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연산 제1폭인 쌍생폭. |
역시 봄은 실종되었다. 4월말까지 눈이 내리더니 6월도 되기 전에 수은주가 30도를 오르내린다. 점심 식사 후 밀려드는 잠의 증상을 더 이상 춘곤증이라 할 수 있을까. 기온으로만 따진다면 ‘하곤증’이라 불러야 할 판. 여하튼 이른 더위가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다. 그래서 보다 일찍 숲그늘 시원하고, 계곡소리 맑으며, 각양각색의 폭포수 콸콸 쏟아져 내리는 내연산 트레킹에 나섰다.
‘내연산 문지기’ 천년고찰 보경사
내연산 경북 포항시 송라면을 주 출입구로 둔 산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포항시 송라면과 죽장면, 영덕군 남정면에 걸쳐 있다. 산은 그다지 높지 않다. 710m에 지나지 않으니 키로만 따진다면 어디다 명함을 내밀기 부끄럽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어떤 사람도 내연산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 고개를 끄덕이며 명산임을 인정하게 된다.
그 진면목이 무엇이냐면 갑천계곡이 품은 12개의 폭포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크고 작은 12개의 폭포를 만나는데, 이것들의 모양이 무척 다양하고 또한 아름답다.
내연산트레킹은 보경사에서 시작된다. 보경사는 솔숲이 인상적인 사찰이다. 보경사는 신라 성덕왕 22년(723년)에 일조대사가 인도에서 가져온 8면경을 묻고 세웠다고 알려진 사찰이다. 이곳에는 원진국사비와 보경사 부도, 5층석탑 등의 보물이 있다. 사명대사가 쓴 금당기문과 숙종이 직접 써서 내린 각판도 소장돼 있다. 천왕문 옆에는 두 그루의 탱자나무가 있는데, 경북 기념물 제11호로 지정돼 있다. 탱자나무로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무려 6m 크기를 자랑한다. 적광전 앞에는 출입문 양 옆에 목조 사자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세월 탓인지 위엄보다는 친근감이 더 느껴지는 모양새다.
보경사 앞은 태안군 안면도자연휴양림을 연상시키는 미끈한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뒤편도 마찬가지로 소나무 숲이다. 특히 뒤쪽에는 황장목(금강소나무)이 대거 모여 있다.
소나무숲 통과하는 종주코스
보경사를 지나면 길은 오른쪽에는 수로, 왼쪽에는 계곡을 두고 나아간다. 거의 평지나 다름없는 길이다. 그러다가 수로가 끝나는 지점에서부터 약간씩 오르내리는 길로 접어드는데, 그렇다고 해도 결코 힘이 들지는 않는다.
보경사에서 10분쯤 걸어가면 길은 갈린다. 왼쪽이 12폭포를 향하는 길이고, 오른쪽이 문수암 쪽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12폭포가 목적인 경우는 왼쪽 길을, 산행에 더 큰 비중을 둔다면 오른쪽 길을 택하면 된다. 아예, 문수암 쪽으로 올라 산행을 마치고 12폭포를 훑으며 내려오는 방법도 있다.
▲ 관음폭 바로 아래에 있는 제5폭인 문수폭포. |
12폭포 제1경 관음폭포
반면, 그저 폭포들이나 구경하고 올 요량이라면 문수암 쪽으로 들 일이 없다. 하긴 등산이 아니어도 충분히 매력적인 계곡이 있으니 아쉬울 것 하나 없다. 문수암 갈림길을 지나면 곧 제1폭인 쌍생폭포가 나온다. 보경사로부터 15분쯤 걸어간 자리다. 두 개의 물줄기가 약 5m 높이에서 떨어지고 있어 쌍생폭이다. 폭포 아래 바위에는 이끼가 푸르게 앉아 있다. 봄 가뭄이 들지 않고, 비가 워낙 많이 왔던 탓인지 폭포 물줄기가 굵고 거세다.
쌍생폭에서부터 폭포들은 계속해서 머리를 내민다. 다만, 규모가 의심되는 것들도 더러 보이기는 하다. 보현폭포 삼보폭포 등은 그냥 지나쳐도 무방할 정도다. 잠룡폭포는 숨어서 물줄기를 보여주지 않는데, 그 주변의 풍경이 아름답다.
잠룡폭포를 지나면 문수폭포와 관음폭포가 나타난다. 문수폭포는 사람들의 접근을 허용치 않지만, 잠룡폭포 쪽에서부터 계곡을 타고 올라간다면 그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다. 계곡 오른쪽으로 난 산길이 아니라 계곡 그 자체를 따라 올라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 내연산12폭포에서 가장 아름다운 제6폭인 관음폭포(위), 내연산 계곡을 걷는 사람들. |
오솔길 아름다운 연산~은폭포 구간
관음폭포 위 구름다리를 건너면 연산폭포와 은폭포로 길이 뻗는다. 지척이다. 크기로 따지자면 12폭포 중에서 가장 웅장한 것이 연산폭포다. 약 20m의 학소대 암벽을 미끄러지듯 떨어지는 폭포수 소리가 웅장하다.
대부분은 연산폭포까지를 12폭포 길의 종착점으로 삼는데, 최소한 은폭포까지는 다녀오라고 권하고 싶다. 연산폭포에서 은폭포까지는 1㎞ 남짓 된다. 걷기에 참 좋은, 마치 오솔길처럼 정감이 있는 숲길이 나타나 기분이 좋아진다. 은폭포 뒤로는 복호폭포, 실폭포, 시명폭포 등이 남아 있다. 계곡이든 산이든, 아니면 산과 계곡 모두든 내연산은 실망을 안기는 법이 없으니 덥다고 느껴지거든 어서 내연산으로 떠나라.
<여행안내>
▲길잡이: 경부고속국도 포항IC→7번 국도(영덕·울진 방면)→송라휴게소 지나 오른쪽 방면 진출 후 좌회전→보경사→내연산12폭포
▲먹거리: 죽도시장에 포항의 별미가 모여 있다. 포항의 맛 하면 고래고기와 물회. 죽도시장에 고래고기를 파는 집들이 즐비하고, 물횟집도 많다. 각종 회도 대단히 저렴하다. 물회는 해양대게회센터(054-255-0055)가 잘 한다고 소문났다.
▲잠자리: 포항북부해수욕장 근처에 펄모텔(054-248-4404), 엔비치모텔(054-232-6900) 등 깨끗한 모텔들이 많다.
▲문의: 포항시청 문화관광포털(http://phtour.ipohang.org), 문화관광과 054-270-2241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