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량 외관을 디자인하는 모습. | ||
실제로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조사 결과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주동력원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은 최초의 양산차인 ‘시발자동차’가 55년 첫선을 보인 이후 반세기 만에 세계 6위의 자동차 생산국으로 발전했다. 최초의 고유모델인 현대의 ‘포니’가 지난 76년 처음 수출돼 세계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보이자 77년부터 정부는 자동차를 ‘5대 수출전략산업’의 하나로 지정했다.
그리고 실제로 70~80년대 국가경제의 고도성장을 이끌어 냈다. 30년 가까이 흐른 작년 8월 정부는 ‘차세대 신성장동력 10대 산업’을 지정하면서 자동차를 주력산업으로 꼽았다.
우리 경제가 정부 구상대로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향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느냐, 아니면 선진국 문턱에서 좌절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해답 역시 자동차 산업이 쥐고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산업의 비중은 고용, 생산, 부가가치, 무역수지, 세수 등 국가경제를 성장시키고 유지시키는 모든 분야에서 다른 산업의 추종을 불허한다. 자동차산업은 기계, 전자, 정보통신 등 모든 산업의 집약체로 전후방 연관효과도 크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및 운송 수단에서 정보통신과 전자기술 등이 결합된 ‘움직이는 생활·사무공간’으로 변모하면서 또다른 성장동력 산업들의 발전과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다.
자동차산업을 흔히 ‘기계산업의 꽃’이라 한다. 자동차가 만들어지기까지 부품과, 생산설비 등 여러 분야가 함께 어우러져 자동차산업과 관련산업이 같이 발전해 나가게 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자동차산업을 가장 키우고 싶은 산업으로 꼽는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국가 경제의 발전을 주도할 차세대 신성장 엔진인 자동차 산업의 발전을 통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우리경제에서 자동차산업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자동차산업은 기초소재 및 부품산업, 판매·정비·보험·금융·서비스 분야 등 직간접적으로 많은 산업이 연관되어 있어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제조업에 직접적으로 종사하는 인원은 21만명으로 전체 제조업의 7.6%를 차지한다. 차부품과 판매, 정비, 서비스 등 관련 산업의 인력까지 더하면 1백50만명에 육박해 국내 전체 고용인력의 8%가 자동차 산업과 연관된 직종에 종사하고 있다.
이는 4인 가족을 기준으로 하면 6백만 명, 국민 8명 중 1명 이상이 차산업에 의존하고 있다. 현대 기아차의 경우 양사에 7만7천여 명이 직접 고용돼 있고 부품을 제조하는 1차~3차 협력사 등에 53만5천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기아차에 의해 직접적으로 고용이 유발되는 인원만도 61만여명인 셈.
앞으로 자동차 산업의 비중 확대와 전후방 연관효과를 감안하면 고용창출 기여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산업은 높은 생산비중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시키고 한나라의 경제성장과 기술수준을 나타내는 종합산업이다.
2002년 자동차 산업의 부가가치 생산액은 27조원.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전체 경제성장률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정부가 선정한 10대 신성장동력산업 가운데 자동차 산업은 2012년에는 부가가치 생산액 예상치가 74조에 이를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뿐만 아니라 차세대 전지, 정보통신, 반도체, 무선통신, 콘텐츠, 디스플레이 등의 산업과도 밀접히 연관돼 있다. 앞으로 자동차 산업은 이러한 첨단 산업들과의 융합으로 전혀 새로운 개념의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게 된다.
자동차산업이 살아남아야 다른 첨단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 자동차 산업은 이제 더 이상 ‘기계 공업의 꽃’에 머무르지 않고 있다는 얘기. 결국 자동차산업과 관련 신기술이 향후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이끌어 나갈 핵심 원동력이다.
▲ 지난 2003년 12월18일 현대자동차가 수출 1백만 대를 달성했다. | ||
자동차산업의 생산유발계수(최종수요가 1단위 발생할 경우, 전산업에 유발된 생산의 크기)는 2000년 현재 2.5166으로 전기전자(1.7035), 선박(2.0027)보다 상당히 높다. 생산유발계수가 높은 것은 자동차 산업이 수많은 부품으로 이루어진 대표적인 조립산업임을 보여 주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2만여 개의 부품으로 조립, 생산되는 대표적인 종합 기계산업인 만큼 전후방 연관효과도 지대하다. 이를 보여주는 것으로 영향력 계수(최종수요가 1단위 발생할 경우, 전산업부문에 미치는 영향을 전산업 평균에 대한 상대적 크기로 나타낸 것)가 있는데 자동차의 경우 2000년 현재 1.3545로 전기전자(0.9169), 선박(1.0779) 등을 크게 앞지른다.
주목할 만한 것은 자동차 산업의 수입유발계수(최종수요 한단위 증가에 따른 직·간접 수입유발 정도를 나타낸 것)는 매우 낮아 국내산업 발전과 무역수지 개선에 기여하는 정도가 높다는 것. 2000년 자동차 수입유발계수는 0.2839였고 전기전자는 0.4596, 선박은 0.3185였다.
한국 자동차산업은 지난해 2백33억 달러를 수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12%를 차지하며 대표적인 수출산업으로서 기간산업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또한 무역수지 개선을 통한 국가경제의 흑자기조 유지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 수출은 GM대우를 제외하고 98년 이래로 연속 증가세를 이어오고 무역수지도 97년 이후 1백억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생산도 2002년 세계 자동차 총생산 5천8백78만대 중 한국은 3백15만대를 생산, 6위 생산국의 위치를 차지했다. 특히 한국의 대표 자동차기업인 현대·기아차는 세계 7위의 자동차업체로 진입, 자동차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해주었다.
지난해 자동차 부문의 무역수지는 1백96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 흑자액 1백55억달러를 41억달러나 넘는 수치다.
반면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경우에는 20억달러 적자를 보였다. 자동차산업이 높은 외화가득률을 바탕으로 타산업의 부진을 만회하고 침체된 경기의 상승을 이끌어가는 효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회사들이 극심한 경기침체와 내수부진 속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영업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도 수출이 비약적인 성장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연간 수출 1백만대와 수출액 1백억달러를 돌파해 반세기 한국 자동차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현대차는 지난해 수출 1백34만대(CKD 및 해외공장생산분 포함), 금액으로는 1백10억 달러를 달성했다. 현대차의 무역수지는 89억5천만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무역수지의 45%를 차지했다. 기아차의 경우 수출 53만대, 59억6천만 달러, 무역수지는 50억달러를 기록해 둘밖에 남지 않은 우리나라 토종 자동차기업들이 국가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주었다.
한국차의 1대당 수출가격도 2000년 7천3백86달러에서 2002년 9천1백6달러에서 작년 상반기에는 9천3백17달러로 높아져 가격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물량위주의 수출전략에서 벗어나고 있어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까지 일정 수준의 궤도에 올라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자동차산업은 국가 재원 증대에도 큰 몫을 하며 국가재정의 안정에도 기여를 하고 있다. 자동차 관련 세수의 비중은 2001년 전체 국가 세수의 17% 이상을 차지했다. 차 관련 세수 중 자동차와 관련된 교통재원에 쓰이는 비율은 50% 이하. 절반이상이 일반 재원에 사용돼 국가의 안정적인 재정운영에 보탬이 되고 있다.
자동차 이용 단계별 세금 비중을 살펴보면 구매단계 12.7%, 등록단계 6.9%, 운행단계 67.5%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운행단계에 부과되는 세금이 3분의2를 넘는 기형적 세수구조를 보이고 있다. 국가 재정의 안정을 위해 수송용 유류에 부과되는 세금을 2006년 7월까지 계속 인상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자칫 국가경제의 근간인 자동차산업의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 자동차공장에서 차체를 용접하는 모습. | ||
자동차 산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이나 우리경제의 성장을 이끌 수 있을 정도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에는 넘어야 할 난관이 한둘이 아니다.
세계 자동차시장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중국 등 신흥 자동차산업국이 급성장하고 있다. 우리는 이 신흥국들과 선진국들 사이에서 심화되는 경쟁을 극복하고 수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할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노사관계, 기술개발 어느 한 가지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 없다. 아직 우리 자동차 산업은 시험대에 놓여있다
지금까지 이어온 성장탄력을 이어가지 못하면 우리 자동차 산업은 첨단 기술력에서는 도요타, GM 등 선진 회사들에게 뒤쳐지고 가격 등의 기본 경쟁력에서는 중국에 추격 당할 수도 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급팽창은 한국 자동차 회사들에게 큰 위험요소다. 지금은 중국이 가장 유망한 시장이지만, 세계 시장에서 중국산 자동차가 한국산 자동차와 경쟁관계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다. 2002년 우리나라는 세계 자동차 생산 5위 자리를 중국에 내줘 6위로 한단계 떨어졌고 앞으로 그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차산업이 한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제품 경쟁력 향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날로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응하고 급속한 기술변화에 대응해 환경, 안전 관련 신기술과 전자화 기술개발도 필수적이다.
특히 하이브리드카, 연료전지차, 텔레매틱스 등 차세대 친환경자동차의 개발과 사업영역 확대로 미래경쟁력과 글로벌 제품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또한 노사 관계의 선진화를 통한 적정한 임금수준 유지, 생산성 향상도 무엇보다 중요한 관건이다.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포드를 제치고 2위 자리에 올라선 도요타도 안정된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나가고 있다.
부품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부품 조달체계 개선 등에 의한 원가절감 노력 역시 중요하다. 동시에 한국자동차의 브랜드인지도 제고노력이 배가되어야 한다. 제품력도 브랜드 이미지가 낮으면 해외시장에서 합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가 해외에서 제이디 파워 등의 유수 기관의 각종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차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뿐만 아니라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수출이 확대되면 상대국들의 통상압력은 거세질 수밖에 없다. 정부의 통상 교섭력 강화로 통상문제 예방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미국 등 주요 교역국들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추진함으로써 통상문제 완화는 물론 경쟁력의 유지와 교역확대를 도모해야 한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이미 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격전지가 됐다. 대우, 삼성은 GM과 르노에게 넘어갔고 쌍용은 해외 매각이 기정사실화돼 있다. 현대·기아차만이 한국 자동차산업의 자존심을 굳게 지키며 세계 각국과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선진 자동차 업체들의 관심조차 받지 못하다가 이제는 가장 경계하는 기업이 된 현대· 기아차는 2010년 세계 5대 자동차 업체의 진입을 경영 슬로건으로 새로운 비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성공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발전뿐 아니라 국가경제의 도약에도 매우 중요하다.
한국 자동차 산업은 무한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세계 자동차산업 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발전한 기록을 자랑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신화를 이룩한 것이 한국 자동차산업의 역사다. 한국 자동차의 이미지도 ‘값싸고 탈만한 차’에서 ‘합당한 가격에 품질 좋은 차’로 미국, 유럽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현대·기아차는 세계 7위 자동차 회사에 진입했다. 이제는 가격이 아닌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선진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주춧돌인 자동차 산업은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의 견인을 위한 새로운 신화 창조를 준비하고 있고 신화가 실현되는 시기는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