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한국인의 밥상
아는 만큼 맛있어지는 별미의 세계. 생선대가리와 소꼬리, 다양한 껍질 요리까지 몰라봐서 미안했던 재료들의 색다른 변신이 공개된다.
부산역 근처의 초량전통시장.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박수양 씨(71)의 식당이 있다. 음식솜씨가 좋은 덕분에 여러 식당에서 환영 받으며 일했던 수양 씨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자신의 식당을 내기로 마음먹는데. 그러나 문제는 장사밑천이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어시장에서 버려지던 명태 대가리였다. 명태 대가리에는 살이 많이 붙어있어서 우습게 볼 것이 아니란 걸 알아본 수양 씨. 오랫동안 알고 지낸 어물전 사장에게서 1년을 공짜로 받기로 약속하고 전을 팔기 시작했다.
그렇게 궁여지책으로 시작했던 ‘어두’ 요리였지만 지금은 손님들이 줄지어 찾는 대표 음식이란다. 그런데 수양 씨의 전은 어디에서도 못 보던 독특한 모양새다. 명태대가리를 반으로 갈라 억센 부분은 칼로 내리쳐서 먹기 좋게 다듬고 큼지막한 것은 2개, 작은 것은 3개를 둥글게 이어붙이면 커다란 프라이팬에 가득 찬다.
여기에 매운 고추를 다져서 얹고 수양 씨 표 특제 양념을 바르는 것이다. 이렇게 오후 장사를 시작할 재료 손질을 마치고 점심시간이 되면 약속이나 한 듯 이웃 상인들이 밑반찬을 하나 둘 들고 삼삼오오 가게로 모여든다. 아침 일찍 어물전에서 반찬으로 먹을 생선들을 사온 수양 씨가 솜씨를 발휘한다.
‘어두일미’하면 첫손에 꼽히는 도미대가리조림과 밥반찬으로는 제격이라는 명태뽈찜을 내놓고 여기에 함께 식사하는 상인 정순덕 씨가 일손을 도와 볼락(열기)섞박지를 만든다.
섞박지는 가을무가 맛이 들 때쯤 담그는 것이 제일 맛이 좋은데 볼락의 대가리와 내장도 함께 넣어야 발효가 잘 된다고. 별미들로 가득한 어두 밥상을 만나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서울 충무로 소꼬리곰탕집,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토종닭껍질무침을 소개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