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레반 피랍사건으로 목사와 교인을 잃었던 샘물교회가 다시 아프간에 선교사 파송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
지난 2007년 7월, 샘물교회 신도 23명은 정부의 여행 자제 요청을 묵살하고 아프가니스탄으로 출국했다. 이들은 마자르이샤리프에서 봉사활동을 마친 뒤 수도 카불을 거쳐 칸다하르로 가는 길에 탈레반 무장 세력에 납치됐다. 이들 대부분은 억류 42일 만에 풀려났지만 배형규 목사, 심성민 씨가 살해됐다. 이 충격적인 사건은 그해 여름 전국을 뜨겁게 달궜다.
그리고 3년이 흐른 지금, 샘물교회의 아프간 현지 선교 활동은 여전히 ‘진행형’이었다. 우선 샘물교회는 아프간에 급식소를 만들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복수의 교인들에 따르면 샘물교회는 2008년 말에서 지난해 초 사이 아프간 수도 카불에 ‘별 급식소’를 세웠다. 이 급식소는 고 배형규 목사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곳. 교인들은 “배형규 목사가 아프간에서 순교의 별이 됐다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라고 전했다.
박은조 샘물교회 담임목사는 별 급식소가 완공되자 정부에 아프간 출입국 허가를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자제를 요청해 박 목사의 아프간 행은 불발된 것으로 전해진다. 교인들에 따르면 별 급식소는 일반 시민들을 위해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헐벗고 굶주린 아프간 아이들에게 무료 급식을 나눠주며 더불어 기독교를 전파하겠다는 의미의 급식소인 셈이다. 인도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무작정 비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물의를 일으켰던 지난 선교 과정과 마찬가지로 해당 시설에 대해 애초에 정부의 허가는커녕 신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외교부에 지금까지 신고된 한국인 운영 아프간 급식시설은 전무한 상태. 외교통상부 재외국민보호과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아프간은 여행금지 지역이기 때문에 방문 혹은 시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외교통상부 장관의 직접적인 허가가 필요하다”며 “급식소가 운영되고 있다면 이는 엄연한 불법”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외교부는 앞으로도 특정 시설을 허가하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샘물교회는 앞으로 계속해서 급식소를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금도 정부에 알리지 않은 채 또 다른 시설을 짓고 있다고 한다. 최근 박 목사는 예배 설교를 통해 “아프간 선교봉사를 위해 급식소에 이어 두유공장을 짓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샘물교회는 더 나아가 8~9월 아프간 카불에 선교사를 파송할 계획까지 세운 상태다. 이는 지난 7월 25일 12시 예배 설교 때 박 목사가 직접 밝힌 사안이다. 샘물교회의 한 교인은 “당일 설교에서 박 목사가 카불에 선교사를 파송할 것이라고 밝혔다”며 “파송 선교사도 C 씨로 이미 정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교회 주변에선 “C 씨가 현지에 있는 기존 선교사들과 합류할 것”이라는 얘기가 들린다. 아직도 아프간 현지에 선교활동을 벌이는 샘물교회 측 인물들이 몇몇 있다는 얘기다. 샘물교회의 또 다른 교인은 “아프간 현지에 몇몇 선교사들이 나가 있는데 정상적인 방법으로 허가 절차를 거쳐 나간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역시 외교부에서는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사안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현재 아프간 현지에 선교를 위해 나가 있는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다. 외교부 재외국민보호과 측은 “아프간에 정상적인 허가를 거쳐 나가 있는 내국인은 230여 명”이라며 “신고된 인물들 중에도 선교를 위한 목적으로 나가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전했다.
다만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허가 없이 아프간에 밀입국을 해 활동하는 선교사들이 더러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며 “하지만 이런 경우 재외국민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는 것과 적발 시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경고를 할 뿐 소재지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특별한 대책 마련이 어렵다”고 전했다.
한편 이런 일련의 문제에 대해 샘물교회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샘물교회 지원팀 관계자는 “(아프간은) 금지국가이기 때문에 파송을 할 수 없고 기존에 나가 있는 인물도 없다”고 주장했다. 별 급식소에 대해서도 “미국 NGO 단체가 만든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별 급식소가 배형규 목사를 기리는 곳이 맞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이 관계자는 “그렇다”면서도 NGO 단체가 어딘지는 함구했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