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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승남 전 검찰총장. | ||
신 전 총장은 6월 30일 자신이 주주로 있는 인천 소재 M 저축은행을 찾아 보유 지분에 대한 명의개서를 신청했다. 하지만 은행 측이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거절하자 자신이 주주이자 전직 검찰총장이었다는 사실을 앞세워 과격행동을 했다는 것이 은행 측의 주장이다. 저축은행 측은 신 전 총장이 경영진을 협박한 사실 및 은행 고객들의 편의를 해친 정황을 문제 삼아 지난 7월 5일 국민권익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데 이어 앞으로 열릴 주주총회에서 신 전 총장이 다시 소란을 일으킬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경찰 고소까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 검찰총장으로서 법조계 최고위 층에 있었던 그가 어떻게 해서 피진정인 신세로 전락한 것일까. <일요신문>은 M 저축은행 측이 권익위에 제출한 진정서를 바탕으로 사건의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을 고발합니다.’
지난 7월 5일 국민권익위원회에는 M 저축은행 노동조합 측이 제출한 진정서가 접수됐다. 신 전 총장이 주주로서의 권한을 남용해 경영진과 직원들에게 폭언을 퍼붓고 4시간 동안 업무를 마비시켰다는 것이 진정서의 핵심 내용이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지난 6월 30일. 예정대로라면 직원들이 한창 결산업무로 바삐 움직이고 있어야 할 시간에 갑자기 M 저축은행 내 모든 업무가 마비됐다. 오후 1시 30분경 은행을 찾은 신 전 총장이 직원과의 대화 중 언성을 높이며 “내가 누군 줄 아느냐. 전직 검찰총장이다. 내가 무섭지도 않느냐”라고 소리쳤기 때문이다. 그는 저축은행 지분 중 5%를 보유한 주주이기도 해 직원들은 일순간 일손을 놓고 상황을 지켜봤다.
그가 언성을 높이게 된 이유는 명의개서 요청이 거절됐기 때문이었다. 그는 이날 은행을 방문해 자신이 보유한 51억 상당의 주식을 6명에게 나누어 주는 명의개서를 신청했다. 그는 10주, 5주, 1주씩으로 소액주주 명의개서를 신청했다. 그러나 은행 측은 “주식을 증여 받을 당사자들이 함께 방문해야 하는 것이 규정이다”는 이유로 명의개서를 반려했다. 그러자 신 전 총장은 “그러한 규정은 상법에도 없고 규정에도 없다”고 반발하면서 명의개서를 허용할 것을 계속 요구했다. 또 대표이사, 전무이사, 경영지원 팀장을 만나 “주주총회 장에서 당신에게 온갖 창피를 주겠다” “직원들 앞에서 혼나고 싶나” “감옥에 갈 준비를 해라”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고 소리치며 서류를 던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신 전 총장이 명의개서를 다급하게 요구한 까닭은 무엇일까. 은행 측은 진정서에서 “신 씨는 8월에 열릴 주주총회를 훼방 놓기 위해 ‘주총꾼’을 조성할 계획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 측의 한 관계자는 “보통 상호저축은행은 비상장기업이기 때문에 주주 간 매매계약을 통해 주식 양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는 자신이 직접 주식 증여자를 지정해 명의개서를 요구한 상태였다”며 “이 같은 형태의 주식증여는 주주총회 시 의사진행 및 업무를 방해할 목적으로 주총꾼을 동원하기 위해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신 전 총장이 주주총회를 훼방하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 관계자는 “M 저축은행 K 회장이 자신을 상대로 소송을 낸 것에 대해 격분했기 때문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신 전 총장은 소동 당일날 “이 은행 회장이 나를 상대로 소송을 했으니 나도 그에 따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 아니냐”며 고성을 질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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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 저축은행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한 진정서. | ||
하지만 신 전 총장은 몇 달 전 이 골프클럽 운영업체가 검찰의 수사대상이 됐을 때만 해도 자신은 골프장 실질 운영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조사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이 운영업체는 2008년 3월경 포천시 골프장 설립 인허가 과정에서 포천시의회 이 아무개 의장(52)에게 1억 500만 원을 건네 준 혐의가 드러나 지난 5월 수사대상에 올랐던 곳이다. 당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신 전 총장이 문제의 골프장 공동 운영자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전직 검찰총수가 정치권 로비 사건에 개입됐는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기도 했다. 검찰은 당시 신 전 총장의 지분이 1%에 지나지 않아 그가 실질적인 운영자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아예 수사대상에서 제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문제가 된 골프장의 임직원 대부분이 신 전 총장이 현재 실제 회장으로 있는 모 골프장 인사들이었던 점을 들어 그가 뇌물공여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더욱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포천시의회 의장에게 건네진 돈 중 일부가 회사 자금으로 회계 처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통 투자자인 신 전 총장이 이를 아예 몰랐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검찰 안팎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M 저축은행 K 회장이 5년 전 포천힐스컨트리골프클럽에 대여해줬던 63억 원을 변제하라고 소송을 낸 것에 대해 신 전 총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도 석연치 않다. 신 전 총장이 스스로 “나를 향해 소송을 했다”고 반응하고 있는 것은 자신이 곧 변제 책임자, 즉 실질적인 운영자임을 암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7월 6일 기자와 통화한 M 저축은행의 한 관계자는 “골프장 관련 소송 건으로 신 전 총장이 격분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앞으로 열릴 주주총회에서 더 큰 소란을 끼칠 여지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해당 내용을 바탕으로 5일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 측은 “최악의 상황에선 업무방해 및 협박 등의 정황을 근거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과연 신 전 총장이 자신이 주주로 있는 저축은행을 방문해 소란을 피운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기자는 신 전 총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끝내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국민권익위 진정을 넘어 수사기관 고소로까지 비화될 조짐이 일고 있는 전직 검찰총수의 ‘과격 행동’ 구설수가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