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윤대 KB금융 회장 내정자. |
KB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서 불었던 논란만큼 어윤대 회장 내정자가 정식 임무에 들어가게 되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장기간의 리더 부재로 내부 조직력이 상당부분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국민은행이 수익성 면에서 신한은행에 뒤지고 자산규모에선 우리은행에 밀리는 수모를 겪은 것도 회장 대행체제로 인한 장기 플랜 결정권의 약화와 조직의 의사결정 분열이 결정적 이유였다는 해석이다.
이런 이유로 어 내정자가 공식 취임하게 되면 무엇보다 차기 행장과 지주사 사장 선임 작업이 최우선시될 듯하다. 국민은행의 경우 강정원 행장의 거취가 변수다. 강 행장의 잔여 임기는 오는 10월까지다. 때문에 남은 임기를 채운다면 9월 중 차기 행장을 선임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강정원 행장의 조기 사퇴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어 내정자 취임 이후 행장 인선이 급물살을 탈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KB금융지주는 어윤대 회장 내정 이후 지주 내 계열사 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를 신설했다. 대추위는 KB금융지주 회장, KB금융지주 사장, 사외이사 2인 총 4명으로 구성된다. 국민은행을 포함한 9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후보를 회장이 추천하면 대추위가 이를 승인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은행장 인사는 사실상 어 내정자 의중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는 얘기다.
어 내정자는 최근 행장 자리에 내부 인사 중용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이는 회장 선임 이전까지 각종 루머와 실적부진에 휩쓸렸던 KB금융이 앞으로 조직안정과 실적개선을 효율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내부 사정에 밝은 인사를 행장 자리에 앉혀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행장 하마평에 오른 인물들은 모두 전·현직 KB금융 관계사 임원들이다. 현재 행장 후보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영업·인사본부장을 거친 최기의 전략그룹 부행장, 심형구 신탁연금그룹 부행장 등이다. 김옥찬 재무그룹 부행장, 민병덕 개인영업그룹 부행장 등의 이름도 나온다. 외부 인사로는 이달수 KB데이터시스템 사장, 정연근 전 KB데이터시스템 사장, 윤종규 전 국민은행 전략담당 부행장 등으로 이들도 모두 KB금융 출신이다.
행장 자리와 더불어 김중회 전 사장이 사임한 후 6개월째 비어 있는 KB금융지주 사장 인선도 어 내정자 취임 후 조속히 해결돼야 할 숙제다. 그런 만큼 이 자리에 누가 오를지에 대해서도 하마평이 무성하다. 국민은행 부행장 출신인 김동원 기업은행 사외이사와 남경우 KB금융아카데미 원장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또 이영호 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최인규 KB지주 부사장, 정연근 전 사장 등도 유력한 후보로 전해진다.
한편 KB금융 측은 벌써부터 국민은행장과 지주사 사장 후보자들의 하마평이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KB금융의 한 관계자는 “내부 인사를 선임할 것이 유력하다는 것 외에는 아직까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행장의 임기도 남아 있는 만큼 정확히 언제 어느 시점에 차기 행장이 선출될지는 알 수 없다”며 “다만 개인적으로 내부 분위기상 어 내정자가 취임 후에 최대한 빨리 차기 행장과 지주사 사장 문제를 해결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은 든다”고 전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