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한행수 삼성 홈E&C 회장. | ||
특히 유권자들이 느끼는 ‘경제 불황’ 심리를 불식시키기 위해 여야 정당에서는 재계 인사들의 영입에 적지 않은 공을 들이고 있다.
‘올인’ 전략을 펼치고 있는 열린우리당에서는 지난달 15일 입당한 이계안 현대캐피탈 회장을 비롯해 22일에는 김선배 현대정보기술 사장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앞서 우리당은 지난해 10월 한행수 삼성 홈E&C 회장을 일찌감치 영입해 총선 출마를 준비해오고 있다.
한나라당도 재계 인사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윤환 전 의원의 친동생인 김태환 금호 아시아나 고문이 경북 구미에서 출마를 준비중이고, 이수증 전 삼성중공업 부사장도 경북 칠곡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민주당에는 SK 상무를 지낸 구해우씨가 오래전에 입당, 출마를 준비중이다.
여야 각 정당에서 재계 인사들을 영입, 총선 전면에 내세우는 이면에는 유권자들에게 ‘경제 안정감’을 실어주려는 의도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 총선의 경우 총선을 앞두고 대기업 등에 대한 ‘대선자금’ 수사가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대선자금 수사와 연관지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특히 실질적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영입된 현대와 삼성 출신의 거물급 재계 인사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계안 현대캐피탈 회장의 경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오랫동안 모셔온 측근 중의 측근이다. 이 회장은 1976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이래 85년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파견근무를 하면서부터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측근 인사로 활동했다.
현대석유화학 이사와 상무이사를 거쳐, 96년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전무이사를 지냈다. 98년 현대그룹 종합기획실 부사장을 지냈고, 그해 12월부터 현대·기아 자동차부문 기획조정실장을 지냈다. 99년 현대자동차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01년 7월부터 현대캐피탈(주) 회장을 맡아왔다.
특히 현대그룹이 2000년 왕자의 난을 통해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으로 분사된 이후, 현대차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자금줄’을 관리해 오던 이 사장이 우리당에 입당한 사실을 두고 적지 않은 뒷말이 나돌기도 했다.
▲ 지난달 22일 입당한 김선배씨. 이종현 기자 | ||
한행수 삼성 홈E&C 회장의 열린우리당 입당도 관심이 쏠리기는 마찬가지다. 한 회장이 삼성그룹 내에서 쌓아온 이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 회장은 1970년 제일모직에 입사한 이래 삼성물산 경리과장과 관리부장을 역임하고 1984년 삼성물산 이사로 재직했다. 한솔 이사를 거쳐 삼성전자 상무이사로 근무했고, 지난 87년부터 삼성전자 관리본부장 겸 자금담당 임원으로 재직했다. 또한 한 회장은 삼성 회장비서실 전무이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이어 한 회장은 92년부터는 삼성건설 주택사업본부장을 거쳐 삼성물산 건설부문 주택사업본부장 겸 부사장을 역임했다. 그러다가 99년 삼성라이온즈 대표이사 부사장을 역임했고 이어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삼성물산 건설부문 경영고문을 거쳐, 지난 2001년 7월부터 삼성 홈E&C 회장으로 재직했다.
한 회장은 지난 70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이래, 회장 비서실 등 핵심요직을 거쳐 온 ‘삼성맨’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한 회장의 열린우리당 입당을 두고 단순한 총선용 영입으로만 해석되지 않고 있다.
특히 한 회장이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시기가 지난해 10월로 검찰의 대기업 대선자금 수사가 한창 진행중이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해석이 덧붙여지고 있다.
물론 이 같은 분석에 대해 열린우리당측에서는 펄쩍 뛰고 있다. 우리당의 한 인사는 “이계안 회장의 경우, 영입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아느냐”고 반문한 뒤, “정동영 당의장까지 영입에 나선 뒤에야 영입에 성공했는데, 무슨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처럼 해석하는 것은 억측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 회장의 경우 현대에서 성장할 만큼 성장했고, 재계에서 쌓아온 경영 마인드를 정치권으로 옮겨 실현시키기 위해 온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