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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9일 유소년 축구지침서 출판기념회에 참 석한 정 의원. | ||
여기에는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노 후보측과 정치생리상 노선을 같이할 수 없는 이 의원 간의 반목이 크게 차지하고 있다. 일부 최고위원들이 제기하는 것처럼 신당창당에 대한 한화갑 대표의 정치력 부재 또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신당작업이 어려움에 봉착한 데는 묘하게도 정몽준 의원의 안개행보가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내 각 정파가 추진하고 있는 신당의 성패는 사실상 정 의원의 참여 여부에 달려있다. 하지만 정작 정 의원 자신은 독자행보만 강화할 뿐 특정 정당이나 세력과의 제휴나 연대에 대해 “지금은 아니다”는 입장만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정 의원이 짙은 연무작전만을 계속 펴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각 세력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정 의원이 자신의 대선행보에 대해 상당한 속앓이를 하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이른바 반창 세력이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당측은 이회창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라면 누구든 괜찮다는 입장이고 자민련측은 정치적 회생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정치권에서는 신당 출현에 대해서는 일단 의심을 두지 않고 있다. 지금으로선 정몽준 의원이 중심이 되는 흐름과 노무현 후보가 중심이 되는 또 하나의 흐름이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3자구도나 4자구도로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진단이다. 결국 현재 국민들로부터 가장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정몽준-노무현 간의 막판 세대결이나 담판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로선 두 사람은 평행선을 걷고 있다. 이처럼 민주당의 공식 대선후보인 노 후보와의 입장정리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 의원이 무작정 출마선언을 감행할 이유가 없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정 의원은 18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뜻을 같이한다면 신당에 누구든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 “어떤 분이든 공개적으로 만나고 신당논의도 공개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의원은 지난 11일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도 단독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노 후보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는 노 후보와의 경선 문제를 두고 “국민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와 다시 경선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수차례 얘기해왔다. 노무현 후보가 주도하는 민주당 신당에 들어가 재경선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정 의원은 신당의 후보선출 방식에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 정 의원은 국민경선이 아닌 후보추대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 후보측은 신당이 창당되더라도 국민경선을 통해 후보가 선출돼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물론 정 의원을 영입하려는 쪽에서는 어찌됐던 이 부분으로 인해 정 의원에게 가해질 부담을 최대한 줄이려고 하고 있다. 반대로 노 후보를 향해서는 국민경선제 주장을 철폐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천 위원장이 19일 “신당에서 후보 선출방안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한 데서도 이 같은 당내 분위기가 투영되고 있다.
따라서 ‘예선’없이 곧바로 ‘결승진출’을 노리고 있는 정 의원으로서는 노 후보가 대선가도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노 후보도 정 의원 참여를 대세로 여기는 당내 분위기로 인해 정 의원과 당내든, 당외든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전략수립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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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이 민주당 중심의 통합신당이나 이인제 의원, 김중권 전 고문, 이한동 전 총리, 자민련 조부영 부총재 등이 주축이 되는 제3신당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도 자신의 정치적 신선도를 최대한으로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 의원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해서는 전혀 공격하지 않은 것도 비슷한 이유로 보는 시각이 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정 의원이 이 후보를 앞서거나 위협할 수준의 결과가 나타나자 한나라당은 정 의원에 대해 견제에 들어갔다. 서청원 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은 “97년 대선 때 김대중 후보와 모 그룹간에 엄청난 대선자금 거래가 있었다. 부와 권력을 동시에 추구해서 성공한 사람은 근대사에 없다.
현대에 공적자금이 많이 들어갔는데 정 의원이 해야 할 일은 이 빚을 몽땅 갚는 것”이라는 식으로 정 의원과 현대를 향해 포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측은 “정식대응 하지 않기로 했다”면서 “좋은 충고와 격려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할 뿐 한나라당과 이 후보에 대해 싸울 기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 식상할 정도의 레퍼토리가 돼 버린 이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조차도 정 의원은 언급하지 않고 있는 것.
집권 가능성이 있는 이 후보를 잘못 공격하다가는 자신을 포함해 현대그룹이 차기 정권에서 혹독한 고초를 당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지리산 행군’이나 수해지역 방문 등 대권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는 정 의원이 아직까지 대선 출마선언을 미루고 있는 데는 가족과 형제들 그리고 재계로부터 뾰족한 답을 얻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정 의원은 이달 초 미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부인이 그동안 (대선출마에) 반대해오다 최근에는 중간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동안 부인이 출마에 반대해왔다는 얘기다. 하지만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등 형제들 대부분이 정 의원의 출마에 대해 내심 부정적일 것으로 정치권은 내다보고 있다. 한 원로정치인은 “92년 대선을 지켜본 정 의원 형제들이 가능성 없는 게임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당선 가능성이 있어야 정 의원의 대선 게임을 형제들이 도와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그룹과 경쟁관계에 있는 대기업들이 정 의원 출마에 관심을 표명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정 의원으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S그룹 관계자는 “정 의원의 정치행보에 대해 비중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정 의원에 대해 축적해 둔 대기업의 자료가 정 의원의 출마와 함께 정치권에 하나하나 흘러들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 의원의 지지층이 투표참여율이 저조한 20∼30대에 머물러 있다는 점도 정 의원으로서는 해결해야 할 고민거리다. 한편 정 의원이 계속 연막작전을 피우고 있는 것은 유리한 시점을 선택하기 위한 전략일 뿐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권 도전을 위한 완벽한 시나리오 아래 차근차근 행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지지율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는 정 의원으로서는 그렇게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것. 병풍에 이회창 총재의 기세가 꺾이고 있는 것도 정 의원의 행보를 늦추게 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