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한국인의 밥상
1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은 추석기획으로 ‘전통의 맥, 풍성함을 담다’ 편으로 꾸며진다.
우리 국토의 중심부에 자리한 지역으로 예로부터 각종 산물이 풍부했던 경북 상주. 마음 한가득 넉넉해지는 수확의 계절, 황금빛 무르익은 들녘부터 전통을 잇는 사람들까지 상주의 보배로운 한가위 풍경을 만난다.
상주의 남동쪽에는 낙동강을 따라 드넓은 평야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곳은 토양이 비옥할 뿐만 아니라 연중 맑은 날이 많아 농작물 재배에 유리하다. 쌀, 누에고치, 하얀 분으로 덮인 곶감이 많이 난다고 하여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부르기도 하는 상주.
흰 쌀은 상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산물이다. 대를 이어 쌀농사를 지어온 최인술 씨는 성동들에서 햅쌀 수확에 한창인데 첫 수확의 기쁨이 그를 웃음 짓게 한다.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벼, 농부의 마음은 그를 닮아서일까. 45년 농사꾼은 잘 자란 벼를 보며 조상님께 올릴 차례상을 먼저 떠올린다.
옛 어른들 덕분에 이만큼 잘살게 되었다고 웃는 아내 정정희 씨, 부부의 하얀 미소가 참 많이 닮았다.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 농공의 고단함을 잊게 하는 눈부신 햅쌀 밥상을 만난다.
가마솥으로 갓 지은 햅쌀밥 한 공기는 어떤 반찬과 곁들여도 훌륭한 상차림의 바탕이 된다. 밥을 지을 때 찜기에 가지, 달걀 물을 넣고 함께 찌면 가마솥 가지찜과 달걀찜을 만들 수 있다는데 맛이 좋을 뿐 아니라 밥과 반찬을 동시에 따뜻하게 익히는 지혜가 한 솥에 깃들어 있다.
가마솥에 눌어붙은 누룽지는 어린 시절 추억의 별미다. 누르스름한 누룽지를 긁어내 약재를 넣고 끓인 백숙이 구수하다. 그런가 하면 돼지고기 앞다릿살로 만든 주물럭은 고된 농사일을 잊게 한다.
햅쌀 가루로 반죽을 치대고, 찐 햇고구마를 빻아서 소로 넣은 송편에서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른다. 명절이나 제사 때가 아니면 좀처럼 먹기 어려웠다는 조기구이, 물오른 조기 한입에 커다란 힘이 솟는다. 고마운 마음을 담아 마을 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햅쌀밥 한 그릇은 이토록 귀하다.
상주시 낙동면에 자리한 풍양 조씨 종가에서는 추석 준비가 한창이다. ‘오작당’은 과거의 일을 깨우쳐 가면서 미래를 설계하라는 의미라는데 12대 종손 조용권 씨는 선조들의 지혜가 깃든 이곳을 아내, 어머니와 함께 지키고 있다.
예로부터 집안을 찾는 손님들에게 떡을 만들어 대접했다는 오작당. 추석 차례상은 간소하게 차리되 손님을 위한 다과상을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이 이곳의 전통이란다. 한가위를 맞아 11대 종부 채춘식 씨도 한몫 거들고 나선다. 다과상에 올리는 떡부터 집안 전통을 이어 만드는 음식들까지 그녀의 삶 속에 음식이 있고 음식 안에 그녀의 삶이 있다.
옛 기억에 손맛을 더해 만드는 내림 음식 며느리 권현숙 씨와 종녀들이 함께한다. ‘주악’이라고도 부르는 ‘조악’은 기름에 지지는 떡의 하나로 찹쌀가루를 익반죽하여 만든다.
껍질 벗긴 팥소를 넣고 송편처럼 반달 모양으로 빚은 후 굽는데 꿀을 묻혀 재워두므로 그야말로 꿀맛이다. 동글게 빚은 찹쌀전병도 함께 담아낸다. ‘부편’은 찹쌀 반죽을 둥글게 빚어 찐 후 꿀을 발라 곶감, 대추, 흑임자를 고명으로 붙이는 떡. 아름다울 뿐 아니라 그 맛이 달콤하다.
내륙 지방이라 문어를 구하기 어려웠던 상주에서는 방어를 제사상에 올렸다는데 고추장과 고춧가루, 된장을 넣고 양념한 방어조림은 매콤한 맛이 일품이다. 북어찜은 담백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고 콩가루를 넣은 건진국수는 어머니의 손맛을 더해 더욱 구수하다.
향긋한 감잎을 깔고 잘박하게 졸인 닭조림까지 전통의 맛과 멋을 담은 상차림은 보기만 해도 풍요롭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추석에만 먹는 삼색 송편, 탕국, 메추라기찜 등을 소개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