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인콤의 ‘아이리버’(왼), 삼성전자의 ‘옙’ | ||
10~20대의 젊은 층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차세대 휴대형 기기 ‘MP3플레이어’ 시장을 두고 골리앗과 다윗의 전쟁이 불을 뿜고 있다. ‘골리앗’은 국내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이고, ‘다윗’은 중소 벤처기업인 (주)레인콤.
레이콤의 대표이사인 양덕준 사장은 20여 년간 삼성전자에 몸담았던 인물이어서, 이번 전쟁은 전직 삼성맨과 현직 삼성맨의 한판 승부로 더욱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양 사장은 지난 1978년부터 1998년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홍콩지사장 및 수출담당 이사를 역임한 바 있다.
‘MP3 플레이어’는 ‘MPEG 오디오 플레이어’의 준말로, 사용자들이 인터넷이나 PC통신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각종 파일 등을 다운로드 받아 이 기계에 저장, 원할 때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기존에 인기를 끌었던 워크맨이나 CD플레이어의 경우 카세트 테이프, CD 등이 있어야만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MP3 플레이어는 내장된 칩에 음악파일이 저장되기 때문에 간편하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 또 기존의 CD보다 음질이 좋고, 일반 CD의 50배에 가까운 3백여 곡들을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 때문에 MP3플레이어 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에 그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추세.
사실 이 시장이 처음 형성된 것은 지난 90년대 초반. 레인콤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에는 인터넷이 활성화되지 못한 데다, MP3플레이어의 용량이 지극히 적어 일부 마니아 층을 제외하고는 인기가 없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말. 현재 시장 규모에 대해서는 정확히 집계된 것은 없지만, (주)레인콤에 따르면 지난 2001년 국내외 전체 시장 규모는 약 3천9백억원(2백60만대) 정도.
그러나 지난 2002년 말에는 9천9백억원(6백60만대)으로 늘어났고, 2003년 말 처음으로 2조원대를 돌파했다. 2003년 말 전체시장 규모는 2조1천억원(1천4백만대)대로 추산된다.
그러나 앞으로도 이 시장의 규모는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시장의 9~11%가량을 점유하고 있어 미국, 일본, 중국 등과 함께 대표적인 MP3플레이어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 1위는 중소기업체인 레인콤. 레인콤은 지난 99년 자본금 32억원으로 설립된 회사로 양덕준씨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현재 ‘아이리버’ 시리즈로 국내는 물론, 전체 시장에서 20.5%의 점유율을 기록해 확고부동한 1위를 달리고 있다.
그 뒤를 잇는 곳은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레인콤보다 먼저 MP3플레이어 ‘옙(YEPP)’을 선보였으나, 현재는 국내 시장 2위, 전체 시장(4.7% 점유)에서는 6위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후속모델 등을 속속 내놓으며 본격적인 홍보활동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어 향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레인콤은 다소 여유로운 분위기. 레인콤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는 이미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향후 세계 시장에서 2위와의 격차 넓히기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레인콤은 올해 하반기부터 MP3의 뒤를 이을 후속 모델들이 속속 출시를 앞두고 있어, 긴장을 늦추지는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MP3플레이어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고 한다. 플래시메모리 타입과 하드디스크 타입, CD 타입 등이 그것.
현재 레인콤은 세 가지를 모두 생산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CD형을 제외한 플래시메모리와 하드디스크 MP3플레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플래시메모리 타입과 하드디스크 타입은 저장 방식에 차이가 있다. 플래시메모리는 내장된 칩에 파일을 저장하는 것이고, 하드디스크는 컴퓨터의 하드를 적용시킨 타입.
두 타입의 장단점을 비교해 보면 플래시메모리는 기계가 작고, 가격이 저렴(20만원대부터 시작)한 반면,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1기가바이트(3백40여곡)로 적은 반면, 하드디스크는 기기 사이즈가 크고, 가격이 비싼(50만원대) 반면, 용량이 40기가바이트(1만2천여곡 수록)로 대용량의 파일을 저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MP3플레이어 시장의 매출은 플래시메모리 부문이 전체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점점 하드디스크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 레인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곳도 플래시메모리 분야다.
레인콤 관계자는 “올 상반기까지 총 13종류의 신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라며 “최근에는 타깃 연령층을 다양화해 30∼40대를 위한 어학용 콘텐츠 제공 기기 등도 개발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삼성전자 등을 비롯, 다수의 업체들이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력을 바탕으로 확고한 1위 업체가 되겠다”며 야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레인콤의 태동이 단순히 MP3플레이어 제조업체가 아니라 반도체 부품 회사라는 데서 나온 자신감.
지난 99년 설립 당시 레인콤은 반도체 부품 전문개발업체로 출범을 했다. 당시 이 회사는 MP3플레이어 부품은 물론, 다른 반도체 칩들을 삼성전자, 거원 등 국내외 업체들에 납품을 했었다.
그러나 레인콤은 향후 MP3플레이어 시장이 거대화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출범한 지 1년 만에 반도체 부품개발업체에서 MP3플레이어 제조업체로 사업 목적을 변경했다. 레인콤은 안정적인 기술력을 바탕에 그동안의 마케팅 노하우를 살려 MP3플레이어 시장 석권에 나선다는 목표.
그러나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중소기업에 1위 자리를 내주며 자존심이 구겨진 삼성전자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삼성전자는 무엇보다도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플래시메모리 타입보다는 하드디스크 타입 시장에서 맹추격을 하겠다는 다짐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레인콤이 현재 선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장이 점점 업그레이드된 만큼 1위와의 격차 줄이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야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하드디스크 타입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꼽히는 ‘PM3’라는 새로운 시장. 삼성전자 관계자에 따르면 ‘MP3’의 뒤를 이을 ‘PM3’는 현재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개발중인 기기로 음악은 물론, 동영상, 사진 등을 모두 볼 수 있는 차세대의 휴대용 기기. 차 안에서 영화를 감상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동영상 이미지를 저장할 수도 있는 기계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개발 프로젝트의 파트너로 아이리버(레인콤), 삼성, 산요, 뷰소닉 등을 선정했으며, 삼성전자는 업그레이드형 MP3시장에서는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야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