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C&C 주가는 지난 7월 14일 종가 8만 4800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공모가 3만 원으로 주식시장에 첫발을 내딛었으니 8개월여 만에 세 배 가까운 성장을 이룬 셈이다. SK C&C 주가는 상장 4개월 만인 지난 3월 공모가의 두 배인 6만 원을 돌파했다. 이후 잠시 주춤하던 SK C&C 주가는 4월 말부터 다시 반등하기 시작해 5월 11일 7만 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이날 SK텔레콤이 지난 11월 SK C&C 상장 직후부터 보유해온 SK C&C 지분(9.0%)에 대한 보호예수가 풀렸다는 소식이 주식시장의 기대감을 높여주기도 했다.
SK C&C 주가는 이후 6월 28일 8만 원을 넘어섰고 6월 30일엔 SK C&C가 시가총액 4조 2000억 원을 기록하면서 당시 시가총액 4조 1045억 원이었던 SK㈜를 제쳤다. 지난 7월 12일엔 종가 8만 7400원을 기록해 이날 종가 8만 6700원을 기록한 SK㈜를 앞지르기도 했다.
7월 14일 현재 SK C&C 종가는 SK㈜ 8만 8200원보다 낮은 8만 4800원에 머물렀지만 증권가에선 SK C&C 주가가 SK㈜ 주가를 조만간 제칠 것으로 보고 있다. SK㈜가 사업부서 없는 지주사인 반면 SK C&C는 그룹 물량을 지원받아 자체 사업을 진행하는 동시에 최 회장이 최대주주인 실질적 지주사라는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까닭에서다.
SK그룹은 ‘최태원→SK C&C→SK㈜→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여러 계열사 지분을 골고루 갖고 있는 SK㈜가 명목상 지주사이긴 하지만 최 회장이 지분 44.50%를 갖고 있는 SK C&C가 SK㈜ 지분 31.82%를 보유해 사실상 지주사로 군림하고 있다. 증권가의 기대감에 힘입은 SK C&C 주가 고공행진은 SK그룹 지배구조에도 작지 않은 변화를 가져다줄 전망이다. SK C&C 주가 상승이 SK㈜와 SK C&C의 합병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평가받는 까닭에서다.
지난 2007년 지주회사제 전환 계획을 발표한 SK그룹은 지난해 6월 지주사 요건 충족 기한 2년을 다 쓰고 2011년 6월까지 2년 연장을 당국으로부터 허가받은 상태. 현재의 SK C&C중심의 지배구조 대신 SK㈜가 실질적 지주사 구실을 하는 구조를 갖추기 위해선 최 회장의 SK㈜ 지배력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최 회장의 현재 SK㈜ 지분율은 0.02%에 불과하다. 보유 주식 수로 따져보면 1만 주에 지나지 않는다. 7월 14일 SK㈜ 종가 8만 8200원 기준으로 계산해 보면 SK㈜(주식 총수 4696만 1812주) 지분 1%를 사들이는 데 약 400억 원이 든다. 최 회장이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선 수천억 원을 쏟아 부어야 하는 셈이다.
재계와 증권가에선 최 회장이 지주사 요건 충족 때문에 SK㈜ 지분 늘리기에 나서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 회장은 이미 SK㈜ 지분 보유에 미련이 없음을 지난해 2월 SK㈜ 지분 매각을 통해 보여줬다. 당시 최 회장은 보유 주식 104만 787주 가운데 1만 주를 뺀 103만 787주를 매각했다. 이를 통해 최 회장이 약 900억 원을 손에 쥐면서 계열사 지분 매입설이 줄곧 나돌았지만 이때 이후로 지금까지 최 회장은 지분 매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당초 증권가에선 “SK C&C 최대주주인 최 회장이 SK C&C 상장 이익금으로 SK㈜ 지분을 사들이려 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는데 최 회장은 이를 비웃듯 SK㈜ 지분 매각을 단행해 버렸다. 재계와 증권가에선 최 회장이 거액을 필요로 하는 SK㈜ 지분 매입 대신 SK㈜와 SK C&C의 합병을 통한 지주회사제 완성을 도모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 C&C의 주가가 SK㈜와 비슷해졌고 양사의 주식 총수도 엇비슷한 만큼 만약 양사가 1대 1 비율로 통합할 수 있다면 최 회장은 SK㈜와 SK C&C 합병으로 만들어질 새 지주사에서 안정적인 지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최태원→SK㈜-SK C&C 통합법인→나머지 계열사들’ 형태의 지배구조를 확립할 수 있는 것이다.
SK C&C 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SK㈜와 SK C&C 합병 법인에서 최 회장이 보유하게 될 지분율은 더 높아지게 된다. SK C&C 주가 상승은 최 회장에게 더없이 반가운 일인 셈이다. 그러나 SK㈜와 SK C&C 합병은 “최 회장이 사재 출연 없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비판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내년 6월 지주사 요건 충족 기한을 앞두고 지주회사제 전환 막바지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6월 30일 SK㈜는 SK네트웍스가 보유한 SK해운 주식 1089만 7999주(17.7%) 전량을 454억 원에 장외거래 방식으로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지주사 요건 충족을 위해 사업회사 간 지분 소유 금지 조항에 따라 SK㈜가 SK네트웍스의 SK해운 지분을 사들인 것이다.
SK텔레콤이 보유한 SK C&C 지분 9.0%도 보호예수 기간이 끝남에 따라 지주사 요건 충족을 위한 순환출자 해소 차원에서 조만간 매각될 전망이다. 과연 SK㈜와 SK C&C의 합병이 SK그룹의 지주회사제 완성을 위한 ‘화룡점정’이 될까. 이를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