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가 화성동탄신도시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제공 = 경실련 | ||
오는 5월 동시분양을 앞두고 있는 경기도 화성동탄택지개발지구 개발과정에서 한국토지공사가 대형 건설회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대기업 건설업체들이 특혜를 받은 시기가 지난 2002년 대선과 미묘하게 맞물려 있어, 이들 업체들이 이 특혜를 통해 대선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시민단체로부터 제기됨에 따라 그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가 된 화성동탄지구는 판교, 파주 등과 함께 ‘제2기 신도시’로 개발되는 곳으로, 분당, 일산 신도시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신도시. 개발되는 전체 면적만 해도 총 2백73만 평에 이를 정도다.
현재 이 지역은 오는 5월 동시분양을 계획하고 있으며, 평당 약 6백50만∼7백만원에 일반인에게 분양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이 택지가 분양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시민단체에 의해 특혜시비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
어떻게 된 일일까.
지난 10일 시민단체인 경실련은 동숭동 경실련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실련이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은 “한국토지공사가 화성동탄 개발지구가 택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일부 대기업 건설회사에 특혜를 준 의혹이 있다”는 것 때문.
여기에서 언급된 대기업 건설회사는 현대산업개발, 포스코건설-월드뷰 컨소시엄, 삼성물산, 롯데건설-대동종합건설 컨소시엄, 금강종합건설, 한화건설 등 6개 업체다.
경실련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토지공사가 이들 업체에 화성동탄 택지를 특혜로 분양했고, 이들 대기업 업체들은 이 같은 특혜를 통해 각 업체당 6백여억원의 이익을 챙길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또 경실련은 한국토지공사가 화성지구를 개발한 과정을 처음부터 살펴보면 이들 대기업 건설회사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개발과정 자체를 끼워 맞췄을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아파트값 거품빼기 운동본부의 박정식 팀장은 “한국토지공사가 화성동탄 택지를 개발하면서 편법으로 업체에 대해 특혜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이 제기하는 의혹은 크게 세 가지.
한국토지공사가 이 택지에 대한 개발권을 부여한 방법과 현대산업개발 등 주택을 건설하는 시공사에게 시행사의 영역(설계)을 허락한 배경 등이 주요 골자다.
경실련의 박 팀장은 “공사가 택지에 대한 개발권을 부여할 때 보통 ‘추첨식’을 사용하는데 이번에는 특이하게 ‘경쟁 입찰식’을 채택한 것부터가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박 팀장의 말에 따르면 추첨식이 아닌 택지 설계 공모를 통해 업체를 선정하는 경우에는 이에 대한 결정권을 가진 공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 즉 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 등 업체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일부러 이 같은 선정방식을 채택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토공은 “이번에 현상공모를 한 곳을 화성 신도시를 상징하는 시범단지였다”며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는 단지라서 가장 좋은 개발구상안을 공모하기 위해 추첨이 아닌 경쟁입찰을 채택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경실련의 의혹 제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현행법상 건축물에 관한 설계는 건축사만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산업개발, 한화건설, 삼성물산 등 주택건설업자(시공사)가 설계에 공모하도록한 이유도 석연치 않다”며 “더욱이 설계 공모에서 채택된 대가로 개발단지의 택지를 업체당 평균 1만 평씩 나눠준 것은 명백한 특혜”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가 시작된 이후 설계 공모를 통해 택지를 분양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는 것.
경실련 관계자는 “과거 분당을 개발하면서 설계 공모에서 당선된 일부 업체들에게 택지를 분양한 전례가 있다고는 하지만, 평당 2백만원이었던 시절과 지금(평당 6백50만~7백만원)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분양가 자율화 이후에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처음”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토공은 “시공사들이 개발 주택지를 공급받아, 건설주체 스스로가 사업 타당성을 검토하는 등 최상의 안을 제시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실련은 토공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당초 3개의 업체를 선정키로 했다가, 나중에 공고도 없이 6개의 업체를 선정한 것도 문제”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계약방식 등은 뒤로하고라도 당초 계획과 다르게 6개의 대기업이 설계 공모에 당선돼 택지를 분양받았다”며 “공모 채점 방식도 점수제가 아닌 ‘○×방식’으로 이뤄졌다”며 문제를 조목조목 짚고 나왔다.
더욱이 이들 건설업체 중 일부는 현재 대선비자금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시민단체의 의혹제기는 커지고 있는 상황.
경실련 관계자는 “업체를 선정한 날짜는 지난 2002년 12월17일”이라며 “특히 선정된 업체 중 몇몇 업체가 현재 대선 비자금과 관련해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석연치 않은 부분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토공은 “응모 업체가 총 53개나 되는 등 예상과 다르게 많은 업체들이 경쟁에 참여했다”며 “보다 많은 참여기회를 주기 위해 기존의 3개 업체 선정에서 6개로 바꾼 것일 뿐, 어떤 의도도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오히려 토지공사측은 경실련이 자신들을 상대로 얼토당토한 주장을 펴고 있다며 ‘전혀 사실무근’임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한국토지공사 관계자는 “이번에 제기된 의혹으로 인해 공사는 물론, 임직원들 모두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우리의 명예회복을 위해 언론과 시민단체 등에 대해 법적 소송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경실련은 “향후 감사원에 이번 사안에 대해 정식으로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향후 화성동탄 택지개발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 공방은 감사원을 넘어 법정으로까지 넘어갈 가능성도 있어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