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검찰이 최근 정현준 게이트의 장본인 중 하나였던 전 동방상호신용금고 부회장 이 아무개 씨와 관련한 수사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돼 눈길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과거 게이트처럼 이번 사건도 군 관련 유력 인사들의 이름이 흘러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지만 단순 사기사건으로 결론이 났다. 사건의 전말을 보도한다.
지난 2001년 법원으로부터 징역 6년을 선고받고 2006년 말 출소한 전 동방상호신용금고 부회장 이 씨는 2007년 4월 C 사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캐피탈 대부업체인 C 사는 정현준 게이트 개입 의혹을 받았던 O 씨가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대표이사를 맡았던 곳의 후신이다. O 씨는 2000년 초 유일반도체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저가발행 사건과 관련, 이 씨로부터 금융감독원에 대한 로비 명목으로 5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던 인물이다.
검찰은 이 씨와 관련한 제보를 입수하고 지난 4월 말부터 수사를 벌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검 강력부는 처음 이 씨가 사업상 편의를 제공받기 위한 목적으로 2007년 브로커를 통해 전·현역 고위급 육군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두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사 결과는 검찰의 예상과 전혀 다르게 나타났다.
검찰 안팎에 따르면 이번 수사 과정에서 당시 현역 육군 대령이던 S 씨(57)가 중간 브로커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07년 7월 “C 사의 해외 진출을 도와주겠다”며 대표이사 이 씨에게 접근한 S 씨는 “중국에 근무하는 대령이 장군으로 진급하는 것을 도와주면 C 사가 중국 진출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주겠다”며 이 씨에게 로비자금을 요구했다. 그 과정에서 이 씨는 로비자금 명목으로 7000만여 원을 S 씨에게 건넸다.
뒤이어 그해 10월경 S 씨는 “중국 진출이 거의 성사단계이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로비자금이 좀 더 필요하다”며 다시 이 씨에게 접근했다. 이 과정에서 S 씨는 “전직 합참의장을 통해 군 인사 담당자에게 부탁해야 한다”며 로비자금을 요구했다. 이 씨는 S 씨에게 미화 5000달러가량(당시 환율로 약 460만 원)을 건네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결국 C 사는 중국 진출에 실패했고 사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 씨는 2008년 4월 퇴임해야 했다. 이후 수년간 묻혀 있었던 이 사건은 최근 전직 합참의장 관련 비리 의혹 첩보를 수집한 검찰이 내사에 들어가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그런데 검찰 수사 결과 이 씨는 단순 피해자였고 모든 것이 S 씨의 단독 범행인 것으로 밝혀졌다. S 씨가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던 현직 대령과 전직 합참의장 등 유력 인사들은 모두 이번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S 씨는 처음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이 씨에게 접근했던 것이다.
지난 6월 29일 검찰에 체포된 S 씨는 7월 3일 구속기소됐다. 사건을 담당한 인천지검 측은 “이 씨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였을 뿐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전직 군 장성 관련 수사를 한 것은 맞지만 이번 사건은 이전처럼 게이트화하거나 그런 것이 아닌, 단순히 변호사법 위반 사건”이라고 전했다.
기자는 이 씨의 설명을 듣기 위해 그가 근무했던 C 사로 연락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C 사 관계자는 “(2008년) 퇴사한 후에 이 씨의 행적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연락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만 전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