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재계오찬회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오른쪽)과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 ||
이건희 삼성회장가의 주식 재산은 무려 3조9천1백79억원에 달했다. 이 수치는 2위로 랭크된 신격호 롯데가(2조1천1백39억원)에 비해 배에 가까운 것이었다.
대주주 지분 전문분석기관인 ‘에퀴터블’(www.equitables. co.kr)은 최근 2004년도 주식 재산 1천억원 이상(상장 및 비상장 계열사 보유 주식 평가 기준)의 ‘대부호 일가’ 리스트를 발표했다.
에퀴터블은 주식 평가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비상장주식의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순자산 대비 주가비율)을 일일이 적용했다. 시가가 없는 비상장 주식의 가치를 좀더 현실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또 상장주식의 경우에는 2003년 12월31일 종가 기준으로 평가했다.
이번 조사 결과 1위는 3조9천1백79억원을 기록한 이건희 회장 일가가 차지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02년 이후 3년째 선두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또 2위는 신격호 롯데회장가로, 주식재산은 2조1천1백39억원이었으며, 3위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일가(1조2천1백52억원)가 차지했다. 정 회장 일가는 지난해 8위였다가 올해는 3위로 급상승했다.
지난해 3위였던 이명희 신세계회장 일가는 추정평가액이 9천8백43억원으로 2003년도보다 늘었지만 정몽구 회장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일가의 재산평가액이 크게 늘어나면서 5위로 밀려났다.
2004년 평가 결과 전자 및 서비스 업종이 건설·섬유 업종보다 주가순자산비율이 높게 나타나 전자업종 등의 비상장 주식을 보유한 부호 일가의 추정 재산액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예를 들면 지난해 40위에 랭크되었던 박성수 이랜드 회장 일가가 올해는 부호 리스트에서 탈락했다. 또 지난해 1천억원대 이상 부호 대열에 오르지 못했던 10여 개의 일가가 새로 얼굴을 내밀었다.
올해 부호 리스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새로 10위권에 진입한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 일가다. 지난해 조양래 회장 일가의 추정재산액은 1천4백31억원으로 36위에 머물렀으나, 올해는 추정재산액이 5천억원에 육박, 단숨에 7위에 랭크됐다.
조양래 회장 못지않게 주목을 끄는 기업인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가다. 현대차도 유례없이 좋은 수출 실적과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계기로 주가가 급상승해 정몽구 회장 일가의 주식평가액을 2002년 대비 3배에 달하는 1조2천억원대에 올려 놓았다.
이에 따라 전세계의 부호 일가를 집계하는 <포브스>의 기준이 10억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내년에는 정몽구 회장이 <포브스>에 이름을 내밀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올해 <포브스>의 억만장자 리스트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만이 한국 기업인으로서 명함을 내밀 것으로 전망된다.
또 지난해 10대 부호 일가 중에서는 교보생명 신용호 명예회장이 작고하면서 신창재 회장 직계가족 위주로 재산 평가(2천5백42억원)가 이루어지면서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교보생명의 순위는 지난해 6위에서 올해는 19위를 기록했다.
분식회계 사건에 휘말린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9위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아예 리스트에서 탈락했다. 최 회장의 경우 SK주식회사 지분과 SK텔레콤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채권단에 담보로 맡겨진 상황이어서 평가가 무의미하다.
대교그룹 강영중 회장의 경우 주력 기업인 대교가 상장하면서 오히려 비상장기업일 때보다 시가가 낮게 형성되면서 순위가 7위에서 10위로 하락했지만, 10대 부호 일가에는 포함됐다.
2004년도에 새로이 등장한 1천억원 이상 부호 일가는 모두 11곳.
먼저 신규 부호 일가 중 가장 높은 순위에 랭크된 레인콤의 양덕준 사장과 플레너스의 방준혁 사장은 벤처사업으로 일약 부호 대열에 오른 인물들이다.
지난해에는 유일전자 양윤홍 사장만이 1천억원 이상의 추정재산액으로 부호 리스트에 새로 포함되었지만, 올해는 이들 두 젊은 부호가 새로이 등장함으로써 벤처사업이 부호 대열에 다다르는 가장 빠른 길 중의 하나임을 입증했다.
이에 반해 ‘TIME’ 브랜드로 유명한 한섬의 정재봉 회장은 지난 87년 창업 이래 차근차근 계단을 올라온 기업인. 한국에 제대로 된 패션 브랜드 하나 없는 상황에서 여러 브랜드를 잇달아 내놓으며 우량기업으로 자리잡은 한섬은 해마다 2백억~ 3백억원대의 순익을 내며 한국의 대표적인 패션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건설경기 호황 덕을 크게 본 성신양회 김영준 회장 일가도 추정재산액 1천억원을 달성한 또 하나의 전통업종 기업인이다. 성신양회의 작년 반기 실적은 3천2백58억원 매출에 7백2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여 시멘트 업종 가운데 단연 두각을 나타냈다.
[갑부 순위]
순위 - 전년도 - 일가 대표 - 그룹 또는 회사명 - 추정 재산액(억 원)
1 - 1 - 이건희 회장 - 삼성 - 39,179
2 - 2 - 신격호 회장 - 롯데 - 21,139
3 - 8 - 정몽구 회장 - 현대차 - 12,152
4 - 4 - 구자경 명예회장 - LG - 10,319
5 - 3 - 이명희 회장 - 신세계 - 9,843
6 - 5 - 정상영 명예회장 - KCC - 5,789
7 - 36 - 조양래 회장 - 한국타이어 - 4,978
8 - 11 - 서경배 회장 - 태평양 - 4,961
9 - 10 - 이재현 회장 - CJ - 4,830
10 - 7 - 김영중 회장 - 대교 - 4,7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