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4일경 경찰서를 찾은 양 씨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에 피해가 갈까봐 침묵하다 3년 만에 어렵게 털어 놓는다”며 피해사실을 털어 놨었다. 당시 경찰에 진술한 내용대로라면 양 씨는 고향후배의 소개로 만난 김 씨와 조 씨에게 협박당해 모두 1억 8000만 원을 갈취당한 피해자였다.
당시 경찰에서 밝힌 양 씨의 진술은 이러했다. 양 씨는 2007년 개인사업을 하던 중 고등학교 후배 A 씨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나간 자리에서 김 씨와 조 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사업을 하려는데 공장부지 매입 자금이 모자란다며 부동산 담보대출을 대신 받아 45억 원을 빌려줄 수 없냐고 제안했다.
양 씨는 당시 잘 알고 지내던 금융권 브로커 김 아무개 씨(67)에게 부탁해 보겠다며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들이 사례비로 지급한 7000만 원을 받았다.그러나 이후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김 씨와 조 씨가 돌변해 “노무현 친조카가 사기를 치고 다닌다”고 인터넷이나 언론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그들의 입을 막기 위해 모두 1억 8000만 원을 건네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양 씨의 주장이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직접 대출을 알선한 금융 브로커 김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하고 도피 중인 김 씨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후 경찰의 추적 끝에 7월 5일 김 씨가 체포됐고, 행방이 묘연했던 조 씨 역시 구속돼 검찰에 사건이 송치됐다. 피의자가 검거되면서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드는 듯했던 수사는 오히려 양 씨에게 불똥이 튀었다.
구속된 김 씨가 검찰조사에서 “양 씨가 먼저 현직 대통령의 측근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 대출을 통해 45억 원을 충분히 받아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접근했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사례비 7000만 원도 양 씨가 먼저 요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개인사업을 하다가 현재는 무직’이라고 말한 양 씨의 진술도 거짓으로 드러나고 있다. 부산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양 씨는 경찰조사에서 무직상태라고 진술했었다. 김 씨가 체포된 후 여러 정황이 의심됨에 따라 양 씨의 현 신분을 조사해보니 대출 관련 금융계통에 근무했고 현재도 금융계에 종사하고 있는 사실이 포착됐다. 수사 방향이 양 씨의 사기 의혹 혐의로 역전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결국 검찰은 양 씨를 불구속 입건 했고, 양 씨가 먼저 대통령 친인척임을 내세우며 현금을 요구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양 씨가 사기꾼들에게 걸려든 것인지 아니면 이들을 이용해 한탕하려 했는지는 아직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와 조 씨가 애초 양 씨에게 “사업을 하려는데 부지매입비 45억 원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 자체가 거짓으로 밝혀졌으며, 김 씨의 경우 현재 다른 사기 혐의까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