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5일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서 베트남 여성 탓티황옥 씨의 부모가 딸이 화장되는 장면을 보며 오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줌의 재로 돌아간 베트남 여성은 탓티황옥 씨(20)로 한국에 온 지 8일 만에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찔러 사망했다. 베트남 이주여성이었던 황옥 씨는 베트남 외곽의 시골 마을에서 쌀농사 소작농으로 일했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며 정부로부터 주택과 생계지원을 받는 극빈층이었다.
평소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코리안 드림을 꿈꿔왔던 황옥 씨는 호찌민 국제결혼업체에 소개서를 냈고, 지난 2월 7일 한국인 장 아무개 씨(47)를 만났다. 장 씨와 나이가 27세나 차이 났지만 한국에서 다른 삶을 살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만난 지 열흘 만에 현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비자발급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그는 한국어를 배우며 노트 빼곡히 ‘오빠 사랑해요’라는 문장을 연거푸 쓰며 신혼생활의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고 한다.
오랜 기다림 끝에 7월 1일 황옥 씨는 남편이 있는 한국으로 왔지만 그가 꿈꾸던 신혼생활은 8일 만에 산산조각이 났다. 장 씨는 정신질환자로 지난 8년 동안 약물 치료를 받고 있었다. 또 일주일 동안 정신병원에 입원치료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 그러나 황옥 씨는 물론 가족들 역시 장 씨의 정신질환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신혼의 단꿈이 한 줌 재로 돌아가게 된 사건은 7월 8일 오후 7시25분쯤 일어났다. 부산 사하구 신평동 집에서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고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장 씨는 황옥 씨의 얼굴을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선 흉기로 복부를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장 씨는 범행 후 경찰 치안센터에 전화를 걸어 “내가 사람을 죽였다”고 자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에서 그는 “나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 부부싸움을 하는데 귀신이 나타나 아내를 죽이라고 말하는 환청이 들려 죽였다”고 진술했다.
행복하게 살고 있는 줄로만 알았던 딸이 한 달도 채 못돼 살해당했다는 비보를 접한 황옥 씨의 부모님은 즉시 한국으로 건너와 싸늘한 주검이 된 딸의 모습에 오열했다. 시신은 7월 15일 오전 10시 영락공원에서 화장된 뒤 다음날 오전 베트남행 항공기에 실려 가족들과 함께 고국으로 돌아갔다.
손지원 기자 snorkl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