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장수 식단으로 알려진 지중해식 식단이 각광 받기 시작하면서 지중해 음식을 대표하는 올리브유, 생선, 토마토, 견과류, 레드와인 등이 그 어느 때보다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지중해 식단이란 이름 그대로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터키 등 지중해 지역에서 주로 생산되는 식재료를 이용한 식단으로 신선한 샐러드를 많이 먹고, 올리브유로 조리한 닭고기나 생선 혹은 파스타를 먹은 후 제철 과일로 마무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여기에 레드와인 한 잔을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건강식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지중해 사람들의 식단이 사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얼마 전 독일 시사주간 <포쿠스>는 “‘지중해식 다이어트’가 점점 ‘지중해식 살찌우기’로 변질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더 이상 지중해식 식단을 맹신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과거 지중해 사람들의 건강했던 식탁을 근래 들어 기름진 음식이 점령하면서 오히려 비만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무턱대고 먹을 것이 아니라 잘 골라서 먹어야 한다는 지중해식 식단의 현주소를 살펴봤다.
만일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올리브유로 조리한 스파게티나 피자를 주문하거나 혹은 그리스 레스토랑에서 오징어튀김의 일종인 칼라마리를 주문해서 먹는다고 하자. 평소 지중해식 다이어트를 염두에 두고 있던 사람이라면 아마 “나는 지금 몸에 좋은 건강한 지중해식 식단을 먹고 있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지난 50여 년 동안 영양학자들과 의학전문가들이 ‘지중해식 식단은 축복’이라며 권장해온 덕분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지중해식 식단이 건강과 장수는 물론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처음 세상에 알린 사람은 미네소타대학의 안셀 키즈 박사였다. ‘지중해식 식단의 선구자’라고 일컬어지는 그는 지난 2004년 10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지중해식 식단을 고집했다.
그가 지중해식 식단을 맹신하게 된 것은 그리스 크레타섬 주민들 덕분이었다. 크레타섬 주민들이 다른 유럽 주민들에 비해 암이나 심장질환 발병률이 현저히 낮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 후 그는 50년 동안 크레타 섬 주민들의 식단을 그대로 따랐고, 실제로도 장수했다.
일반인들에게 지중해식 식단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97년 영약학자와 의학자들이 지중해식 식단이 성인병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였다. 그 후 지중해식 식단의 장점은 여러 연구와 조사를 통해 속속 밝혀졌다.
가령 지중해식 식단으로 먹을 경우 심장질환, 암, 파킨슨병, 알츠하이머 등의 발병률이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한 예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지중해식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심장질환과 암 발병률이 각각 33%와 24% 낮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지중해식 식단은 일반적인 다른 식단에 비해 칼로리가 10%가량 낮기 때문에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며, 콜레스테롤 섭취가 적어 성인병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또한 비타민 C 등 항산화제가 많은 과일과 야채, 특히 토마토를 많이 먹으므로 노화방지에도 제격이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들이 지중해식 식단에 포함될까. 우선 일반 식용유에 비해 열량이 15%가량 낮은 올리브유나 카놀라유, 오메가3가 다량 함유되어 있는 생선, 신선한 과일과 야채, 붉은 고기(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대신 흰살 고기(닭고기), 정제되지 않은 전곡(홀그레인), 견과류(호두, 아몬드 등), 저지방 치즈와 요구르트, 레드와인 등이다. 또한 설탕이나 버터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앞에서 언급했던 스파게티와 피자, 그리고 칼라마리는 과연 지중해식일까. 물론 지중해식이 맞다. 하지만 지중해식 식단을 맹신해선 안 된다는 몇몇 학자들 말에 따르면 “맞긴 맞지만 건강하진 않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독일 뮌스터대학의 역학 전문가이자 지중해식 식단의 권위가인 울리히 카일은 “오늘날 지중해 지역에 있는 레스토랑, 즉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북아프리카의 메뉴들을 보면 그다지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즘 이 지역들에서 가장 사랑받는 메뉴들을 보면 오히려 살이 찔 수밖에 없는 메뉴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가령 다진 고기를 토마토소스에 섞어서 먹는 볼로네제 스파게티의 경우 보통 토마토보다 다진 고기를 더 많이 넣기 때문에 칼로리가 어마어마해진다. 또한 이탈리아 햄인 살라미와 치즈를 잔뜩 얹은 피자는 고열량인 데다 도우의 반죽 역시 고탄수화물이기 때문에 결코 건강하지 않다. 그리스 사람들이 즐겨 먹는 튀김 종류인 칼라마리나 양고기 커틀렛 등도 역시 고열량 음식들이다.
즉 문제는 과거 건강한 식단의 모범이었던 지중해 사람들이 오늘날에는 되레 기름지게, 짜게 혹은 달게 먹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실시한 한 조사에 따르면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크로아티아, 키프로스 등 지중해 지역의 아동들이 유럽에서 가장 비만인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여기에는 어린이들의 패스트푸드 섭취와 레모네이드나 탄산음료를 마시는 비율이 높아진 것도 한몫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근래 들어 지중해 사람들 사이에서는 다시 원래의 건강한 식단을 되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야채와 과일이 주를 이루는 메뉴의 변신을 통해 식탁 위의 르네상스가 시작된 것이다. 이탈리아 치커리의 일종인 라디치오를 이용한 저칼로리 스파게티나 오로지 야채 토핑만 얹은 피자, 기름을 쓰지 않고 그릴에 구운 해물요리, 회향과 오렌지 등을 얹은 샐러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지중해식이라고 해서 무조건 믿을 것이 아니라 그중에서도 꼼꼼하게 골라 먹을 때 진정한 건강식이 될 것이다.
▲ 카스파초 수프 |
스페인 야채를 많이 먹는 스페인 요리 중에는 비교적 건강한 지중해식 메뉴들이 많다. 대표적인 메뉴로는 토마토, 피망, 완두콩 등 여러 가지 야채를 넣은 차가운 수프인 가스파초 수프가 있다. 또한 감자, 콩, 옥수수, 토마토, 양파, 마늘 등을 넣은 스페인식 오믈렛, 그리고 닭고기, 해물, 콩 등을 넣어 만든 볶음밥의 일종인 빠에야 등이 있다.
프랑스 각종 해물을 넣고 끓인 해물탕인 부야베스나 가지, 토마토, 피망, 양파, 호박 등을 넣고 냄비에 끓인 라따뚜이 등은 건강한 지중해식 요리에 속한다. 하지만 치즈를 얹은 그라탕이나 크레페는 너무 기름기가 많거나 혹은 달기 때문에 지중해식과는 거리가 멀다.
이탈리아 대부분의 파스타와 피자는 칼로리가 높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기 어려운 음식이다. 하지만 소스나 토핑에 야채를 풍부하게 사용하면 이런 점을 보완할 수 있다. 가령 파스타에 기름진 소스 대신 올리브유만 끼얹어 먹거나 육류 대신 해산물을 곁들이면 좋다. 피자는 고기나 햄 대신 파프리카, 양파, 토마토 등 야채를 토핑으로 얹으면 좋다.
그리스 지중해식 식단을 대표하지만 실제 레스토랑들의 메뉴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리스식 라자냐 요리인 무사카는 칼로리가 매우 높고, 다진 고기와 식초, 양파, 와인, 향신료 등을 넣고 끓인 스튜 요리인 스티파도 역시 고열량이다.
크로아티아 관광객들이나 손님들이 가장 즐겨 찾는 대표적인 음식인 믹스 그릴은 양고기, 소고기, 돼지고기 등이 한 접시에 제공되는 모듬 스테이크 요리다. 모두 붉은색 고기이기 때문에 그다지 건강하지 않다. 또한 양고기나 돼지고기를 잘게 다져서 소시지처럼 먹는 체바프치치 역시 야채는 적게 먹는 기름진 고열량 음식이다.
터키 터키의 전통요리인 라흐마준은 얇은 밀가루 반죽에 야채와 양념한 다진 고기를 얹어 돌돌 말아먹는 음식이다. 다진 고기를 너무 많이 얹을 경우 되레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 또한 양고기와 야채를 넣어 싸서 먹는 도너 케밥 역시 자칫하다간 비만의 주범이 될 수 있다.
키프로스 양젖으로 만든 치즈인 할루미 치즈는 키프로스 사람들이 아침, 점심, 저녁 등 매끼마다 챙겨 먹는 음식이다. 보통 그릴에 구워 먹으며, 감자튀김을 곁들여 먹는 경우가 많은 탓에 반드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이스라엘·레바논·시리아 전형적인 길거리 음식이자 패스트푸드인 후무스는 콩을 갈아서 레몬즙, 올리브유, 소금 등을 섞어 만든 걸쭉한 소스로 칼로리가 매우 높다. 병아리콩과 향신료를 다져서 기름에 튀긴 완자 모양의 튀김 역시 고열량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남자는 늙어도 짐승?
‘남자는 나이가 들수록 꺾인다’는 편견은 이제 버려야 할 듯싶다.
최근 스테이시 테슬러 린다우 박사가 이끄는 미국 시카고대학의 연구팀이 ‘남자는 나이에 상관 없이 섹스에 대한 관심과 욕구가 거의 일정하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를테면 남자들은 여자들에 비해 젊어서나 늙어서나 성욕이 왕성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영국 의학 저널>을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65~74세 남성의 경우 67%가 지난 1년간 성생활을 활발히 했다고 응답했으며, 75~85세의 경우에도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지난 1년간 한 번이라도 섹스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여성들의 경우에는 달랐다. 65~74세의 여성 가운데 과거 1년 동안 적극적인 성생활을 한 여성은 40%에 불과했고, 75~85세의 여성 역시 17%만이 섹스를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와 관련해서 린다우 박사는 향후 몇 년간 성생활을 누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이른바 ‘성생활 기대수명(SALE: Sexually Active Life Expectancy)’이라는 새로운 지표를 제시했다. 남성들의 경우 평균기대수명보다 성생활 수명이 10년 정도 짧고, 여성은 20년가량 짧다.
가령 30세 남성의 경우 앞으로 35년 동안 더 성생활을 즐길 수 있는 반면, 30세 여성의 성생활 기대수명은 31년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또한 연구팀은 성생활 기대수명은 건강한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일수록 성생활 기대수명도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55세의 경우 건강상태가 월등히 좋으면 남성은 5~7년, 그리고 여성은 3~6년 정도 성생활 수명이 더 늘어난다는 것이다. 반대로 연구팀은 적극적인 성생활을 하는 사람일수록 보다 더 건강해진다고도 덧붙였다.
한마디로 건강한 사람일수록 섹스를 더 많이 하고, 섹스를 많이 할수록 더 건강해진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