주식을 수백억원어치나 보유하고 있는 주식 거부들의 재산을 엿보자.
이번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주식을 1백억원어치 이상 갖고 있는 거액 개인주주는 무려 33명.
이건희 회장 등 오너의 직계가족은 아니지만 친인척 지간인 사람들이 다수다. 또 스톡옵션 등을 통해 주식을 보유하게 된 삼성전자 전현직 임원, 계열사 전직 임원 등이 주류다.
하지만 삼성과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개인주주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9월5일 종가가 44만3천원이었으나 6개월 만인 지난 3월5일 종가가 56만4천원으로 25% 이상 급등했으니 이들의 주식 재산도 그만큼 늘어난 셈. 이들이 한 해 삼성전자 배당금으로 챙기는 금액만 따져보더라도 수십억원대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LG전자의 주식을 1백억원어치 이상 보유한 개인주주(오너 일가족 제외)도 2명 있고, 포스코 SK텔레콤 한진해운 등에도 1명씩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모두 ‘주식갑부’로 일반인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이들이 주식을 보유하게 된 사연은 가지각색이다.
1. 스톡옵션 대박형
삼성전자의 주식을 대거 보유한 주식 갑부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과거 삼성그룹에 몸담았던 임원들이다. 이들은 대부분 삼성그룹의 임원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싼 가격에 스톡옵션 형태로 주식을 받은 게 대박이 난 경우다.
삼성전자의 개인주주 중 가장 주식이 많은 사람은 이종기 전 삼성화재 회장. 이 전 회장은 삼성전자 주식 8만5천7백6주를 보유, 이를 현재가로 환산하면(지난 3월5일 종가기준) 4백83억3천만원대에 이른다.
그는 삼성그룹의 전직 회장이라는 직함보다는 오너 일가 중 한 명으로 더 유명하다. 이 전 회장의 부인은 고 이병철 회장의 넷째 딸인 덕희씨이고, 이건희 회장이 처남이다.
그의 부인인 덕희씨 역시 스톡옵션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삼성전자의 주식 2만2천9백44주를 보유, 평가액이 1백29억원대에 달한다.
이 전 회장을 제외하고 삼성 출신 임원 중에서 1순위 재산가는 소병해 삼성화재 고문. 소 고문은 삼성화재 고문보다는 고 이병철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소 고문은 삼성전자 주식 6만3천9백28주를 보유, 주식재산만 3백60억원대.
경주현 삼성종합화학 고문회장과 이길현 전 신라호텔 사장의 주식 재산도 2백억원대에 육박한다.
경 회장은 삼성전자 주식 3만5천3백12주를 보유하고 있고, 이길현 전 사장은 2만7천4백76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의 주식 재산은 1백99억원과 1백52억원이다.
이들 외에도 삼성전자 임원 출신 가운데 스톡옵션으로 대박이 난 사람은 여러 명이다. 이두석 전 삼성전자 전무의 삼성전자 주식 보유 재산은 1백14억원(2만3백51주), 하장근 전 신세계푸드 사장은 1백18억원(2만9백42주), 안시환 전 삼성항공 사장(현 안진회계법인 부회장)은 1백12억원(2만 주), 양수제 전 중앙일보 부사장은 1백9억원(1만9천5백 주)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2. 대물림 대박형
현재 기획예산처 산업재정심의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신철식씨는 물려받은 주식이 대박난 케이스. 신씨는 현재 삼성전자 주식 1만9천9백 주를 보유(평가액 1백12억원)하고 있다.
신씨가 이처럼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 보유하게 된 것은 부친 신현확 전 삼성물산 고문 덕분이다. 신 전 고문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주식을 아들 철식씨에게 대물림했다. 신씨가 부친으로부터 주식을 물려 받을 당시 삼성전자 주가는 1만원대였던 것으로 알려져 50배 수익률을 기록하게 됐다.
3. 저축스타일 대박형
몇몇 ‘큰손’ 투자자들의 경우 돈이 생길 때마다 저축을 하듯 주식에 투자해 대박을 터트린 사람도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개인투자자는 은귀주씨. 은씨는 삼성전자의 전직 임원도 아니고, 오너 일가와 관련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러나 그는 삼성전자 주식 4만4천5백50주를 보유, 3월 현재 평가액이 2백51억원대에 이른다.
은씨는 현재 삼성 오너 일가를 제외한 삼성전자의 주식 갑부 33명 중 랭킹 3위. 은씨는 1950년생으로 서울에 거주하다 지난 99년 해외로 이민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주주 중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사람은 노무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태광실업의 박연차 회장. 박 회장은 현재 부산에서 국내 신발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노 대통령의 후원자임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는 사람이다. 그가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2만5천2백 주로 평가액은 1백42억원대.
4. 오너들의 투자
재벌 오너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주식은 물론 다른 우량 회사의 주식에도 투자하고 있다.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은 SK텔레콤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고, SK텔레콤의 표문수 사장은 현대차 주식을 보유중이다.
이 회장은 SK텔레콤 주식 2만8천4백87주를 보유(평가액 64억원)하고 있고, 표 사장은 현대차 주식 5만7천1백40주(평가액 29억원)를 보유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