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첫 인상은 참 좋았다. 약속장소에 먼저 와있던 그녀는 두리번거리는 그를 보면서 ‘저 사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바람이 이뤄져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장소를 옮겨 식사를 하려고 그의 차에 탔을 때까지만 해도 그에 대한 호감은 부풀어 오를 대로 올라 있었다. 갓 서른을 넘긴 나이에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고 어떻게든 그를 잡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런 달콤한 생각은 그가 시동을 거는 순간 산산조각이 났다. 좁은 주차장을 휙 하고 돌면서 그의 난폭운전이 시작되었다. 핸들을 잡은 그는 조금 전까지 그녀에게 미소 짓던 그 ‘로맨틱 가이’가 아니었다.
도로 위에서 그의 모습은 더욱 가관이었다. 퇴근 차량으로 뒤엉킨 도로에서 그는 수시로 차선을 바꿔가면서 앞차를 추월했다. 혹 다른 차가 끼어들기라도 하면 신경질적으로 경적을 울리며 흥분했다. 옆에 앉아 있는 자신을 조금이라도 의식한다면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프랑스식 레스토랑에서 그는 의자를 밀어주며 매너 있는 듯 행세했지만 이미 그녀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식사를 마친 그녀는 집까지 에스코트하겠다는 그를 뿌리치고 돌아섰다. 잠시나마 그의 그럴듯한 외모와 멋진 차에 현혹된 자신이 한심스러울 뿐이었다.
필자는 그녀의 현명한 결정에 박수를 보낸다. 여성들은 핸들에 손바닥을 걸치고 터프하게 운전하는 남성에게 매력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여성들에게 “꿈 깨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난폭운전자들은 위험덩어리일 뿐 절대 매력덩어리가 될 수 없다.
♥ 난폭운전은 습관이 아닌 성격장애
핸들만 잡으면 평소에는 안하던 난폭한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이 있다. 이는 단순한 운전습관으로 볼 수 없다. 이미 그런 난폭한 요소가 그 사람에게 잠재돼 있는 것이어서 실생활에서도 비슷한 상황에 처하거나 그런 심리상태가 되면 그 기질이 표출된다. 난폭운전은 단순히 습관이 아니라 성격장애이기 때문이다.
난폭운전자는 다른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배우자로서 자격 미달이다. 무엇보다 감정적이기 때문이다. 부부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경적을 눌러대던 그 손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기려고만 하는 승부근성 탓에 자기주장만 내세우려 할 수도 있다.
다행히 난폭운전 성향은 사전에 확인이 가능하다. 운전에 지나친 자신감을 가진 남성, 카 레이싱을 하듯 운전하는 남성이라면 고위험군에 속한다. 이런 사람을 매력 있거나 터프하다고 느껴서는 안 된다. 그건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이다.
애인이 난폭운전자라면 그와의 관계를 다시 생각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또한 난폭운전자 당사자에게도 그런 성향을 고치기 전까지는 아무도 사랑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이웅진 좋은만남 선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