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열린 ‘2010 프랜차이즈 창업 부산국제박람회’에 한국 중국 일본의 프랜차이즈 업체와 바이어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연합뉴스 |
창업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창업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부실한 가맹본부가 창업자에게 피해를 주는 일이 적지 않다. 매출액이나 이익률 등을 과장하거나 계약서에 제시된 대로 지원을 하지 않고 가맹금만 수령한 채 연락을 두절하고 사라지는 ‘먹튀’ 업체 등 피해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이에 등장한 것이 바로 ‘정보공개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예비 창업자가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영상황을 쉽게 알 수 있도록 2008년 8월 4일부터 모든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대해 경영상황 등을 기재한 정보공개서를 의무적으로 등록하도록 했다. ‘가맹금예치제도’도 마련됐다. 업소 오픈 전까지 가맹금을 금융기관에 보관, 가맹본부의 가맹금 사기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한 것. 2008년 말 공정위에 등록된 정보공개서는 1200여 개. 그로부터 2년이 흐른 2010년 현재 약 2000여 개 업체가 정보공개서를 등록한 상태다.
그런데 지난 7월, 등록된 152개 가맹본부의 175개 정보공개서가 돌연 등록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사유는 2009년도 정기변경사항을 정해진 시간까지 등록하지 않았다는 것. 공정위에 따르면 정보공개서 등록이 취소된 업체는 두 부류로 나뉜다. 변경등록신청을 불이행한 브랜드가 111개, 변경등록시한 이후 정보공개서를 자진 취소 신청한 브랜드가 64개다.
공정위 가맹유통과 오갑수 사무관은 “변경등록 기한이 4월 12일이어서 2월에 사전 안내를 실시했고, 4월과 6월에는 미이행시 등록취소가 된다는 사실을 우편과 전화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다시 알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공개서 변경등록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사업 중단, 폐업 등이 주된 원인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정보공개서 등록이 취소되면 신규 가맹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변경등록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업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보공개서 등록 취소 문제로 지난해에도 똑같이 한 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다. 2009년 7월, 129개사의 147개 정보공개서가 등록 취소된 것이다. 등록 취소 리스트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업체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에도 공정위에서는 취소 업체의 경우 폐업 또는 사업을 중단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상당수 업체들이 자료 보완이 늦어지거나 마감 시간을 놓쳐 수정등록을 하지 못해 취소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원성을 사기도 했다. 결국 이들은 공정위에 정보공개서를 다시 등록했지만 신청에서 심사, 등록에 이르기까지 최소 2개월이 걸렸고 그동안 신규 가맹점 계약 체결, 가맹금 수령 등을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공정위에서 공개한 정보공개서 등록취소 대상 업체의 리스트를 살펴보면 2009년과 2010년 두 해 모두 정보공개서가 취소된 업체도 5~6곳에 달한다는 것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신규 사업이 중단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정보공개서 등록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왜일까. 해당 업체 관계자는 “신규 사업을 한두 달 중단한다고 해서 큰 타격이 있지 않다. 또 늦게 했다고 벌금을 내는 것도 아니고 신규 등록에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 여유 있을 때 하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창업자의 생각은 달라 보인다. 창업을 준비 중인 직장인 박 아무개 씨(42)는 “본사의 경영 상태를 알 수 있고 신뢰도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정보공개서인데 이런 기본적이고 사소한 것조차 꼼꼼하게 챙기지 못해 반복해서 취소 처분을 받는 업체라면 가맹점 개설을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다.
앞으로 강화되는 공정위의 단속과 제재는 정보공개서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업체들을 긴장시킬 듯하다. 지난 7월 13일, 공정위는 정보공개서 변경등록 의무 불이행시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개정안이 하반기에 통과되면 내년 상반기부터는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취소 사태가 지난해와 다른 점은 자진 취소 신청한 브랜드(64개)가 등장했다는 것이다. 공정위 측은 “사업 여건이 악화돼 사업을 중단하거나 폐업을 한 사례도 있지만 현재 운영하고 있는 가맹점만으로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 더 이상의 신규 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업체도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가맹점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신규 점포를 낼 수 없는 상황이거나 신규 사업으로 추가 비용만 발생할 뿐 더 이상의 수익 창출이 어려운 경우라고 한다.
이에 대해 한 창업 전문가는 “정보공개등록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두가 운영이 불량한 업체라고 볼 수는 없다. 자금력과 조직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탈피해 보다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전수창업과 같은 형태로 사업 형태를 전환하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정보공개서만으로 사업의 건전성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편의점 프랜차이즈의 한 임원은 “정보공개서 등록을 위해서는 대차대조표 및 손익계산서, 가맹점사업자 평균매출액, 광고 판촉비용 등 다방면의 자료를 준비해야 해서 솔직히 귀찮고 불편하다. 그러나 이러한 자료를 제대로 준비한 업체와 그렇지 않은 업체는 분명히 차이가 난다. 오히려 형식적이라고 불평하는 업체들을 잘 살펴보면 자료와 실제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체계적이고 투명한 운영이 이뤄진다”며 정보공개서 제도를 두둔했다.
현실에서는 아직까지도 정보공개서 등록을 하지 않은 채 가맹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업체가 수두룩하다. 문제는 창업자가 이러한 업체들에게 피해를 입더라도 신고를 하지 않으면 어떠한 제재도 가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창업자들의 피해를 줄이고 창업시장의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정보공개서. 이를 대하는 가맹본부의 자세는 더욱 신중하고 진지해야 할 듯하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