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는 최근 “오는 3월 말까지 대우건설 매각을 위해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고, 향후 매각 주간사를 주축으로 매각작업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이 지난해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석 달 만의 일이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대우건설은 물론, 국내외 건설업계 전반이 들썩이는 분위기다. 이는 대우건설이 비록 대우그룹의 몰락과 함께 워크아웃에까지 들어갔지만, 매출 규모가 워낙 큰 회사이기 때문.
더욱이 최근 대우건설의 매출을 보면 워크아웃 기간에도 매년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등 회사 상황이 나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00년 12월 (주)대우에서 분리된 직후, 지난 2001년 총 3조4백1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나, 불과 2년 뒤인 지난해 말 매출이 총 4조2천3백10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2년 만에 40% 정도 매출이 늘어난 것.
따라서 대우건설이 어디로 넘어가느냐에 따라 향후 국내외 건설업계의 판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매각 당사자인 대우건설은 물론 최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 대우건설의 경영권을 노리는 원매자들, 어마어마한 규모의 커미션을 챙길 수 있는 매각 주간사 등 대우건설을 둘러싼 각종 관계자들의 신경이 벌써부터 예민하다.
특히 최근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투신자살사건이 있었던 데다가 대우건설에서 분양하는 서울 용산 ‘시티파크’ 청약이 인기를 끌면서 일반인들의 눈과 귀도 대우건설에 쏠리고 있다.
대우건설의 매각 플랜은 어떻게 될까. 우선 대우건설의 매각은 이 회사의 최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와 은행들의 합의하에 매각 주간사를 결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진행될 예정. 자산관리공사 관계자는 “국내외 업체를 망라해 20여 군데에서 이번 대우건설의 매각 주간사 입찰에 응모했다”며 “3월 말까지 매각 주간사를 선정, 본격적으로 실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매각 방식은 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한 지분 46.9%(1억5천7백1만5천9백54주)와 채권은행이 보유한 지분 등을 모두 일괄 매각하는 것. 자산관리공사 관계자에 따르면 대우건설의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주식 50%이상은 일괄 매각을 하고, 원매 대상자는 국내외 업체를 망라해 공개경쟁입찰 방식을 선택한다는 것이다.
3월 말 현재 대우건설의 주가를 기준으로 볼 때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1조원의 거액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 작업을 위해 자산관리공사에는 국내외 회계법인 등이 매각 주간사 선정에 제안서를 제출한 상황.
여기에는 삼일회계법인, 영화회계법인, 안건회계법인 등 국내 회사들과 CSFB, 삼정KPMG, 골드만삭스, 살로먼스미스바니, 메릴린치, JP모건 등 해외 회사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 매각 주간사 제안서를 낸 A회사의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워낙 규모가 커 매각 주관 대금으로 (다른 회사 매각보다 규모가 적은) 0.5% 미만을 챙겨도 규모가 백억원 대”라며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제안서를 썼다”고 말했다.
향후 매각 주간사 선정은 자산관리공사를 주축으로 채권단 회의를 걸쳐 이달 안에 선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보다도 이번 매각에 긴장하고 있는 곳은 실제로 대우건설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업체들. 대우건설의 매각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국내외 굴지의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현재 외부에 알려진 바로는 대우건설의 매각에 가장 강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미국의 건설회사인 벡텔과 파슨스, HRH 등.
이들은 거의 공개적으로 대우건설 매각에 뛰어든 분위기.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중 한 곳은 매각에 참여하기 위해 국내 법무법인 등과 여러 절차 등을 논의하는 단계까지 왔다는 것.
국내에서는 포스코가 자회사인 포스코건설을 앞세워 대우건설 매각에 참여할 것이라는 얘기가 파다하게 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와 관련해서는 업계의 관측과 포스코의 입장이 정반대인 상황.
대우건설의 전직 고위 관계자는 “포스코가 우선 자금이 풍부한 데다가, 자회사인 포스코건설이 규모가 워낙 작아 예전부터 대우건설에 관심이 많았다”며 “오래전부터 포스코건설과 대우건설의 컨소시엄 얘기가 나왔던 것으로 볼 때 이번 입찰에도 적극 참여할 것으로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업계의 관측에 대해 포스코측의 입장은 다르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대우건설에서 그런 식으로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것 같다”며 이 같은 내용을 부인했다.
모기업인 포스코 관계자 역시 “포스코건설은 우리가 주력하는 철강 사업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을 팽창시킬 필요가 전혀 없다”며 “향후 대우건설을 외국 회사에 팔아넘겼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국내에서 인수가 가능한 업체를 찾던 중 우리가 언급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포스코의 이런 부인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업계의 시선은 포스코로 향해 있다.
한편 업계 일부에서는 대우건설의 매각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매출규모도 규모지만 자산이나 해외법인 등이 워낙 흩어져 있어 기업실사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대우차 매각과 같이 몇 년이 소요되는 지루한 작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게다가 일각에서는 대우건설의 주주 속에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우호세력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매각을 둘러싼 공방전이 예상된다는 견해도 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