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명의 건설업체 (주)페트라 건설이 1천16억원에 달하는 데이콤 본사 사옥을 인수해 화제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데이콤 본사 빌딩은 지하 7층, 지상 20층 규모로 감정가만 9백50억원. 이 무명의 회사가 인수한 금액은 1천16억원이다. 이는 과거 현대산업개발 소유였다가 미국계 회사에 팔린 강남 스타타워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싼 가격이다.
이런 고가의 빌딩을 세간에 알려져 있지 않은 무명의 국내 중소 건설업체가 인수했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롭다. 이 빌딩을 인수한 곳은 (주)페트라건설이라는 회사.
세간에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페트라건설은 고급 주택시장을 기반으로 탄탄하게 성장해온 중견 건설업체. 건설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회사는 그동안 국내 주거 문화의 고품격화를 선도해 왔으며, 탄탄한 실력을 갖춘 기업으로 이번 데이콤 사옥 인수도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정체에 대해 알려진 부분은 많지 않았다. 국내 대다수의 건설업체들이 가입하고 있는 대한건설협회에서조차 이 회사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못했다. (주)페트라건설은 협회에도 가입돼 있지 않은 상태.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회사의 경우 보통 ‘일반 업체’로 가입돼 있으나, 이 회사는 여기에 가입돼 있지 않다”며 “‘전문업체’로는 같은 이름을 쓰는 P테크, P디자인, P개발 등이 가입돼 있다”고 확인했다.
정작 이 회사도 갑자기 쏟아진 세간의 관심에 대해 부담스러운 분위기였다.
(주)페트라건설 관계자는 “지난 19일 데이콤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은 사실이지만 빌딩 매입 배경은 물론 회사에 대해서 소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명의 건설업체에서 단숨에 데이콤 빌딩의 새 주인이 된 이 회사는 어떤 곳일까.
이 회사의 등기부등본을 열람한 결과 이 회사가 처음 설립된 것은 지난 1991년 11월5일. 당시 이 회사의 상호는 두원건설산업주식회사로, 자본금은 5천만원이었다.
당시 이 회사의 주요 사업은 종합건설업보다는 건설회사 하청업체 수준인 석재판매 및 가공, 골재 채취 및 판매 등 사업 영역이 한정돼 있었다. 이 회사는 설립 이래 본사 주소도 강동구 길동에서 송파구 풍납동으로, 노원구 공릉동으로 세 차례나 옮겼다.
이 회사가 상호를 바꾸고 현재의 경영진을 갖춘 것은 지난 2001년 3월2일. 지난 2001년 이 회사는 상호를 과거 두산건설산업주식회사에서 (주)페트라건설로 바꾸고, 본사를 서초구 반포동(현재 본사 사무실)으로 옮겼다.
▲ 데이콤 본사 사옥 | ||
이 회사는 이듬해인 지난 2002년부터 본격적인 실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은 1백 평형대 이상의 고급 빌라. 서초구 방배동 베버리힐스 I, II와 강남구 신사동 페트라빌, 서대문구 연희동 베버리힐스 빌리아 등이 이 회사가 선보인 주택이다.
그러나 이 회사가 지은 고급빌라들은 특정 고객들만을 상대하는 만큼, 모델하우스를 보기도 어렵다. 이 회사가 가장 최근 분양한 연희동 베버리힐스 빌리아의 경우, 2개 동에 1백55평과 1백62평 33가구로 구성돼있는데 평당 분양가가 1천6백만원으로 매우 고가다. 이는 최근 최고가 주상복합으로 불렸던 삼성 타워팰리스의 분양가를 웃도는 수준.
현재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나소혜씨(1961년생)로, 국민연금가입 등 사업장과 관련된 모든 일은 나씨의 이름으로 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 회사 경영을 맡고 있는 사람은 김연상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김 회장은 1955년 생으로 연세대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경영학 석사, 신학 석사를 받은 사람. 그는 국내 건설도 건설이지만, 캄보디아, 중국 등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중국 북경사업 등 해외사업에 주력하기 위해 현지법인 베이징 페트라를 설립키도 했을 정도다.
그러나 이 회사가 데이콤 본사 사옥을 비싼 돈을 주고 산 배경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페트라건설 관계자는 “건물 매입 배경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빌딩을 매각한 데이콤 관계자 역시 “사업다각화를 위한 투자 대상으로 사옥을 매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자본금이 불과 15억원(2003년 4월 29일 현재)에 불과한 무명의 건설회사가 1천억원 이상을 들여 국내 굴지의 기업의 본사를 매입했다는 점에서 당분간 이 회사에 대한 세인들의 관심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