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테스코의 SSM 브랜드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 전경. GS마트 인수에 실패한 삼성테스코는 최근 이랜드의 ‘킴스클럽마트’를 인수하기로 MOU를 체결했다. |
이랜드그룹은 지난 6월 10일 삼성테스코와 킴스클럽마트 매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삼성테스코 측의 킴스클럽마트 매입대금은 3000억 원 규모로 킴스클럽마트의 평균 매출액 2500억 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500억 원 더해진 가격이다. 57개 매장을 보유한 킴스클럽마트 1곳당 50억 원 정도인 셈이다.
킴스클럽마트를 인수하면 삼성테스코의 SSM 브랜드인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현재 국내 SSM 매장 수 2위에서 1위로 올라설 수 있다. 양사가 합쳐졌을 경우 홈플러스익스프레스 182개와 킴스클럽마트 57개를 합쳐 총 239개로 매장이 늘어난다. 킴스클럽마트의 57개 매장 중 현재 영업 중인 곳은 서울 서초점 등 50여 곳. 나머지 7곳은 영업이 중단된 상태다.
지금까지 SSM 1위 업체는 롯데쇼핑의 ‘롯데슈퍼’다. 지난해 10월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외 총 86개(국내 64, 국외 22) 매장을 보유하며 SSM 매장 수 3위에 머물렀던 롯데슈퍼는 이후 중국 SSM 업체인 ‘타임스’ 68개점을 인수·합병하면서 해외 마트 수를 크게 늘렸다. 롯데슈퍼는 현재 국내외 총 216개(국내 84개) 매장을 보유해 SSM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126개점을 가진 GS리테일의 ‘GS슈퍼마켓’이 매장 수에서는 3위에 랭크돼 있다.
삼성테스코가 킴스클럽마트 인수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은 올 초 유통업계 최대 매물로 꼽히던 GS리테일의 GS마트 인수전에 실패하면서부터인 것으로 알려진다. GS마트 매각작업 당시 삼성테스코는 9000억 원이라는 거액을 제시했지만 고배를 마셨고 이후 SSM 매물로 눈길을 돌렸다는 것.
당시 SSM 업계에서 가장 이목을 끌던 것이 바로 이랜드그룹의 킴스클럽마트. 이랜드그룹은 앞서 지난 2008년 5월 할인점 사업에서 손을 떼고 그룹의 역량을 백화점에 쏟겠다고 밝히며 홈에버를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에 매각했다. 이후 이랜드그룹이 소유한 SSM 브랜드인 킴스클럽마트의 매각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결국 롯데에 밀려 GS마트 인수에 실패한 삼성테스코는 이미 예정돼 있던 킴스클럽마트 매각작업에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테스코가 내부적인 부담감이 커지자 모색한 방편이 킴스클럽마트 인수로 나타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한다.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지난해 중반부터 지금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매장이 4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테스코 측은 “인근 상인들이 시·도에 사업조정신청을 해 지난해 8월부터 영업정지 권고를 받은 곳이 40여 곳”이라며 “강제성은 없어 당장이라도 영업을 재개할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 재개장을 언제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테스코는 홈플러스익스프레스 40여 개 매장이 영업을 못하면서 한 매장당 직접적인 연간 손실액이 1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지역 상인들의 반발로 SSM 사업이 차질을 빚던 삼성테스코가 이에 대한 국면전환 방편으로 모색한 것이 바로 킴스클럽마트 인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삼성테스코의 킴스클럽마트 인수를 바라보는 유통업계의 시선은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편이다. 3000억 원에 달하는 매각대금 조달과 인수 후 사업상의 시너지 창출 여부에 대해서 아직까지 긍정적인 평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외부에서는 매장 리뉴얼 비용 등을 감안하면 삼성테스코가 제시한 3000억 원이라는 인수액 자체가 너무 비싼 수준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킴스클럽마트를 인수하더라도 실질적인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지 않아 내부적으로도 고민에 휩싸인 모양새다. 지난해 킴스클럽마트의 매출 수준은 2455억여 원. 홈플러스익스프레스의 매출이 5000억 원대라는 점을 감안해 단순 계산해 보면 킴스클럽마트 인수 후에도 삼성테스코의 SSM 사업 매출은 7500억 원 수준에 그친다. 이에 비해 롯데슈퍼의 매출액은 1조 800억 원, GS슈퍼마켓은 1조 100억 원 정도. 결국 홈플러스익스프레스는 킴스클럽마트를 인수하더라도 매출액 면에서는 경쟁업체에 밀려 3위권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삼성테스코가 킴스클럽마트 인수에 성공한다 해도 매장 수 기준 1위라는 점 외에는 아무런 시너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롯데슈퍼와 GS슈퍼마켓에 밀려 매출 부문에서는 3위권으로 밀려나 이를 앞지르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런 여러 부정적 관측 때문일까. 삼성테스코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킴스클럽마트 인수를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지난 10일 이랜드그룹이 직접 “삼성테스코와 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지만 삼성테스코 측은 19일 현재 “MOU 체결이 아닌, 아직까지 고려 중인 사안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판 사람은 팔았다는데 산 사람은 부인하는, 아이로니컬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삼성테스코 내부 관계자는 “이랜드 노조의 반발에 대한 우려, 시장 반응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인수 작업은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