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0세의 P 씨는 요즘 재혼을 하기 위해 맞선을 보고 있다. 언뜻 보기에 P 씨는 여생을 함께 할 상대를 찾는 그저 평범한 노신사 같지만 놀랍게도 그는 6번의 이혼 경력을 갖고 있다.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 못지않은 그의 화려한 이혼 경력엔 나름대로 사연이 있다. 6번의 이혼 중 3번은 그 상대가 첫 번째 부인이다. 이들 부부는 슬하에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두었다. 이들이 성격 차이로 오랜 갈등을 겪으면서도 이혼을 미뤘던 건 자식들 때문이었다.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게 하지도 못했는데 ‘이혼한 부모의 자식’이란 꼬리표와 함께 결혼을 시키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큰딸을 결혼시킨 후 부부는 결국 이혼을 했다. 그러나 자녀들 때문에 P 씨는 부인과 완전히 남남이 되지는 못했다. 부인에 대한 애정은 없었지만 부성애는 있었다. 자식들의 간곡한 호소 때문에 그는 부인과 재결합을 했고 그런 상태에서 아들의 결혼식을 치렀다.
그리고는 다시 이혼, 막내딸의 결혼을 앞두고 다시 재혼, 그리고 또 이혼. 그러는 사이에 50대 후반이 된 P 씨는 4번째 결혼을 했다. 재혼 상대는 40대 후반 여성으로 아직 미혼인 아들과 딸을 데리고 왔다. 그런데 남의 자식들만 데리고 사는 재혼 생활은 쉽지 않았다. 결국 재혼 2년 만에 다시 혼자가 되었다.
♥ 남성에게 상대적으로 재혼의 기회가 더 많은 현실
잘생긴 외모에 경제력도 갖춘 그에겐 중매도 많이 들어왔다. 그렇게 해서 5번째 결혼을 하게 됐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이혼이었다. 사람들은 여자가 필요하면 그냥 연애만 할 것이지, 왜 굳이 재혼을 해서 이혼할 때마다 위자료 줘야 하고 체면 망가지는 일을 하느냐고 했다.
하지만 P 씨는 늘그막에 남자 혼자 사는 건 너무 초라하다고 생각했다. 매번 ‘이번에는 잘 살겠지’ 하는 기대도 있었다. 그는 ‘플레이보이’가 아니었다. 그저 번듯한 가정을 한 번 꾸려보고 싶었던 것이다. 60대 중반에 6번째 결혼을 했는데, 첫 남편과 사별 후 수십 년을 혼자 살았던 새 아내는 P 씨와의 결혼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그래서 헤어진 게 2년 전 일이다.
그러던 어느 날 P 씨가 필자에게 불쑥 재혼 상대를 찾아달라고 했다. 6번이나 이혼을 했으면 이제 지긋지긋할 만도 한데, 그는 왜 또 재혼을 하려는 것일까. 남자는 독신생활에 서툴게 태어났다. 사회 통념상 남성들이 경제력과 성적인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재혼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것도 P 씨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P 씨는 7번째 결혼에 또 실패해도 8번째 결혼을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남자들은 누군가와 헤어지면 또 다른 사람을 만나려고 한다. 아마 P 씨가 결혼 그 자체에 질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신은 아직 능력이 있고 세상에는 여자가 많다고 여기고 있으니까.
하지만 P 씨가 미처 깨닫지 못한 게 있다. 결혼 생활의 실패가 ‘상대를 잘못 만나서’가 아니라 ‘P 씨 자신이 좋은 결혼 상대가 되지 못해서’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재혼하려고 애쓰기 이전에 결혼 생활을 유지하려 더욱 노력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