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BS 그것이 알고싶다
1976년 10월 천지를 긁는 소리에 서둘러 집으로 향하던 안희석 씨. 그는 그날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금화산 중턱에서 평생 잊지 못할 광경을 목격했다.
안희석 씨는 “절대로 별이 아닌 불빛이 서울을 향해서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정체 모를 불빛들이 청와대 인근으로 다가오고 있었으며 그 불빛들을 향한 수천 발의 대공포 사격이 하늘을 뒤덮었다는 것. 그는 4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날의 일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목격했는데도 불구하고 당시 언론에 단편적으로 다뤄져 여전히 발광체의 실체에 의문을 품고 있다는 그는 이 사건을 ‘청와대 UFO’라 부르고 있다.
제작진은 이 사건의 또 다른 목격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안희석 씨와 마찬가지로 흰 발광체들이 청와대 상공에 있었다고 말했다. 오래된 기억이지만 그 불빛만은 모두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UFO’는 비행 금지구역을 침범한 미국의 화물기 한 대였고 대공포 사격은 그 비행기를 향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앞서 만난 목격자들은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한 사실과 너무 다르다며 언론의 발표에 의문을 표했다. 목격한 그것은 비행기 한 대의 불빛이 절대 아니었으며 비행체의 속도 또한 일반적인 민항기의 속도와는 차이가 있었다고 한다.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취재 중 이 사건이 언급된 미국무부 기밀문서와 당시 언론에 보도된 해당 항공기의 교신내용을 입수할 수 있었다.
입수한 자료에서 비행 금지구역의 침범 시간을 추정할 수 있었는데 이는 보도에서 확인된 첫 사격시각과도 다소 차이가 있었다. 경험한 것과 기록된 사실이 달라 무엇이 진실인지 가늠하기 힘든 ‘청와대 UFO’사건.
이 사건은 아직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1976년 서울 상공에 발포되었던 대공포 사격 사건을 통해 정보의 차단과 독점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청와대 UFO’가 왜 UFO로 남을 수밖에 없었는지, 기록하지 않고 정보를 숨겨왔던 건 누구인지, 감춰진 진실과 알고자 하는 사람들 사이 아직 확인되지 않는 사건들이 또 무엇인지 확인해 본다.
그리고 2020년 여전히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들이 UFO로 남아있다. ‘천안함 피격사건’, ‘세월호 7시간’, ‘연평도 공무원 피격사건’ 등 정확하게 제공되지 않는 정보들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UFO를 계속 만들고 있다.
진실을 숨기는 자는 대체 누구이며 1976년부터 지금까지 그 역사를 반복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의 차단과 독점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