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나무숲길과 꽃살창으로 유명한 내소사에서 직소폭포를 향하는 길에는 평소 사람들이 꽤 많다. 관음봉을 올라 재백이고개를 거쳐 목적지로 가는 경로다. 하지만 이 길은 피하련다. 이유를 대자면 ‘여름이니까’. 1시간 30분쯤 걸리는 이 길은 꽤나 땀을 빼야 한다. 특히 내소사에서 관음봉으로 가는 길이 숨을 헐떡이게 만든다. 그렇잖아도 더워 못 살 판에 심박수를 한도치까지 올리고 모공을 최대한 열어젖힌 채 땀을 뽑아내야 한다는 게 마뜩치 않다. 물론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게 마련이고, 하산 중에 개운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하여튼 내소사 기점의 직소폭포는 젖혀두고, 내변산매표소 방면으로 향한다. 이곳에서 직소폭포까지는 약 2.2㎞, 40분 거리. 길 또한 오르내림이 거의 없어 걷기에 좋다. 당연히 땀 흘릴 일도 별로 없다.
매표소를 지나자마자 예전에는 제법 컸을 절터인 실상사지가 나오고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책’이 시작된다. 실상사는 신라 신문왕 9년(689년)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이지만, 대웅전, 나한전, 산신각 등이 한국전쟁 때 모두 불타고 터만 남았다. 현재 미륵전과 삼성각 등이 새로 지어졌다.
실상사지 너머에는 봉래계곡이 기다린다. 내변산 신선대에서 발원한 물이 제1곡 대소, 제2곡 직소폭포, 제3곡 분옥담, 제4곡 선녀탕을 거쳐 제5곡인 봉래계곡에 이른다. 차고 맑은 물이 쉼 없이 구불구불 흘러내린다. 도중에 돌다리를 지나고, 들꽃이 곱게 핀 숲길도 지난다. 보라색 매발톱이며 노랑 붓꽃들이 흐드러졌다.
봉래구곡에서 조금 더 가면 자연보호헌장탑 삼거리다. 이곳에서 앞으로 곧장 가면 직소폭포로 이어지고, 오른쪽으로 접어들면 낙조대가 있는 월명암에 닿는다(월명암까지는 약 2㎞, 경사가 급해 1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
하늘을 가리는 나무의 터널 속에서 터덜터덜 걸어가다보면 직소폭포에 500m쯤 못 미쳐 선녀탕이 나타난다. 계곡수가 고인 움푹 팬 웅덩이다. 여느 지역의 선녀탕들과 다름을 찾진 못 한다.
반면, 이어 만나게 되는 분옥담은 장관이다. 산중호수인 이 분옥담은 길이가 약 400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다. 물도 아주 맑다. 호수가에 직소폭포로 이어지는 나무데크가 설치돼 있다. 천천히 데크를 따라 걷노라면 짙은 초록의 물빛이 때로 바뀌곤 한다. 바람이 살랑 불어 수면에 파문을 일으킨 그 틈을 햇살이 파고드는 것이다. 그러면 초록의 수면은 눈부신 은빛으로 변한다.
분옥담의 끄트머리를 지나노라면 직소폭포의 낙하소리가 점점 커진다. 직소폭포는 ‘변산팔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절경을 자랑한다. 30여m 높이의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쾌하다. 폭포 아래의 못도 직경 50m로 규모가 꽤 크다. ‘실상용추’라고도 부르는 이 못에 발을 담그고 있노라면 선계가 따로 없다.
▲길잡이:
서해안고속국도 부안IC→새만금 방면 30번 국도→봉황교차로에서 P턴→23번 국도→상서사거리에서 우회전→736번 지방도→도화사거리에서 좌회전 후 계속 직진 ▲문의: 변산반도국립공원 063-582-7808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