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CJ홈쇼핑으로 옮겨 판매되고 있는 앙드레 김 속옷 방송 장면. | ||
이들 두 회사는 ‘앙드레 김’이라는 국내 최고의 디자이너로부터 상표권을 사들여 속옷세트를 개발, 홈쇼핑을 통한 공격적인 판매로 대박을 거뒀다.
문제는 이렇게 판매가 잘 되는 와중에 제조업체인 앤프리가 LG측이 당초 계약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판매계약을 파기한 것. 그런 뒤 앤프리는 앙드레 김 상표 속옷판매처를 LG의 경쟁사인 CJ홈쇼핑으로 옮겨 버렸다.
이에 LG홈쇼핑은 일방적인 계약파기로 입은 손해배상을 앤프리측에 요구한 상태이고, 앤프리는 대기업의 일방적인 횡포라고 맞서고 있다.
현재 LG홈쇼핑이 소송을 통해 앤프리에 요구하고 있는 손해배상액은 33억원. 소송이 진행중인 상태에서 LG홈쇼핑은 앤프리에 대한 재산가압류를 신청했고, 이것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져 5억2천만원의 가압류를 한 상태다. 1심에서 2억원의 가압류 결정이 내려진 뒤 다시 2심에서 5억여원의 가압류가 결정되자 앤프리측은 상고에 나설 예정이다.
앤프리는 유통업체 ‘아인스 인터내셔널’이 속옷생산을 위해 등록한 회사. 대표이사 이은영씨는 앙드레 김의 일을 봐주며 친분을 쌓았던 인물이다.
이씨는 속옷판매를 위해 앙드레 김으로부터 독점적인 상표계약을 체결한 뒤 2002년 4월2일 LG홈쇼핑과 접촉, 홈쇼핑 판매를 위한 상품을 개발했다.
당시 앤프리와 LG홈쇼핑은 상품의 기획 및 개발, 홍보에 공동 노력하기로 하는 업무제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4월23일부터 브래지어 2장과 팬티 2장 등 4종 1세트로 구성된 ‘앙드레 김 엔카르타’라는 상품을 개발, LG홈쇼핑을 통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당초 이 제품의 판매실적은 신통치 않았다. 23만9천원이라는 높은 가격 때문이었다. 결국 앤프리는 10억원의 재고손실을 보게 되었다.
그런 뒤 LG홈쇼핑과 앤프리는 다시 상품개발에 나서 브래지어 3장과 팬티 6장의 9종 1세트로 구성된 ‘앙드레 김 엔카르타 베이직’이라는 품목을 개발, 15만9천원의 가격으로 지난 2002년 12월7일부터 다시 판매했다.
새로 개발된 상품은 예상외의 호응을 얻어 두 번째 방송만에 재고가 다 바닥나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자 앤프리측은 기존에 판매가 부진했던 상품의 재고를 재구성해 판매하기도 했다. LG홈쇼핑과 앤프리 간의 갈등이 불거진 것은 이때부터. 앤프리에 의하면 새로운 상품 생산을 위해 LG측에 필요한 자금의 회수를 빨리 해줄 것을 요구했는데 LG홈쇼핑측에서 들어주지 않은 것이 갈등의 요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매월 5일 결제하기로 한 대금지급을 제때 하지 않은 일이 자주 발생했다는 것.
때문에 앤프리측은 매월 12억원의 판매대금 수금액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LG측에 요구했다. 그러나 LG측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이를 기화로 앤프리는 판매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CJ홈쇼핑과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LG홈쇼핑에 의하면 판매대금 지급이 늦어진 것은 이전부터 관행상 서로 문제삼지 않던 부분이었는데 갑자기 일방적인 요구를 한 뒤 받아들여지지 않자 계약을 파기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특히 앤프리측이 문제삼은 방송시간 불이행은 앤프리측이 상품재고를 확보하지 않아 불가피하게 방송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후 상품확보 후 방영된 횟수를 합하면 매주 60분 이상의 방송시간이 보장되었다는 설명이다.
앤프리가 다른 방송사로 옮겨간 뒤 2003년 5월24일부터 LG홈쇼핑에서는 새롭게 ‘베르데 베로니카’라는 상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으나 종전의 앤프리의 상품판매량에 훨씬 못미쳤다.
이에 LG홈쇼핑은 앤프리측에 일방적 계약파기로 인해 입은 손해 33억원을 받아내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 동시에 앤프리측에 재산 가압류 신청도 서울지법에 냈다.
법원은 1심에서 2억원의 계약불이행 위약금을 가압류로 인정했다가 LG측의 항소로 2심에서 영업이익에 해당하는 3억2천9백만원을 가압류로 인정해 총 5억2천9백만원의 가압류 결정을 내렸다. 지난 4월13일의 일이었다.
이에 대해 앤프리 관계자는 “대기업의 횡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당초 계약조건 자체가 LG에 무조건 유리하게 작성되었다. 영세업체가 홈쇼핑 회사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불리한 조건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번 소송은 자신들의 말에 순응하지 않는 회사에 대한 보복”이라는 입장이다.
앤프리가 문제삼는 계약조건의 내용을 보면 우선 ‘판매기간은 1년으로 하되 LG측이 3개월간의 판매추이를 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계약의 내용을 다시 협의한다’는 것이다.
또 모든 상품판매방식이 앤프리가 잔여 및 반품재고에 대해 책임지게 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계약서에 ‘모든 협의결과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LG홈쇼핑이 가진다’고 명시된 것은 명백한 대기업의 횡포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LG홈쇼핑측은 “계약조건은 애초에 쌍방이 다 합의한 사항이다. 상품판매가 잘 되자 무리한 요구를 내걸고 들어주지 않는다고 계약을 파기한 것은 명백한 계약위반”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앤프리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CJ홈쇼핑측은 “당시 이미 계약이 파기된 상태였기 때문에 계약을 체결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상품의 상표권을 판매한 앙드레 김측은 “상표의 독점사용권은 앤프리에만 판매한 것이기 때문에 홈쇼핑과 앤프리가 어떤 소송전을 벌이든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LG홈쇼핑과 앤프리의 소송전은 그동안 관행처럼 돼 있던 홈쇼핑업체와 납품업체 간의 불평등 계약을 둘러싼 대표적인 갈등이라는 점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이번 사건에는 홈쇼핑 업계의 1∼2위를 다투고 있는 LG홈쇼핑과 CJ홈쇼핑 간의 자존심싸움도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