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창업자들과 분쟁을 겪고 있는 이수영 전 웹젠 사장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웹젠에 복귀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그러나 웹젠은 성공신화와 달리 내부적으론 아픔을 안고 있다. 2000년 5월 창업 당시 주인공이던 창업자들 간에 물고물리는 분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 당시 주인공 중 한 명인 이수영 전 사장(39). 여성으로서 각광받는 벤처기업가 자리에 올랐던 이 전 사장은 그러나 지금 “엔젤 투자자의 농간에 의해 경영권을 잃었다. 현재 웹젠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이 전 사장은 <일요신문>과 만나 각광받는 벤처기업을 설립한 뒤 만 2년4개월 동안 CEO를 지내면서 겪었던 가슴 아픈 사연들과 벤처기업 내부의 문제들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다음은 이 전 사장과의 일문일답.
─웹젠 설립 동기는.
▲2000년 1월 게임 개발진 세 명이 나를 찾아와 회사를 설립했다.
─2002년 9월 그만둔 까닭은.
▲엔젤투자가들이 나를 몰아낸 것이다.
─엔젤투자자들이 이 전 사장의 퇴진을 요구한 이유는.
▲애초 경영간섭을 못하도록 각서를 받았다. 그러나 웹젠의 재무책임자가 엔젤투자자들의 친구였다. 그들은 지분을 상당 부분 처분해 이익을 본 뒤에도 계속 회사 경영에 간여하고 있다. 그들은 개발자를 따로 만나 합의를 이끌어 내고 나에게 사임해 줄 것을 통보했다.
─엔젤투자자들은 이 사장이 회사 자금을 개인적 용도, 지분 매입에 쓴 것은 도덕적 해이라고 주장하는데.
▲개인적 용도로 회사자금을 빌려 쓴 적이 없다. 경영진 지분이 낮아져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회사에 자금을 빌려 두 달 만에 이자까지 더해 다 갚았다.
─웹젠이 나스닥에 상장한다고 할때 반대했는데.
▲나스닥에 간다는 것은 투자를 받는 것인데, 어떤 사업계획도 없이 단순히 돈만 모은다고 해서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없다. 아무런 사업계획 없이 일단 나스닥부터 가자는 황당한 계획이 어디 있나. 그래서 나스닥 못 가게 하려고 장부열람 가처분 신청도 냈었다. 지금도 웹젠에선 1천7백억원이나 되는 돈을 모아놓고 내년 하반기에나 사업계획을 밝히겠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초기에 돈 좀 있고 당장 성과물을 내라고 압박하지 않는 여유있는 분을 찾는다고 찾았다. 그러다 C변호사와 연결이 됐고, 투자자는 2~3명인 줄 알았다. 그런데 C변호사 친구들이 모두 하겠다고 나섰다. 이들은 고등학교-대학교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이들의 투자를 받는대신 창구를 C변호사로 통일해달라, 경영간섭을 하지 않겠다, 구주 매각 때는 기존 주주에게 우선매입권을 준다는 각서를 받았다. 그러다 나중에 이들이 자신들의 동창이자 친구인 재무책임자를 추천해 받아들였고, 결국 화근이 됐다.
─엔젤투자자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은데.
▲미국 실리콘 밸리에선 엔젤투자자가 되려면 자격 심사를 거쳐야 한다. 자기집이 있는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지, 현금이 얼마정도 있는지 다 따진다. 엔젤이 자금 압박을 받는 사람이면 벤처 초기에 투자한 주식을 이상하게 처리해 결국 벤처회사에 위험 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런 자격 심사를 도입해야 한다. 엔젤 투자자들이 경영진을 몰아내고 주인행사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조그만 회사일수록 투자자들의 경영간섭이 심하다.
─최근의 웹젠 상황을 어떻게 보나.
▲내가 물러난 뒤 1년 반 동안 회사가 정체에 빠져 있다. 코스닥 등록 이후 등록 과정에서 모인 돈으로 기술적인 보완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기술적인 보완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서버는 해킹당하고, 매출은 정체 상태에 빠졌다. 그런 상태에서 또 한번 나스닥에서 돈을 긁어 왔다. 돈을 긁기 전에 어떤 비전과 경영계획이 있어서 돈이 필요하다고 밝히는 게 순서 아닌가.
─웹젠에 복귀할 의사가 있는 것인가.
▲복귀는 생각 안하고 있다. 5월부터 보호예수가 풀려 주식을 팔아야 하는데, 주가가 올라갈 기미가 안보인다. 제대로 했으면 20만원을 넘겨야 할 주가인데. 웹젠쪽에서 일부러 떨어뜨리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쪽에서도 올해 주식 부양의지가 없다고 했다.
─이 사장이 문제제기를 해서 주가가 나쁘다는 시각도 있는데.
▲내가 문제제기를 하기 전부터 주가는 10만원대가 깨진 상태였다. 최근에 실적 발표를 하면서 웹젠쪽에서 수익 모델에 대해 비전을 제시한 게 아무것도 없었다. 당연히 증권가에서 좋게 평가할 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